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만에

아픈 손가락 2020. 1. 16. 21:32

일이 바빠 두문불출하고 집에 처박혀 일만 하던 날이 오늘로 꼬박 닷새. 결국 초저녁에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갔다가 돌아왔다. 온종일 수시로 등뒤로 다가와 핸드폰이 어디가 이상하고, 딸년이 이상하고, 통장이, 자동이체가 이상하다고 자꾸 말을 거는 통에 원고에 집중도 안 되고, 말대꾸와 설명을 해주는 것도 한계에 도달해 폭발한 거다.

나도 울고 엄마도 울고. 예전엔 내가 너무 속상해서 엉엉 울고 눈물로 호소하면 엄마는 정신줄을 놓은 와중에도 날 안쓰러워하면서 따라 울다가 조금 안정을 되찾고는 했었는데, 이젠 엉엉 따라 울긴 하지만 딸년인 내가 이상해졌다고, 착한 딸은 어디 가고 저렇게 악독한 애가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내가 무섭다고 그런다. 그건 나도 마찬가진데. 서로 한계가 온걸까.

배설이 필요하지만 결국 내 얼굴에 침뱉기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주절주절 적어놓는다는 게 과연 의미있는 일일까. 노트북과 책을 들고 뛰쳐나가 일부러 몸에 나쁜 정크푸드를 꾸역꾸역 먹은 뒤 스타벅스에 들어가 일감을 펼쳤지만, 결국 몇시간 못하고 들어왔다. 처음에 나갈 땐 엄마가 밥을 먹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밥도 약도 먹게 해야겠기에 꾸역꾸역 들어와 식탁을 차리고 있는 내가 너무 불쌍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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