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바쁜데 계속 마음이 시끄러웠다. 이도저도 아니어서 도무지 한가지에 집중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움. 뭔가 여기다 푸념이라도 적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그마저도 남부끄러운 제 얼굴에 침뱉기 같아서 차마 그러지 못했다. 혹시라도... 그 옛날 가증스럽게 일기장에 원하는 바를 적어 책상에 올려두고 '일부러' 발견되는 작전을 쓴 것처럼 보이면 곤란하다 싶기도 하고. 

암튼 일주일 가까이 곰삭이다보니 드디어 얼추 정리가 된 것 같다. 그간 내가 믿어왔던 건 혼자만의 판타지였다는 걸로 결론을 내리니 갑자기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서로 최선을 다했으나, 태생적인 한계 탓에 진심이 좀처럼 가 닿지 않는 관계도 있음을 인정하면 되는 거였다. 존재 자체가 부담인 관계에선 노력할수록 오히려 더 틀어지고 괜한 오해를 낳는 것을.... 다들 일정 거리를 두고 사는 관계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나는 뭐 잘났다고 그 거리를 좁히려 들었을까나. 바보처럼... 나는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이미 그렇게 스스럼 없는 관계가 되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더랬다. 결국 다 내 잘못이다. 

또 한번 나에게 대실망. 이번에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쓸데없는 욕망, 그리고 스스로를 너무 큰그릇으로 착각하는 게 나의 패착이었다. ^^; 생각과 실천을 일치시키지 못한 것도 큰 문제였고...  그래서 여기서 다 놓아버리기로 했다. 안되는 걸 붙들고 미련떠는 건 그만 하기로.  

어제부터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1절 가사 때문이다. 구구절절 내마음일세.. ㅎㅎㅎ


김광진, 편지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결국 넘어설 수 없는 벽을 지닌 모든 관계를 담담하게 정리하고 위로하기에 정말 딱인 노래가 아닌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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