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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문답?

놀잇감 2006. 12. 28. 17:53
키드님이 요구하시니 또 낼름 퍼다가 실시~!

좋아하는 것에 대한 문답인지, 키드님도 제목을 잘 모른다 하셨는데 좋아하는 것이든 취향이든 암튼 이럴 때 드러나는 이웃 블로거들의 성격이나 취향이 나도 참 재미나다 여기므로
성심껏 답해보려 함.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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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귤, 홍시

추억주머니 2006. 12. 1. 05:11
드디어 겨울이 오고야 말았다.
영하 날씨에야 차마 가을타령을 할 수야 없는 것.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영하권으로 떨어진 그저께
나는 가을의 冬死(동사)를 애도하는 의미로 아예 집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 동안 冬眠(동면)했다. -.-;;
(요새는 벨로가 블로그 안하니깐 음독은 생략 ^^;;)
((생략했다가 키드님의 요청으로 급 수정했음^^;;))
그러더니 급기야 어제는 눈까지 내리더군.
나도 이젠 어쩔 수 없이
가을의 바짓가랑이를 놓아주고 찾아온 겨울을 맞아야 한다.

추워지면 좀처럼 몸을 옴쭉달싹하기 싫어하는 '여름형' 인간이지만
그래도 겨울에 내가 좋아하는 게 있긴 하다.
, 홍시, .
사실 귤과 홍시는 하우스재배와 저장법이 발달되면서 반드시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이 가장 제맛 아닌가.

중학교때였나..
이 너무 비쌀 땐 사먹을 생각도 못하다가 드디어 겨울이 되어 귤이 쏟아져 나오면
한 박스씩 집에 쟁여놓고 엄마랑 둘이 한번에 몇 개씩, 심할 때는 10개까지도 야금야금 까먹는
바람에 손바닥이 완전히 노래지는 일시황달에 걸려 병원에 간 적도 있었다.
물론 처음엔 일시황달이 귤 때문일 리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몹시 놀랐는데,
의사가 귤을 많이 좋아하나보다면서, 겨울 지나고 귤 떨어지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냥 돌려보냈더랬다.

어찌된 영문인지 요샌 거의 일년 내내 귤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같지만
재주소년의 노래 '귤'처럼
과일가게에 온통 노랗게 귤이 깔리면 드디어 찬바람이 불 거라는 예고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굳이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살얼음 깨물듯 과즙 많고 시원한 귤을 먹는 묘미는
역시 겨울이라야 제격이다.

빠알갛게 익은 홍시 역시 귤과 함께 겨울에 먹어줘야할 대표적인 과일!
말랑말랑해서 주로 할머니들이 좋아하신다는 홍시는 나에게도 할머니와 관련된 추억이 많다.
어려운 시절을 오래 보내신 탓인지, 우리 친할머니는 홍시를 드실 때 절대로 혼자서
한 개를 다 안 드셨다.
말년엔 워낙 양도 적으셨지만, 아무튼 할머닌 '우리 홍시 하나 먹을까..' 그러면서
꼭 납작한 홍시를 절반 잘라 나에게 주셨는데
과일 대장인 나는 홍시 반쪽으로 영 양이 차지 않았고,
얼른 반쪽을 다 먹고 난 뒤엔 또 홍시를 하나 반으로 갈라 일단 반쪽만 냠냠 먹어주었다.
남은 반쪽은 할머니께 권하기도 했지만, 몇분쯤 두었다간 결국 내가 낼름 먹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난 오래도록 납작한 홍시는 '꼭' 절반씩 갈라서 먹어야하는 걸로 알았고
친구집에 갔을 땐가, 홍시를 통째로 귤까듯 껍질을 얇게 벗겨 베어 먹는 걸 보고 약간은 충격을 받았으며, 지금도 뾰족한 대봉시가 아닌 납작한 홍시는 '반드시' 반으로 갈라 먹는다.

우리 외할머니도 홍시를 참 좋아하셨는데, 워낙 통이 큰 분이시라
외할머닌 가을이 되면 어디론가 사람을 보내 아예 덜 숙성된 홍시 감을 몇박스쯤 사오게 하셨다.
주로 '대봉'이라고 불리는 뾰족한 모양의 홍시였다.
억지로 숙성시킨 것보다는
항아리에 켜켜로 앉혀 익혀 겨울 내내 먹으면 맛이 있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리곤 내가 놀러가면 사랑방에 있는 항아리에서 잘 익은 놈으로 골라주시거나
나중에 거동이 불편하실 땐 이모나 나에게 맛있게 생긴 놈으로 골라오라 하셨다.
사먹는 홍시도 맛있지만.. 그렇게 외할머니가 항아리에 담아 익혀주신 홍시는 완전히 꿀맛이었고, 워낙 커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요샌 대봉시를 얼렸다가 여름에 무슨 대단한 별미나 되는 것처럼 백화점에서 비싼 값에
팔기도 하지만, 겨울 사랑방에서 살짝 얼듯말듯 차가워진 우리 외할머니표 대봉시만큼 맛있는 감은 두번 다시 맛볼 수 없을 것 같다.

할머니 닮아서 홍시를 몹시 좋아하는 울 엄마 역시
얼마 전부터 큼지막한 대봉시를 잔뜩 사놓고는 뒷베란다에 내놓고 이리저리 매만지다
잘 익은 놈으로 하나씩 골라 드시면서 몹시 뿌듯해하고 있다.
당뇨 때문에 달디단 홍시는 좀 걱정이 돼 내가 만날 눈을 흘기는데도, 전혀 소용이 없다.
ㅎㅎㅎ
그래도 홍시 안 먹고 운동 안하는 것보다는, 홍시 먹고 내 등쌀에 못 이겨 엄마가 운동 나가시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
물론 어젠 첫눈 온다고 사방에서 날아온 문자 메시지 때문에 나도 밖을 내다보긴 했지만
그리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모름지기 눈이란 더러운 세상을 뽀얗게 뒤덮어주어야 제맛이 아니겠나.
함박눈으로 펑펑 쏟아지긴 했어도, 땅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는 걸 보니 아쉽기만 하더군.
게다가 예전처럼 용감하게 맞고 돌아다닐 수도 없을 만큼 눈도 공해에 찌들어
우산으로 막아야하는 눈... 확실히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럼에도 눈이 내리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설레고 푸근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그런 마음보다는 녹은 눈 때문에 질척거리는 길에 대한 짜증과
눈이 얼어 빙판길이라도 되면 우리 동네 언덕 내려갈 걱정이 더 커지기도 하지만
아직도 눈이 펑펑 내려 많이 쌓이면 뛰쳐나가 작은 눈사람이라도 만들고픈 충동을 버리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2년전 때아니게 3월에 내린 폭설로 내가 만든 눈사람 사진이나
퍼와야겠다. (정민이가 인어공주 눈사람이라고 불렀던 사진 ^^;;)

그러면서 이왕 와버린 겨울, 까짓것.. 하면서 보낼 수 있기를 빌어야지.
까짓것.. 석달만 참으면 봄이 오겠지 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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