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음 상하는 일의 연속. 엄마이자 환자의 프라이버시 따위 개나 줘버려, 하는 심정이 자꾸 올라온다. 나이들면서 나도 점점 옹졸해는 거겠지. 그러든가 말든가. 차곡차곡 적어놨다가 엄마가 멀쩡해지면 그동안 나한테 이렇게 심하게 굴었다고 다 일러바칠테다. 물론 그러면 엄만 또 민망하고 창피해서 다시 병이 도지려나? 암튼...

 

열 뻗치게 만들었던 오늘자 엄마의 발언들

- 추워 죽겠다.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다. 니가 전기장판 다 갖다 치워서 그렇다. 엄마 얼어죽으라고? (초겨울에 치운 건 여름과 가을 내내 침대에 두고 쓰시던 찜질팩이고, 그거 대신 시트 아래 아예 전기요를 깔아드렸었다. 그렇다고 설명하고 방금 켜드리고 나옴.)

- 너 옷이 그게 뭐니? 꼴 보기 싫다. 그런 옷을 맨날 왜 입고 있느냐. (재작년 아울렛에서 만원짜리 회색 플리스 티셔츠를 팔길래 덜컥 사왔으나 XL 사이즈라 집에 와서 혹시 엄마 입으실랴우? 물었더니 싫다고 질색팔색을 하시길래, 너무 긴 소매를 자르고 끝에다 스누피와 우드스탁을 수놓은 옷이다. 당연히 나는 너무 마음에들고 따뜻한데, 엄만 원래도 내가 큰 옷 입는 걸 싫어한다. 결국 딴 옷으로 갈아입었다.)

- 머리도 꼴보기 싫다. 저번에 분명 미용실 간다고 그러더니만 계속 저러고 다닌다. 머리 안 자르고 어디 딴델 갔겠지. (하도 머리 길다고 타박이라 스프링끈으로 질끈 묶었더니) 저것 봐라, 또 이상한 걸로 머리를 묶었네. +_+

- 엉엉엉. 엄마... 엄마... OOO이 점점 이상해져, 나 어떡해 엄마...  (외할머니는 여든셋에 암으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오이소박이를 담가 자식들에게 돌리셨다. 울 엄만 아프단 핑계로 살림 손에서 놓은지 15년도 넘었고, 딸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으면서!)

- (점심 먹으면서 하도 당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 자책하시길래 그럼 잘 됐네, 나 엄청 바쁜데 엄마가 점심 설거지 좀 해주세요, 그랬더니만 단박에) 싫어! 못해! 손시려워서 못해...

 

그래도 유일하게 희망적이었던 순간은...

오후에 커피 마시면서 엄마도 차 한잔 타다 드렸더니 "땡큐"라고 말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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