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도서관에서 한꺼번에 빌려준대도 그렇지, 두달만에 30권 읽겠다는 망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는 1년간 읽은 책의 권수를 보니 더욱 명확해진다. 돈벌이와 상관없이 읽은 책은 재독 포함 겨우 25권이었다. 1년에 30권도 못 읽는 주제에 나 원 참... (아쉬운 김에 돈벌이로 읽은 책을 올해부터 끼워넣으려다가 영업비밀상 안될 것 같아서 말았다 ㅋ)

예전에도 읽다가 말고 미뤄두는 책들이 있었지만, 읽기 괴로워도 꼭 끝내야할 것만 같아서 어쩐지 빚쟁이가 된 심정으로 그런 책들을 흘끔거렸다면 이젠 과감히 포기할 책은 포기하는 대담함(?)을 갖추게 되었다는 걸로 나름의 핑계를 삼기로 했다. 나랑 안맞는 책도 있는 거지 뭘, 굳이 억지로 읽을 것까지야 ^^;  

 

하여간 2013년 독서 경향을 보면 궁궐에 대한 책이거나 관련서적이 압도적이다. ㅋㅋ 알량한 안내 매뉴얼 만드느라고 어쩔 수가 없었다. ㅠ.ㅠ 건축 관련 책도 많이 읽은 줄 알았더니 빌려 읽다말고 돌려준 책이 대부분인지 끝낸 건 몇 권 안되네 쩝. 이런 독서경향은 아마 2014년에도 이어지지 않을까나. 뭘 좀 떠들어대려면 아직도 알아야할 게 너무 많다.  흑...

 

2013년부터는 독서노트를 쓸 때 몇줄이라도 감상을 적어놓아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다 실천하진 못했다. 그래도 휴대폰에 iReaditNow라는 앱을 깔아놓았더니 나름 자극도 되고 독서 직후 별점 표시도 할 수 있어서 집계에 도움이 되었다. ^^; 그 별점을 토대로 베스트 책 3권을 뽑아야하는데 그건 여전히 좀 어렵군. ㅋ (째뜬 별 3개 이상은 파란색으로 표기해두었음)

 

 

<비소설>

1. 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삼인, 2006.

안방에서 부엌으로 나가는 문 옆에 또 작게 음식전용 출입구로 쓰이던 쪽문 이야기며, 다락방의 추억 등등, 옛날 내 어린시절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가 많아 정겨웠다.

2. 우리궁궐이야기, 홍순민 지음, 청년사, 1999.

궁궐공부의 원조 교과서 격이라 또 한번 완전 정독했다. 10년도 더 세월이 흘러, 지은이가 초판에 개탄했던 문제점들이 여러부분 개선되었으니 개정판이 나와줄만도 한데, 왜 절판도 안시키고 계속 옛날 책을 파는지 난 그게 못내 궁금하다. -_-;

3.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 최순우 지음, 학고재, 2002.

역시나 필요해서 재독한 책. 종이가 벌써 누렇게 변해가는 오래된 책을 보며 한국 정원의 미학이니, 차경이니 하는 이야기를 새삼 곱씹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무량수전엘 못가봤을 뿐이고! ㅠ.ㅠ

4. 궁궐, 조선을 말하다, 조재모 지음, 아트북스, 2012.

궁궐 교육 받을 때 이 책의 지은이가 강사진 중 한명이었는데, 강사들 대부분 자기 책 홍보를 했지만 이 책 딱 한권 샀다. 전각에 신을 신고 들어가느냐, 벗고 들어가느냐가 공간 활용에 엄청난 차이를 준다는 이야기에 혹했던 것. 궁궐을 단순히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 아니라 의례의 공간으로 풀어나간 건축학자의 책이라 열심히 읽었음. 

5. 타블로이드 전쟁,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양철북, 2013.

옐로저널리즘의 시작과 그 '끝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책. 근거 없는 증권가 찌라시와 개인의 sns 문구들이 언론에서 자랑스레 재생산되는 이 시대와 다를 게 뭔가싶다. 따로 포스팅도 했으니 중략.

6.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오영욱 글`그림`사진, 페이퍼스토리, 2012.

길쭉하기만 해서 나로선 도무지 정말 아름답고 빼어난 건축물인지 이해가 잘 안되는 종묘 정전이 표지에 들었고, 지은이는 종묘 정전이 길어서 좋단다. ㅋ. 전작들처럼 지은이의 그림체가 예뻐서 좋았고, 복닥복닥 정신사나운 서울에 대한 내 마음과도 비슷해서 '소장'에 더 의미를 뒀던 책이다. 가끔 관광객의 눈으로 서울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감탄하기로. 

7. 감응의 건축, 정기용 지음, 현실문화, 2011.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도 나오는 무주프로젝트 10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건축가들이 다 그림도 잘 그리는 것도 사실이고 정기용 선생은 특히나 미술학도였으니 말할 것도 없지만, 아니 뭐 이리 글도 잘 쓰나그래. 건축에 대한 선망도 있겠다 폭풍감동하며 읽었고 많이도 베겨적어놓았으되 벌써 오래전 일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굳이 인용문을 찾아보자면...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으로 중첩된 지역은 조물주가 이미 절반 이상을 건축해 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 점에서 이런 땅위에 건축을 한다는 것은 잠시 존재할 수 있는 건축물을 땅 위에 올려놓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즉 땅을 기능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건축과 땅이 결합하면서 자연을 더 자연답게 하고 건축을 더 건축답게 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정할 때 좋은 건축이 가능하다.  - p302

8. 경복궁에 대해 알아야할 모든것, 양택규 지음, 책과 함께, 2007.

9. 조선의 정궁, 경복궁, 신영훈 지음, 김대벽 사진, 조선일보사, 2003.

10. <반차도>로 따라가는 정조의 화성행차, 한영우 지음, 효형출판, 2007.

11. 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는 조선의 정체성, 박석희, 최석원, 황금희 지음, 미다스 북스, 2013.

12. 신궁궐기행, 이덕수 지음, 대원사, 2004

모두 참고용으로 읽은 책인데 요긴히 도움을 받은 책은 <경복궁에 대해 알아야할 모든 것>과 <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는 조선의 정체성>. 전자는 몇년 시간이 지나며 복원 사업 탓인지 수정해야할 부분이 더러 있었지만 전각별로 속속들이 짚어주어 좋았고, 후자는 경복궁 관련 가장 따끈한 책이라 의미 있었던 듯. 궁궐관련 책들은 서로서로 참고해서 쓰다보니 비슷한 면이(틀린 부분까지도!) 많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

13. 조선의 못난 개항, 문소영 지음, 역사의 아침, 2013.

근대역사에 급관심이 생겨서 찾아본 책. '일본은 어떻게 개항에 성공했고 조선은 왜 실패했나'는 부제에 딱 맞게 실패원인을 다각도로 조명해준다. 역사에는 if가 아무런 소용없는 짓이라지만, 우리로선 노상 '그랬었더라면...'이라고 상상하게 되는 걸 어쩌겠나. 드물게 포스팅도 했으니 길게 설명 안하겠음.

14. 남아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유진숙 지음, 파라북스, 2010.

이태준, 김동인, 한용운, 백석. 이상.... 서울 곳곳에 남은 문인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문학산책이다. 잊고 있던 싯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건 좋았으나 이미 흔한 기획이고 뻔한 글처럼 느껴졌음. ^^;

15. 1901년 서울을 걷다, 버튼 홉스 지음, 이진석 옮김, 푸른길, 2012.

역시나 근대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빌려읽은 책. 종종 부정확하지만 퍽 객관적인 외국인의 흥미로운 시각으로 본 조선의 근대라는 점에 의미가 있을 듯.

16. 조선 궁궐의 그림, 한국학중앙연구원(박정혜, 황정연, 강민기, 윤진명) 지음, 돌베개, 2012.

그림도 내용도 실해서 소장욕을 엄청 불러일으키는 책! 33000원이라는 고가만 아니었다면 벌써 사들였을 텐데.. ㅠ.ㅠ 

아쉬움이 있다면 지은이 여러 명이 나눠 집필하다보니 챕터별로 설명이 중복되어 중언부언하는 느낌이 들고 전체적인 짜임새 면에서 헐거워졌음. 그래서 물론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17. 즉위식, 국왕의 탄생, 김지영, 김문식, 박례경, 송지원, 심승구, 이은주 지음, 돌베개, 2013.

역시나 갖고 싶은 책! 앞책과 비교할 때 서론, 본론, 결론(물론 이렇게 나눠놓은 건 아니고!)의 구성이 짜임새 있었고 깊이와 재미와 볼거리를 모두 충족시켰음.

18.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 이상현 지음, 효형출판, 2013.

건축엔 당연히 그 시대와 사회의 이념과 사상이 깃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지만, 건축이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인간을 길들이기까지 한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는 것 같다. 제목에 혹해서 빌렸다가 두번이나 연장까지 해가며 다 읽은 2013년 마지막 독서. 꽤 재미있었음.

양반집에서는 사랑채와 행랑채, 안채를 구분함으로써, 향교나 서원에서는 계단을 통해서, 궁궐에서는 왕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에서 길들이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도시는 공간구조를 계급구조와 일치시킴으로써, 수도를 정하는 일에서는 수도에 물적, 인적, 시스템적 조건을 몰아줌으로써 길들이기를 수행한다. 이들 모두 건축활동의 결과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p123. 

 

 

<소설>

1.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지음, 서민아 옮김, 예담, 2010.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엄청 길지도 않은데 읽기 시작했다가는 몇번이나 중간을 못넘기고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완독의 동기는 <500일의 썸머> ㅋㅋ 사랑이니 운명이니 하는 것에 시큰둥하던 썸머가 카페에서 이 책을 읽다가 누군가를 만났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ㅎㅎㅎ 나도 뭐 그런 기대를 품고서 카페에서 펼쳐 읽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취침전 독서로 한 사흘 만에 끝내느라고 잠을 잘 못잤다. ;-p 째뜬 뒤표지에 스포일러를 담는 건 좀 안했으면!

2. 그레이스 1,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민음사, 2012.

실화를 소재로 어찌도 이리 손에 잡힐 듯한 현실을 상상하고 묘사했는지 감탄. 노련한 추리기법으로 끝까지 궁금증을 놓지 않게 하는데다, 진실은 끝내 알 수도 없다. 두 권을 단숨에 내처읽은 듯.

3. 고양이 눈 1,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민음사, 2007.

원제인 cat's eye는 보석 이름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집어들었는데 그게 아니라 어린시절 갖고 놀던 구슬에 들어있는 고양이 눈 모양 무늬를 말하는 거였다.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잔인하고 은밀한 괴롭힘, 상처로 남은 유년의 기억들, 다름을 받아들이고 대하는 아이들 방식의 섬뜩함이 요즘 아이들의 왕따문화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4. 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밝은 세상, 2011.

'이미 읽기 시작했다면 내려놓기 힘든 책'이라는 <더 타임스> 인용문이 뒷표지에 적혀 있지만 나는 처음 몇장 읽다가 내려놓기를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빅 픽처>를 처음으로 읽었어야 할 걸 그랬나 싶었음. 어쨌거나 내 심리와 운대가 맞았는지 어느 날인가 드디어 내처읽을 수 있었고 그럭저럭 재미나게 읽었다. 요동치는 여성심리를 '남성작가 치고는' 꽤나 공감가게 묘사한 것 같다. 특히 '불충분한 느낌'에 대해서는 내가 따로 포스팅도 했을 정도 ^^;

우리의 대화에 공통된 주제가 있다면 이 오래 지속되어온 불충분한 느낌이었다. 대학시절 내가 내내 그랬지만 성적이 B학점을 넘지 못하면 늘 하던 걱정.... 내가 모든 면에서 '괜찮은 편이지만' 그리 뛰어나지는 못한 사람 같다는 기분.... 내가 꽤 저명한 신문사에서 오래도록 일했거나 특파원이었다거나 직업 일선에서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늘 의심을 품었고, 언제 내 능력이 들통날지 염려스러웠다. - p267

5. 아름다운 나날, 플뢰르 이애기 지음, 김은정 옮김, 민음사

모던클래식 12권. 키드님한테 양도받은 책이라 약간의 부채감이 없을 수 없었다. ㅎㅎ 성장기 소녀의 감수성을 담아낸 자전소설이랄 수 있는데, 성장기 소녀의 아픔은 마거릿 애트우드 책으로 이미 한 번 느껴본 터라 딱히 좋은 느낌이 없었다.

6. 향수,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민음사, 2000.

쿤데라의 소설은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가끔 인상적인 문장에서 한번씩 휴 한숨을 내쉬며 읽게 되는 것 같다. 도서관에서 대거 빌렸다가 다 그냥 반납한 책들은 관두고 집에 있는 쿤데라 책부터 올핸 다시 좀 재독하며 그의 문장에 더 취해봐야지 결심중.

7.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2013.

정말 수시로 깔깔거리며 읽었다. 어떻게 그 다양한 세계사를 한 개인의 역사로 다 엮을 수가 있는지 재주가 놀랍다고 생각. 너무 어처구니없는 우연의 연속이더라도 암튼 그 모든 사건을 하나로 관통시킨 역량과 유머는 높이 사줄만 하다. ㅋㅋ 게다가 트렌디한 번역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한 발랄경쾌한 번역체도 인상적이었다. <와 시발, 진짜 대박 성경책이다!> 같은 문장을 수시로 번역서에서 만날 수 있다니!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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