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

투덜일기 2017. 2. 10. 00:14

지금 당장 혈액검사를 해보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대박 많이 나올 거란 확신이 든다. 설날 이전부터 시작되었던 괴로움은(명절 스트레스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연휴 직후 눈덩이처럼 불어나 일주일 내내 나를 짓밟아대다 그저께 최대치로 치솟았다가 어제 비로소 한풀 꺾였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된 건 아니어서, 여전히 나는 뒷목이 뻣뻣하고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며 시시때때로 울음이 울컷 솟는다.

여기다라도 뭔가 말로 다 풀어낼 수 있는 괴로움이라면 머릿속 압력이 좀 낮아질 것도 같은데 속시원히 구구절절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 괴롭다. 그래도.. 뭐가 문제인지 털어놓진 못하더라도 괴롭다는 현상 자체만 징징거려도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이러고 있다.

나도 잘 안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은 있다. 헬조선이란 말이 괜히 나왔겠나. 그런 일은 뭐 찾아보면 수두룩빽빽이겠지. 내가 일의 주체인 경우도 그렇겠지만 째뜬 이번엔 특히 내가 주체가 아니었고, 나의 노력을 받아주어야하는, 아니 받아주면 좋겠다고 바라고 또 염원하는 저쪽에선 오랜 시간 도무지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속도 보여주지 않았다. 간절히 원하는 일은 꼭 이루어진다는 말, 그건 영화나 드라마, 만화에서나 나오는 일이었다.

우리가(나 혼자가 아니었다)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는 만약에 정말로 신이든 도깨비든 영이 있다면 알고도 남음이 있을 텐데! 결국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 일을 위해 정성을 바치며 오히려 그 때문에 수년간 내가 들은 비난과 폭언 때문에라도, 나는 내가 바라고 실천하는 방향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헌데 결국 내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그럼 왜? 어떻게 했어야, 무슨 방식이었어야 하는데? 의문이 들면서 또 괴로웠다. 아쉬운 소리 하는 것도 싫고 낯선 사람 만나는 것도 싫고, 크게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굽실굽실 비굴해지는 싫고, 원칙을 깨는 것도 싫고, 편법을 쓰는 것도 싫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시도했었다. 그런데도 되지 않았다. ㅎㅎㅎ 원체 안될 일이었단 뜻?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절망하는 내게 누군가 어쭙잖게 위로했다. 지금은 지옥에 떨어진 것 같겠지만 지나고 보면, 그 사람에겐 긴 인생의 한 시점으로 따지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다고.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나. 흥! 남의 말이니 그렇게 쉽게 하지! 섣부른 위로는 그냥 입을 다무는 게 낫다. 

미쳐서 날뛸 것만 같은 괴로움과 스트레스로 그저께는 진짜로 한밤중에 뛰쳐나가 볼이 얼도록 밤거리를 마냥 걸어다녔으나 당연히 머리는 맑아지지 않았다. 엉뚱한 대상에게 괜한 화풀이를 해보아도 나아지는 건 없었다. 괜히 온 세상과 모든 사람들이 다 꼴보기 싫어지는 효과만 극대화됐을 뿐이었다. 알콜중독자처럼 확 술을 마셔버릴까 생각도 했으나 ㅋㅋ 안 그래도 어질어질 두통마저 심한데 그랬다간 길바닥에 쓰러져 얼어죽겠구나 싶었다. 

그나마 정신 나간 여자처럼 밤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닌 피로 덕분인지, 드디어 '포기'를 선언한 덕분인제 그젯밤에 좀 잠을 자고 났더니만 어젠 또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약간은 정상으로 돌아온 나를 발견했다. 그 일은 그 일이고, 이젠 일상으로 돌아와 내 삶에 집중해야한다고 말이다.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도 아직은 마음이 괴롭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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