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말려 죽이거나 썩혀 죽이면서도
기어코 또 화분을 들였다.

매년 한식을 맞아 식목일에 성묘를 다녀오면서 돌아오는 길에 화분을 사는 것이
당연한 전통처럼 되고 보니, 어제 심한 황사를 무릅쓰고 성묘를 다녀오면서도 어김없이
화원에 들렀던 것.
해마다 하나, 둘씩 늘어난 화분으로 거실 한귀퉁이를 이미 거의 화원처럼 초록으로 가꿔놓신 아버지가 또 화분 욕심을 내시는 걸 보며, 나 역시 지난번에 죽인 마리안느 화분이 빈 채로 놓여 있는 게 아쉬워 전날 미리 빈 화분을 트렁크에 실어 놓았더랬다.

일단 나는 예쁘기도 하면서 잘 안 죽는 식물로 추천해달라며 이것저것 고르다
넙적하고 길쭉한 입사귀가 열대식물을 닮은 녀석으로 골랐는데, 허걱 이제 생각하니 이름도 모르고 집어왔구나야. -_-;;

노란 칼라 꽃이 두 송이 피어있고, 이파리엔 좀이 슨듯 알금알금 미세한 구멍이 무늬처럼 들어간 화분도 샀는데, 과연 또 얼마만에 비보를 전하게 될지 두려움이 앞서면서도
초록을 가까이 한다는 게 뿌듯하다.

아버지의 금전수
나의 이름모를 화분과 노란 칼라
큰동생네가 산 넙적한 산세베리아
정민공주의 아기별꽃

분명 아버지만 실하고 튼튼하게 새 식구를 키워내시겠지만
나머지 마의 손들도 제법 오래 초록을 가꿔나가기를 빌어본다.

가끔은 생명력 질긴 녀석이 내 변덕스러운 보살핌에도 꿋꿋하게 살아주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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