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에 대한 문답인지, 키드님도 제목을 잘 모른다 하셨는데 좋아하는 것이든 취향이든 암튼 이럴 때 드러나는 이웃 블로거들의 성격이나 취향이 나도 참 재미나다 여기므로
성심껏 답해보려 함.
당신이 좋아하는 케이크의 종류는
단연 1번은 티라미수 케이크!
2번은 아마도 초콜릿 무스 케이크일 듯 하고, 달지 않고 맛이 몹시 진한 치즈 케이크도 좋아하지만 측근 가운데 케이크 한 판을 거의 혼자 먹다시피 하는 J양과 달리 나는 한 조각 정도로 만족하는 편.
가끔 케이크나 초콜릿이 죽도록 먹고 싶어 홀로 조각 케이크와 커피를 사먹기도 하지만, 사실 '단 것'을 그리 즐기진 않는다. ^^;;
당신이 좋아하는 음료는
아무래도 커피.. 라고 해야할 듯.
그렇치만 변덕이 심해서 기분에 따라 취향도 달라진다.
집에 있을 땐 달달하게 인스턴트 커피에 설탕과 가루 크림을 모두 넣은 게 맛있고
작업실에서 골똘히 일을 할 때는 약간 흐리게 내린 원두커피를 한두 주전자 거뜬하게 마시며 행복해 하고,
카페나 콩다방 같은 델 가서는 거의 어김없이 카푸치노를 마신다. 물론 설탕은 넣지 않고.
향기로운 커피와 구름처럼 둥둥 뜬 우유거품에 곁들인 계피가루의 조화는 너무도 환상적이어서 카푸치노를 만들어낸 이탈리아인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할 정도.
카푸치노를 좋아하게 된 건 내가 생전 처음 '카푸치노'란 예쁜 이름의 커피를 맛보게 된
1990년 뉴욕 첫 출장의 기억과도 맞물린다.
양키들 틈바구니에서 버벅대며 2주째 코피 터지도록 일만 하던 어느 날, 쿠바 난민출신의 다정한 동료 디자이너가 퇴근 후 데려가 사주었던 그 향기롭고 부드러운 카푸치노 맛은 평생 잊지 못할듯... *.*
당신이 좋아하는 과일은
새콤달콤한 과일은 다 좋아라 한다. 자두, 복숭아, 귤, 오렌지, 포도, 딸기, 체리, 사과 중에서도 홍옥!, 필리핀에서 처음 먹어본 망고스틴 같은 것들.. (같은 열대 고일이라도 파인애플은 이유 없이 싫더라)
반면에 달기만 한 과일은 싫다. 수박, 참외, 배, 망고.. 따위는 그냥 의무적으로 한 두 조각 먹어주는 정도.
특히 배는 어렸을 때 이른 바 갈비 뜯는 걸 시도한 뒤에 크게 배탈이 나 고생한 적이 있어서
더더욱 즐기지 않는다.
달기만 한 과일 가운데 유독 좋아하는 건 단감과 홍시.(홍시에 얽힌 추억은 할머니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언젠가 밝힌 적이 있음^^)
염색을 한다면 무슨 색으로
한때는 계속 짙은 갈색으로 전체 염색을 하거나 부분 탈색을 해본 적도 있지만
지금은 답답해 보일 정도로 까만 내 머리칼 색이 그냥 좋아 앞으로도 염색할 생각은 없다. 미용실에서 약품 냄새 맡으며 죽치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무엇보다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스티커 사진이 유행하던 시절 보라색 가발을 쓰고 찍은 사진이 몹시 마음에 들었던 적이 있어서 가능하다면 평생 한 번쯤 윤기나는 연보라색으로 시도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탈색을 전제로 한 보라색 염색에 윤기가 날 리 있겠나!) ^^'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음악에 워낙 무지하고 듣는 귀도 발달하지 못하여 장르 구분도 잘 모를 뿐더러, 싫증도 잘 내는 편이라 한 가지만 주야장천 듣지는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스팅이라면야 언제라도 들어줄 수 있지만...
돈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두말할 것 없이 세계일주!
일단 유럽으로 날아가서, 거기선 그리 비싸지 않은 미니쿠퍼를 산 다음 지도책과 네비게이션을 장만해 유럽 전 지역을 떠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휴양지나 한적한 마을에서 호화롭게 유유자적 탱자탱자 놀련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지중해 연안도 돌아보고, 아프리카로 건너갔다가 남미부터 북미까지 휘휘 돌아다닌 후 일본을 거쳐 반드시 우리나라로 돌아온다.
유럽에서 탔던 미니쿠퍼는 배편으로 한국으로 이미 보낸 터. ^_________________^
지금껏 여행을 그리 많이 다니진 않았지만, 나라가 개판이라며 다들 지지고복고 난리를 쳐도 그래도 살기엔 이 나라만한 데가 없다고 확신한다. 내 소중한 재산인 사람들과 가족이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기도 하고.
그런데 돈의 구애를 받지 않더라도, 번역 일은 1년에 한두 권 쯤 계속 하고 싶다.
만날 놀기만 하면 좀이 쑤실 것도 같아서 ㅋㅋ
가장 재미있게 한 게임은 무엇
두뇌가 단순한 탓인지, 복잡한 게임은 고사하고 비교적 단순한 게임도 잘 못하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한때 온 식구들이 테트리스 게임에 심취해 최고 점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때도 있었지만, 그때도 늘 일찍 포기하는 편이었고 기껏해야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린 지뢰찾기, 프리셀, 스파이더 카드놀이를 하거나, zookeeper를 하는 정도.
당신이 좋아하는 향기는
어린 아기가 풍기는 향긋한 젖내.
갓 갈아 내린 그윽한 커피 향 (개인적으로 별다방보다 콩다방의 부드러운 커피향이 훨씬 좋다!)
어렸을 때 엄마 냄새라고 생각했던, 정의하지 못할 체취와 화장품 냄새가 뒤섞인 아련한 추억의 향기.
샤넬 향수 샹스.
새책을 처음 펼쳤을 때 얼핏 풍기는 종이와 잉크 냄새.
어렸을 때 할머니가 무쇠 솥에서 긁어 나한테만 몰래 주시던 누룽지 냄새.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려고 합니다. 무슨 색을?
20대 때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바르고 다니기도 했지만
이젠 매니큐어를 칠하면 손톱이 답답해서 호흡마저 가빠지는 느낌이라
여름에 발톱에만 칠하고 있는데.. 굳이 손톱에도 칠해야 한다면
지금도 화장대에 새것인 채로 서 있는 아주 연한 분홍장미색을 바르거나
지금도 울 조카 손톱에 재미삼아 그려주듯 빨간색과 노랑, 초록 따위로 점점이 꽃잎을 찍어 그리고 탑코트를 발라 나만의 네일아트를 시도할지도 모르겠다. ㅋㅋ
아..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주르륵 적어놓고 보니 대책없이 행복해져
절로 미소가 흐른다.
행복이란 이렇게 소박한 것이란 걸 깨닫게 해준 키드님의 옆구리 찌르기에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