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崩

투덜일기 2007. 7. 7. 13:18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얼마나 정확한 말인지 줄곧 깨닫는 나날이었다.
중3때까지 아버지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기고 멋진 남자였고
그 이후에도 정신연령이 심히 낮은 딸에겐 계속 자상하고 멋진 '아빠'였는데
그런 아버지가 이젠 곁에 안계신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나질 않는다.
아버지가 병원에 누워 계시는 동안에도, 멍한 슬픔 속에 꽤 복잡한 절차의 장례를 치르는 사이에도 모든 것이 그저 나쁜 꿈이길 바랐는데, 악몽은 결국 잔혹한 현실이었다.

아직도 엄마랑 둘이 방에 누워 게으름을 부리고 있으면
일찌감치 등산 가셨다가 일부러 무거운 등산화 발자국 소리를 쿵쿵 내며
금방이라도 아버지가 계단을 올라오실 것만 같다.

아버지의 흔적으로 가득 찬 집으로 돌아와서 과연 두 모녀가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다들 몹시 걱정했었는데
시선을 어디로 돌려도 느껴지는 아버지의 흔적이 오히려 반갑고 고맙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슬픔은
그저 그리움과 눈물로 풀어나갈 밖에 없지 않을까.

그간 마음써주고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며
씩씩하게 잘 견디려고 노력해볼 생각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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