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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7 미국산 스테이크? 8

2008년 이후 원산지를 속여 판 미국산 쇠고기 물량이 4백톤 가까이 된다는 뉴스를 보니, 까먹은 포스팅이 떠올랐다. 당시엔 분기탱천하여 곧장 포스팅하겠다 마음 먹어놓고, 왜 까먹었을까나.

얼마 전 모임에서 어쩌다보니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게 됐다. 소수 인원이라면 몰라도 6-7명쯤 되는 인원이 돌연 레스토랑에 떼로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다니 좀 뜬금없는 일이었는데, CJ 계열사에 다니는 후배 하나가  그날 하필 여자친구도 데려왔겠다 뭔가 우아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직원가 할인을 꽤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다들 순순히 응했다. 주말이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이미 두어번 퇴짜를 맞은 뒤끝이어서, 예약을 안하면 거의 자리잡기도 어려운 듯한 분위기(들어가자마자 예약하셨느냐고 묻더군;;)에 7명이 6명 좌석에 끼어앉기로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광교쪽 종로통 단독 건물의 4층엔 와인까지 시켜놓고 분위기를 잡은 연인이나 가족들이 주 고객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왁자지껄 메뉴판을 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최고급 스테이크의 가격이 10만원을 넘기는 것이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5, 6만원대의 중간가격 스테이크가 무려 <미국산>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꼼꼼이 메뉴를 읽어보니 프라임 어쩌구라면서 10만원 넘는 최고급 스테이크와 3만4천원짜리 안심 스테이크 딱 두 종류만 국내산 쇠고기고, 그 중간 가격대 메뉴와 제일 싼 2만2천원짜리 찹스테이크까지 전부 미국산 쇠고기였다. 우엑~!

웬만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도 호주산 쇠고기를 쓰던데, 어째서 거긴 미국산 쇠고기를 그렇게 비싸게 받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TV에도 노상 미국산 쇠고기를 선전해대는 수입업자측과 정부가 설마 대기업 CJ에 압력을 넣었을라고? 어쨌거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에 엄마랑 조카까지 데려가 촛불을 불태웠던 내가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먹을 순 없는 일, 선택의 여지는 안심스테이크 딱 하나 뿐이었다. 10만원 넘는 스테이크를 내 돈 주고 사먹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음식점에 가서 여러명이 다 똑같은 메뉴로 <통일>하는 거 정말 촌스럽고 싫은 행동이라 여기지만, 그날 우린 어쩔 수 없었다. 까칠하게 내가 미국산 쇠고기는 먹을 수 없다고 말했으니 다른 애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했을 수도 있겠으나, 우린 계속 CJ 다니는 후배에게 제발 회사 게시판에 항의 좀 하라고 놀려댔다. 단둘이 와도 풀코스로 와인까지 시키고 부가세 포함하면 수십만원은 쉽사리 넘길 고급 스테이크집에 미국산 쇠고기가 웬말이냐고!

문제의 안심스테이크. 280g이라고 적혀있던 것 같은데 참.. 조촐하다

국내산이라는 메뉴 표기를 믿고 다들 안심스테이크를 시켜 먹기는 했지만 나는 속으로 매우 찜찜했다. 혹 국내산 쇠고기 안심이 아니면 어쩐다? 원산지 표시를 속였거나, 요리사가 실수로 미국산 쇠고기랑 국내산 쇠고기의 저장고를 혼동했다면? 마침 국내산 안심이 떨어져 에라 모르겠다 미국산 안심을 대신 내놓은 거라면? +_+ 밖에 나가 먹을 땐 어쩔 수 없이 호주산 쇠고기까지 허용하지만(사실 원산지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음식점에서도 쇠고기는 잘 사먹지도 않는다!), 집에서 먹는 쇠고기는 아무리 비싸도 한우를 고집하고 있거늘(비싸면 차라리 먹는 횟수를 줄이는 편이다). 젠장. 부가세 포함 4만원 가까이 되는 스테이크가 미국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씹어 삼키면서도 영 맛이 나질 않았다. 그뿐인가! 나눠 먹으려고 시킨 시저샐러드엔 하필 큼지막한 앤초비가 생선형체 그대로 막 놓여있어 비린내가 나질 않나... ㅠ.ㅠ 원래 앤초비는 곧 이탈리아 멸치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피자나 파스타에 들어가 익은 것은 그나마 눈 딱감고 먹어줄 수 있지만 날것은 도저히... 흑흑.

나중에 알고보니 그곳은 미국식 본고장 스테이크를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생겨난 음식점이라나. 그러니 당연히 미국산 쇠고기를 써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땐 원산지에 대한 별 생각없이 우적우적 스테이크를 먹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광우병을 우려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했던 건, 미국내에선 유통되지도 않는 18개월 이상 쇠고기와 부산물까지도 규제없이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규! 질 낮은 중국산 농산물과 공산품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이윤추구를 위하여 무조건 <싼것>만 찾는 우리나라 무역업자들이 더 문제임을 잘 알고 있듯, 사람들의 안전보다는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무슨 짓을 못할까 나는 항상 그게 더 걱정이다. 보란듯이 원산지를 속여파는 인간들이 끊임없이 존재하는 현실도 한몫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려나 결론은 한 가지. 가격대비 별로 맛도 없고 번거로워 코웃음쳤던 <더플레이스>에 이어, <더 스테이크 하우스>에도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 하는 짓이야 늘 그렇지만, 특히나 삼성일가가 하는 일이 뻔하겠지만, CJ 그럼 안되지.. 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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