9월이다

삶꾸러미 2007. 9. 1. 16:22
몇십년 후엔 한반도가 아열대기후에 속해 일년의 절반 이상 절절 끓는 여름이 될 거라 하고
장마철로는 감당이 안되는 여름철 집중호우 때문에 '우기'라는 말을  도입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어쨌든 9월을 며칠 앞두고 기온이 팍 떨어지더니
비와 함께 시작된 9월은 제법 서늘하다 못해 스산하다.
여름 내내 민소매와 반바지로 지냈던 나의 '홈패션'은 급기야 한기를 못이기고 반팔 티셔츠와 7부 추리닝으로 바뀌었다.
감기기운 때문인지 순전히 날씨 때문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나도 모르게 '으 추워~' 소리가 절로 나와, 따뜻한 커피 한잔의 온기를 감싸쥐고 한참을 웃었다.
인간이 어쩜 이리도 간사스러운지...
그저께부터는 한여름용 홑이불만으로 도저히 한기가 가시질 않아 결국 봄가을용 이불을 덮고서야 잠들수 있었다. 포근한 온기가 어찌나 반갑던지,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기가 싫어 한참을 이불 속에서 뭉기적거렸다.

9월이 되면 가을이 오고, 그래서 뭔가 다 잘 풀리고 잘 될 것 같던 느낌은 여전하지만
뭐든 저절로 잘 되는 일이 없다는 게 확실하고 보니, 커지는 건 조바심뿐이다.
드디어 원고독촉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피학성향을 즐기는 인간처럼 그들의 독촉과 채찍질이 은근히 반갑다.
역시나 나란 인간은 자율적인 의지만으론 제대로 일을 해나갈 수 없었나 보다.
그들이 몰고가는 대로 잘만 따라가면 또 무사히 이 가을을 넘길 수 있겠지.
9월 끝자락에 들어 있는 추석엔 다시 에어컨이 필요할 만큼 더울 수도 있으니
공식적으로 가을이 왔음을 선언하기엔 아직 미심쩍지만
어쨌든 9월은 가을임을 실감한다.
잘왔다, 9월.
원래 가을은 내가 겨울 다음으로 싫어하는 계절이지만, 올해만은 반겨주마.
올 여름은 너무 길고 힘겨웠단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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