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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집 불만

투덜일기 2011. 10. 27. 17:25

지난번 추석때였나. 두 올케와 둘러앉아 명절노동에 힘쓰는 도중에 둘이 입을 모아 말했다. 언니, 옛날에도 좀 까칠했지만 요샌 심히 까칠해졌어요, 라고. 스스로 까칠한 인간인 건 알고 있었어도 '심히' 티나게 그 소양이 발전했다니 좀 찔렸다. 원래도 버럭버럭 화를 잘 내는데 동생들한테도 그랬었나? -_-a 며칠 전엔 동생이 뭘 부탁한 일로 통화를 하다가 막 언성을 높이며 쪼잔하게 굴었더니(분노의 대상이 동생은 아니었다), 전화기 너머 저쪽에서 큰동생이 길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쯧쯧, 이 누나를 어쩌면 좋으냐고 속으로 중얼대는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듯했다. 그렇다고 사소한 불평불만을 속으로 삭이고만 있을 배포는 안되니 또 단순하게 투덜투덜 구시렁구시렁.

오늘은 후배랑 시내에서 점심 먹을 일이 있어, 이왕이면 매상 올려준다고 안국동 트윈트리타워에 가서 수제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먹고는 건물 1층에 있는 Think Coffee로 수다자리를 옮겼다. 나는 이미 커피를 한잔 마셨으므로 아메리카노 작은 걸(S, 3800원)로 두잔 주문하며 머그잔에 담아 달랬더니 머그잔 커피는 중간 크기(M, 4300원)부터 판매한다고 했다. 엥? 뭐시라고? 머그잔이 크면 거기 양껏 담아주면 되지 머그잔으로 마시려면 큰 걸로 주문하라는 시스템은 또 뭐냐? 은근 빈정이 상했다. 그제야 카운터 옆에 세워놓은 컵 사이즈가 눈에 들어왔다. 별다방 콩다방을 비롯한 커피집엘 내가 요즘 잘 안다녀 거기도 최근 바뀌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작은 크기 컵이 아 글쎄 겨우 자판기 종이컵 만한 게 아닌가! 공정무역이니 저온 로스팅이니 어쩌니 해도 Think Coffee가 별로 맛은 없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는데, 게다가 양까지 적다니 돌연 화가 났다. 어쨌든 나는 머그잔에 나름 양껏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므로 돈을 천원 더 내고 크기를 바꿨다.

투덜투덜 자리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으려니 좀 있다가 카운터에서 아메리카노 두 잔이 나왔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데 떡하니 종이컵에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철저한 환경주의자는 아니지만 일부러 종이컵에 안먹고 머그잔에 마시려고 사이즈까지 바꿨는데 종이컵에 담아주는 무신경함은 뭐냐고! 우리가 시킨 거 아닐지도 몰라 재차 확인했다니 맞단다. 와락 열이 오른 내가 머그잔 주문했는데 어찌된 거냐고 따졌다. (까칠해지면 소심이에서 돌연 쌈닭모드로 변신!) 그제야 머그컵에 다시 담아주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얼빵한 직원... 만약에 머그잔이 보온중이었다면 나는 그러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직원이 집어드는 머그잔은 그냥 선반 꼭대기에 아무렇게나 엎어져 있는 것들이었다. 이미 종이컵에 따랐던 커피를 다시 차가운 머그잔에 부어 주겠다는 거냐!? 또 한번 열받음 -_-;; 나는 일그러진 얼굴로 됐다고 말하며 그냥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점심시간 이후라 거의 빈자리 없아 바글거리는 사람들 모두 플라스틱컵 아니면 종이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보나마나 빤했다. 직원들이 머그잔 설거지하기가 싫었겠지! 콩다방에서 알바를 했던 후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매장 인원이라는 게 빤한데 설거지까지 하려면 시간없고 힘들어서 굳이 원하는 손님이 아니면 모르는 척 종이컵에 준다고. 그리고 제일 진상손님은 조각 케이크 시켜서 먹으며 접시와 포크 뿐만 아니라 머그잔과 쟁반에 크림 묻혀서 설거지 복잡하게 만드는 인간이라고. 보통 쟁반은 행주로 슥~ 닦고 만다는데, 쟁반 설거지까지 하려면 싫기야 싫겠지. 하지만 그게 그들이 해야할 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 커피전문점들의 시급이 최저임금수준이고 그들이 노동력 착취를 당하는 현실 때문에, 노고를 감해주는 의미로 소비자가 종이컵을 무조건 수용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고용주와 노동자간에 사회가 개입하여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머그잔과 종이컵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몫인데, 머그잔에 달라는 손님까지 종이컵에 담아주는 건 대체 무슨 무대포 정신일까나. 커피는 따뜻한 머그잔에 마셔야 제맛이란 말이다, 이놈들아! 이런 지경이니 어떤 진기한 커피를 시켰더라도 맛있을 리 없었지만 냉정히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정녕 맛있는 커피는 아니었다. 흐리지도 않은데 밍밍한 건 뭔지. 차라리 햄버거집 커피가 더 훌륭했음.

수다를 이어가면서도 내 머리 한 구석엔 계속 한 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Think Coffee 안되겠네. 담에 다신 오나 봐라. 담부터는 옆동에 있는 별다방에 갈 거다. (실은 두번째 방문이었는데 처음 갔을 땐 밤이라 카모마일차를 시켰고 머그잔에 달라고 했었음. 나중에 합류한 일행은 별 말 안했는지 종이컵에 커피를 받아왔고.) 커피집 게시판에 소비자불만 올릴까? 확 가열찬 불매운동을 펼칠까? +_+ 니들 까칠한 인간 잘못 건드렸어! 소비자 입장 대신 이젠 업주 입장에서 요식업계(?) 비즈니스를 바라보게된 동생들은 아마도 띨빵한 직원이 깜빡하고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뭐 그리 쪼잔하게 속을 끓이냐고 한 마디 할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마음 상한 건 절대 안 잊는 뒤끝 엄청 긴 쪼잔한 소인배인걸... 그리고 애당초 머그잔에 마시려면 작은사이즈 커피는 주문도 안된다고 하는 것부터 나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게시판 불만 접수나 불매운동 같은 건 게으름 덕분에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저 이런데다 하소연하고 마는 거지. 혹시라도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프랜차이즈 관계자 검색에 걸려 직원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다행인 거고 아님 마는 거고. 나야 뭐 다시 안가면 그만이니까... 와이파이 잡으려면 비밀번호 입력해야하는 것도 불편했다고! 흥! 융통성없고 요령 없는 그 직원은 끝까지 정점을 찍었다. 매장을 나서며 마침 출입구가 음료 내주는 데 바로 옆이라 빈 컵과 쟁반을 내밀었더니 (다른 커피집은 그러면 주방까지 가져다준데 오히려 감사하며 선뜻 받지 않나?) 굳이 구석쪽 반납대를 가리키며 거기다 가져다 놓으라고 명령하시더군. 우엑~! 혹시나 커피집 관계자가 와보고선, 예전 허위학력 건축가처럼 무작정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이라 티스토리에 삭제를 청구하는 사태가 발생하려나 어쩌려나 두고볼 작정이다. 미리 말해두자면 정식 법적 소송이 아닌 한 티스토리측에서도 한달간 글 비공개로 해뒀다가 다시 공개하는 걸로 마무리됐으니 나도 겁날 거 없다. 정당한 소비자 불만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면 더더욱 그 커피집 영업방침을 알게되겠지. 분명 말해두지만 나는 얼토당토않게 괜히 트집잡는 블랙슈머가 아니고 단지 종이컵 두개 소비 안 되도록, 또한 잘 안식는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가 '무시당한' 일개 힘없는 소비자일 뿐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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