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분열?

투덜일기 2014. 6. 28. 18:24

우리집 바로 옆 빌라에 얼마 전 이삿짐 옮기는 탑차가 들락거리더니 연일 동네 소음이 달라졌다. 까르르 까르르 아이들 웃음소리와 고함소리, 투닥투닥 골목길 뛰어다니는 소리가 자주 들리는 거다. 


나1: 어머, 노친네만 주로 사는 동네에 어떻게 젊은 부부가 이사왔나보네. 동네 평균 연령 내려가겠다. 아파트 촌엔 낮에도 애들 다 학원가고 뛰노는 애들 거의 없다던데, 애들 잡는 부모가 아닌가보다. 훌륭하군. 애들도 골목길에서 뛰어노는 거 신선하겠지. 한참 뛰어놀 나이에 몸을 쓰며 뛰어놀아야 두뇌와 신체가 골고루 성장해 사춘기도 수월하게 넘어간다더라. 막다른 골목이라 드나드는 차도 많지 않고 다행이네. 애들이 몇살이나 됐을까... 궁금하다. 마주치면 인사도 잘하고 그러는 귀여운 아이들이었으면. 


나2: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다) 아악 시끄러워! 쟤네들은 대체 몇 시간을 뛰어노는 거야?! 힘들지도 않나? 더운데 창문을 다 걸어닫을 수도 없고! (장보러 나가려고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내 앞으로 물총을 들고 확 튀어나오는 사내아이를 보고) 으악! 이누무시키! 골목길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애들은 폭탄이야 폭탄! 부모가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휴, 사고날뻔 했잖아... 왜 골목길에서 위험하게 물총 싸움을 하고 난리... ㅠ.ㅠ


똑같은 상황에서 며칠 차이로 전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인지 같은 사람인지 원... 유치원생 아니면 기껏해야 초등학교 1, 2학년인 것 같은 남매의 골목길 물총 전쟁을 룸미러도 흘끔거리며 골목길을 빠져나가면서 엄청 민망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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