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밤

삶꾸러미 2007. 5. 25. 18:41
계절 중엔 봄을 제일 좋아하고
달 중에선 5월을 제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따뜻한 날씨와 싱그러운 신록.
나무에 연두 잎들이 돋아나 어느새 빽빽하게 가지를 뒤덮으며 커나가는 모습은 웬만한 꽃들보다도 아름답다.
그리고 또 하나 5월이 좋은 건 밤풍경도 예뻐지기 때문.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온 거리가 예쁜 알전구와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되듯
5월이 되면 온 거리에 연등이 매달린다.
사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연등이 달려 밤거리가 예뻐지긴 했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망스럽기 일쑤였다. 새카맣게 때가 끼어 찌들은 연등도 처량맞거니와 중간중간 등이 찢어져 나갔거나 이빠지듯 꺼져버린 등도 자주 눈에 띄어 을씨년스런 느낌도 전했으니까.
조계사나 봉은사처럼 엄청나게 큰 사찰 근처면 또 모를까 동네의 작은 절에서 내다걸었겠지 싶은 길거리 연등은 약간 눈에서 시력을 빼고 어슴프레하게만 바라봐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유심히 보아도 길거리에 장식된 등이 꽤 예쁘다.
몇년씩 쓰곤 하던 길거리 장식 등이 너무 낡아 드디어 새로 장만할 때가 되었던 걸까? ^^
'연등'이라기 보다는 일식술집이나 요새 유행인 중국식 선술집 앞에 매달린 홍등과 너무도 비슷하게 보이던 동그란 주름등 외에도 풍경을 매단 종모양도 있고, 가끔 길죽한 진짜 주름등과 함께 날렵한 팔각등도 보인다.

하필 부처님오신날이었던 어제는 온종일 비가 내려 절마다 행사 치르기가 쉽진 않았겠지만
정민이 등살에 못이겨 간만에 다 저녁때 올라간 절 마당에 빼곡하게 줄을 매달고 걸어놓은 등을 보니 빗속에서도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아졌다.

5월도 며칠 안남았고
석탄일도 지났으니 이제 5월의 밤거리를 예쁘게 장식했던 연등들도 자취를 감추겠지.
아등바등 하느라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5월이 벌써 가버리는 게
너무 아쉽다.
오늘은 저녁 먹고 나서 밤산책이라도 나가보든지...
5월의 밤마실. 그거 괜찮겠다. 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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