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공해

삶꾸러미 2007. 4. 27. 10:47
어제는 정말 피곤한 날이었다.
아침에 잠시 눈 붙였다가, 엄마 모시고 병원가서 오전 오후로 나뉜 진료 받고 점심 먹고
백화점 들러 반찬 사오고.. 그것도 피곤의 여러 요인이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오피스텔 건너편에 새로 개업한 어느 음식점 때문이었다.

요즘은 어떤 업종이든 일단 개업을 한다고 하면
알록달록 풍선 아치가 세워지고, 바람을 쏘아 올려 미친 듯이 너울너울 춤을 추는 이상한 인형 형상이 자리를 잡고, 옷을 훌러덩 벗어젖힌 예쁜(별로 안 예쁜 경우를 많이 보긴 했다만;;;) 행사 도우미가 요란한 음악과 함께 동작 맞춰 춤을 추어대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내가 가장 혐오하는 요란한 방송도.
주로 도우미 두 명이 뒤에서 춤을 추는 사이 대표격인 도우미가 헤드셋 마이크를 단 채
호객행위를 하는 건데, 요새 음향시설이 어찌나 좋은지 4차로 길 건너편에서 왕왕대는 소리가 창문을 꼭꼭 닫아도 귀에 거슬릴 만큼 들려왔다.

물론 내가 좀 예민한 편이고
번역을 시작해서 좀 유연하게 일이 진행되려면 처음에 책에 몰입할 수 있을 만큼의
정신집중이 필요한데, 이런저런 소음이 들리면 그게 방해가 되어 진도가 대단히 부실해진다.
내가 멀쩡히 집에서 일할 수 있는데도 굳이 작업실엘 나가고
또 집에선 오밤중에만 일을 하는 이유도 다 그런 것 때문인데
가끔 작업실 근처 건물에서 인테리어 개조가 시작되면 은근히 겁부터 난다.
또 얼마나 요란하게 개업식을 해댈것인가 싶어서...

시끄러워서 미칠 것 같은 요란한 개업식 행사가 벌어질 때마다 난 확 경찰에 신고를 할까도 생각하지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일 터인데 우선 새로 장사 시작하려는 주인한테도 못할 짓인 것 같고, 업소 주인한테 문제가 될지, 시끄럽게 호객행위를 한 도우미들한테 문제가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실천을 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뭐... 안면 방해를 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너도나도 개업식엔 반드시 행사 도우미를 데려다가 이상한 옷 입혀 놓고
스피커 볼륨 최대로 올린 뒤 호객행위하는 게 왜 유행이 되었는지 참으로 못마땅하다.
정말로 그런 언니들을 동원하면 장사에 도움이 될까?
지나가는 자동차들마저도 속도를 늦추고 구경을 하느라 길앞이 오후 내내 번잡했던 걸 보면
시선을 끄는 데는 분명 성공한 듯한데, 그게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까?

암튼... 어제 밤중까지 종일 피곤하고 짜증스러워 투덜대는 바람에
집에 오자마자 시체놀이를 했더니만 오늘은 '덕분에' 아침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이런 걸 '덕분'이라고 해야하는 거 맞겠지. ㅋㅋ

어젠 정말 층간 소음 때문에 폭행사건이 벌어지는 상황이 마구 이해되는 날이었다.
바늘 들고 가서 풍선 아치를 죄다 터뜨려버리거나
건물 분전함에 몰래 접근해서 전기 스위치를 확 내려버리는.. 그런 상상을 오후 내내
했으니 말이다.
설마 오늘은 조용하겠지? 개업 이틀째도 그 난리를 치는 건 정말 아니겠지?
음... 걱정이다.
이제 일에 가속도를 붙여야 할 시기가 왔거늘.. 흠..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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