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허허 ㅠㅠ

투덜일기 2013. 7. 20. 16:45

조금 전 동네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에 마트엘 들렀다 나오니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곧 그칠 것 같아서 마트 천막 밑에 서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빗속에서 노인 한분이 비틀비틀 걸어오고 있었다. 풍을 맞으셨는지 몸놀림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운데다 목발까지 짚고서 절뚝절뚝 쏟아지는 비를 피해 마트 입구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여든 살은 넘으셨을 듯한데 점퍼가 이미 다 젖었다. 나도 모르게 빗속으로 나가 손을 뻗었다. 순간 웬 오지랖인가 싶으면서도 그냥 지켜보고만 있기가 심히 찔렸던 것 같다. 우리 할아버지도 말년에는 지팡이를 짚으시고도 균형잡기가 어려운지 종종걸음으로 걸으셨다.
암튼 목발을 짚지 않은 노인의 손을 잡고 마트 천막아래로 모셔다드리고나니 노인이 나직이 말씀하셨다.

아주머니, 고마워요.

그러고는 마트 안으로 절뚝절뚝 들어가시는데... 천막아래 서 있던 나는 돌연 서글픔에 휩싸이며 웃음이 실실 나오면서 '웃프다'는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나름 야구모자에 땡땡이 배낭도 매긴했지만 민낯에 허름한 티셔츠 차림으로 뭘 바란거냐! 아무리 낮춰보아도 기껏해야 마흔 안팎일텐데 아주머니지 그럼 니가 학생으로 보일줄 알았냐! ㅠㅠ 어머님이나 사모님 호칭보다야 낫지 뭘...
그러면서도 여든살 노인한테 아주머니라고 불린 충격(? 아 왜?)에 아직 덜 그친 소나기 속으로 나서고야 말았다. 혹시... 손에 들고 있던 방울토마토 상자 때문일지도 몰라... 라고 애써 변명하면서.

앞으로도 점점 늘어나는 내 나이와 그에 상응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적응하는 날이 과연 올까... 흣.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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