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거실에 놓아뒀던 자전거를 옮겨 뒷베란다로 내놓고는 통 자전거를 안 탔다. 한 3년 됐으려나... 등산을 시작한 탓이었을까? 암튼 조카가 지 자전거까지 우리 집에 놓아두고 둘이 같이 몇번 한강까지 타러다니다가는... 둘 다 까맣게 자전거를 잊었다.

그런데 이번 토요일 가족모임 때 왕비마마가 휴대폰 사진들을 자랑하다말고 홍제천에서 자전거 타던 ㅈㅎ이 사진(몇년 전에 내가 찍었던;)을 녀석에게 들이밀었다. 우리 ㅈㅎ이 이 때보다 엄청 많이 자랐네...  근데 왜 요새 자전거 타러 안 오니?

마침 평창동 살던 ㅈㅎ이네는 이달초 한강 가까운 마포구로 이사를 했는데, 할머니가 보여준 사진에 난데없는 자전거 욕망이 되살아났는지 ㅈㅎ이가 외쳤다. 고모! 우리 내일 자전거 타자! 으어... 해서 하필 폭염이 예고된 일요일... 전격 한강 자전거 회동이 이루어졌다.

준비과정은 일단 고통이었다!! ㅠㅠ  난 가뿐하게 <느루>를 타고 한강에서 애들과 만나면 되겠거니 생각했으나, 다같이 자전거 타려면 내가 차에 2대를 싣고 날라다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나중에 힘빠지면 자전거 타고 집에 돌아가기 힘들다나 뭐라나. 흥! 

좀 덥긴 하겠지만 간만에 한강변에서 바람 맞으며 자전거 탈 생각에 설레서 오냐 그래주마 대답해놓고는 막상 삐질삐질 땀 흘리며 자전거를 준비하려니 후회막급이었다. 자전거 두 개에 꼬박 3년 쌓인 먼지 닦아내야지... 바퀴에 일일이 바람 넣어야지... 체인에 기름칠은 안해도 괜찮을까 걱정은 앞서고... 하여간에 또 낑낑대며 차례차례 자전거를 아래층으로 들고 내려가 차에 실는 것도 큰일이었다. 하나가 접이식이면 뭐하나! 엄청 무거운걸... 흑흑. 지들이 와서 가져가라고 할 걸!!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도 전에 온몸은 이미 땀범벅, 녹초가 되었다. 젠장... 조카 체중관리 해보겠다고 늙은 고모 잡겠다며 왕바마마가 걱정하실 만도 했다. 어휴... 째뜬 한번은 해야할 일이라고 위로하며 집을 나섰다.

33도까지 치솟은 5월 폭염에도 한강변엔 또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얼음물도 금방 녹아버리는 무시무시한 햇볕... 투덜투덜 자전거가 나쁘네 마네 아무데서나 끽 서서 사고유발 행동을 해대는 조카놈한테 소리지르랴, 뒤떨어진 일행 챙기랴... 간만에 타는 거라 몹시 아픈 엉덩이 달래랴 ㅠ.ㅠ  어휴... 1시간이 3시간쯤으로 늘어난 느낌이었다. 자전거타기는 절대 잊히지 않는 기술이라는데 난 간만에 타면 왜 늘 페달밟기부터 타고 내릴 때 서툴어서 넘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흑...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아주 뿌듯한 라이딩이었다. 바퀴 고무가 딱딱해져 금방 펑크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했던 느루는 멀쩡히 버텨주었고 페달을 밟는 대로 가볍게 씽씽 잘도 달렸다. 조카가 자꾸만 자전거 바꿔타자고 할 정도. ^^v

햇빛 찬란한 곳에 세워놓고 찍었어야 하는데 너무 더워서 그늘에 놓고 찍어서 느루의 자태는 그닥 빼어나게 못 담았지만 언제 봐도 잘빠졌다, 우베공! ㅎㅎㅎㅎ


묵은 먼지도 털어줬겠다 이젠 자주 좀 타러나가야겠다고 다짐했음. 그래서... 낑낑거리며 들고 올라와서 다시 거실 한 복판에 세워두었다. 근데... 바퀴며 브레이크며 점검은 안받고 그냥 타도 되는걸까...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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