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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2 때아닌 스누피 열풍 10
  2. 2011.10.13 택배 없던 시절엔... 5

2011년 최고의 발견으로 손꼽기도 했던 스누피 스트리트 페어 게임에 여전히 심취하여 계속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며칠 전엔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또 게임이 업그레이드 돼, 막 흥분하는 바람에 하루에 딱 두번 잠깐씩만 하기로 했던 결심도 무너지고 말았다. 그동안엔 일단 캐릭터와 아이템을 장만해놓으면 언제 다시 들어가든, 사라지거나 망가지는 일 없이 저절로 지들이 알아서 돈을 벌어주고 있었는데 요번에 생겨난 화단은 적정 시간을 넘기면 꽃이 시들어 죽어버리니 어쩌란 말이냐! 꽃 피는 시간 기억해뒀다가 죽기 전에 얼른 옮겨 심으러 다시 들어가는 수밖에. ^^;

아무튼 스누피 게임 덕분에 스누피에 대한 열정이 새삼 피어나고 있다. 무려 60여년 전(1950년이라는 듯;;)에 탄생했다는 스누피와 친구들을 나는 처음 언제 알았는지 그걸 잘 모르겠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워낙 선풍적으로 인기였기 때문에, 어려선 종종 스누피 그림이 들어간 일제 문구용품을 탐냈다.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집에서 보던 신문에 번역된 스누피 만화가 실렸던 던 것 같다. 원래도 신문 볼 때 맨 마지막 페이지 안쪽을 열어 4컷짜리 만화를 제일 먼저 보곤 했는데, 스누피는 주말판에만 실렸던가... 어디서 봤든 암튼 나는 엉뚱하고 냉소적이고 시큰둥하고 투덜대는 캐릭터가 많은 스누피 만화가 마음에 꼭 들었다. 물론 때때로 알콩달콩 로맨스와 풋사랑이 넘쳐나기도 했고.

학교 다닐 때 누군가 내게 '루시'를 닮았다는 말도 했다. 납작하고 동그란 코가 두드러지는 옆모습이 특히 닮았다나 뭐라나;; 위 그림에서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애가 루시인데, 만화 속에선 저렇게 착하게 웃는 모습보다 주로 못되게 심술을 부리는 캐릭터다. 특히 찰리 브라운을 몹시 못살게 굴며 무시하는 일이 많고, 친동생인 라이너스 형제한테도 워낙 못되게 구는 인물이라 그리 좋아하는 별명은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공필수 과목에서 매주 일주일치 사설로 쪽지시험을 봐야하는 처지여서 어쩔 수 없이 영자신문을 매일 봐야 했는데, 다행히 그때도 스누피 만화가 연재되고 있었다. 대개는 신문 사는 값도 아까워 학교 복사실에서 사설 부분만 복사하는 일이 많았으나, 스누피 만화가 나오는 날은 일부러 신문을 샀다. 근데 애들이 막 철학적인 사유를 하는 터라 사전을 찾아봐야할 때도 꽤 있었다. 만화 하나도 사전 찾으며 봐야하는 영문과 학생이라고 비참해 하면서... ^^;

암튼 최근 매일같이 스누피 게임을 하면서 문득 책장에 오래된 스누피 책도 갖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테두리가 좀 헐긴 했어도 여전히 화려찬란한 스누피 책을 꺼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샀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예전엔 책을 사면 꼭 면지에 언제 어디서 누구랑 사거나 누구에게 받았는지 기록해두는 버릇이 있었는데,

27년 된 정가 2500원짜리 스누피 책

1985년 생일에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책을 선물한 친구는 그해 미국으로 이민가 아직도 LA에서 살고 있다. 뜻밖의 깨달음에 득달같이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내며, 기억 나느냐고 물으니 금시초문이란다. 하기야 뭐 선물 받은 나도 까먹은 마당이렸다. 찰스 슐츠가 원래 이런 책도 썼는지, 출판사에서 사랑과 관련된 글귀와 그림만 발췌해 편집한 것인지 그건 알 수 없으나 그림 하나하나에서 그간 까먹었던 스누피 친구들의 관계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맞다, 찰리 브라운은 패티랑 사귀는 사이였다. 못되처먹은 루시도 음악하는 남자는 매력적이라며 피아노맨 슈로더를 짝사랑했었다. 찰리 동생 샐리도 라이너스랑 친했고...

무려 27년된 스누피 책이라며 책 내용도 사진을 찍어 막 자랑했더니, 촌스러운 원색 색감이 딱 그래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랗고 빨갛고 샛분홍에 진초록, 진짜 알록달록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요즘 만든다면 분명 원색이라도 색감이 이렇진 않을 것 같다. 책 표지의 '스누우피-의' 표기는 또 어떻고! ㅋㅋㅋ



이 책만 발견하고 말았다면 굳이 포스팅까지 할 마음이 없었을 텐데, 방학때 와서 자고 간 지환이가 요상한 마법사 놀이를 하느라 여기저기에서 온갖 소품을 죄다 끄집어내다 장롱 구석에서 또 스누피 아이템을 하나 발견했다. 역시나 올해로 역사가 12년이나 된 물건이다.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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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인데도 택배가 없던 시절엔 어떻게 살았었는지 모르겠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좀체 나가고 싶지 않은 게르음뱅이로 살다가 그런 나날이 보름이상 이어지면 또 압력솥 꼭지를 틀어 증기를 배출하듯 콧바람을 쐬어 팽팽해진 무료함을 달래주어야 할 것 같은 삶의 연속인데, 그렇게 간만의 외출을 하더라도 쇼핑은 온전한 출타목적에서 제외된다. 지나는 길에 눈에 띈 물건을 얼른 사는 건 또 몰라도 말이다.

얼마전 홍대 와우북페스티벌에 가서 책을 고르며 사람에 치이기도 했지만 돌아와서 죽도록 피곤했던 이유는 눈요기로만 하는 것이든 실제 물건을 사는 것이든 하도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져 이제는 직접 발품 팔아 하는 쇼핑이 드물어졌기 때문인 듯하다. 뭐니뭐니해도 옷과 신발은 직접 가서 걸쳐보고 사야한다고 아직도 믿지만, '무료반품' 혜택까지 있는 경우엔 겁없이 덜컥덜컥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에도 뭔가를 지를때 한참 고민하는 성격이라 신중히 머리를 하도 굴리다보니 실패율은 그리 높지 않다. 최근 몇해동안을 따져봐도 반품한 횟수는 두어번 정도?

아무튼 이달 들어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택배가 왔다. 주변에 부는 운동화 열풍에 따라 검색하다 엉뚱하게 고른 밤색 옥스포드화, 옷을 사줄 땐 함께 가서 고르기로 한 원칙을 깨고, 반품할 각오를 하고 산 엄마 옷(다행히 마담사이즈라 익숙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브랜드라 성공했다), 두피관리에 좋다는 샴푸(벌써 두번째 구매), 검정콩 미숫가루(역시나 두번째 구매), 늘 쓰는 수분크림과 핸드크림, 장난감과 문방구(요맘때 정기세일을 하는 텐바이텐에서 또 사줘야 제맛이지), TV볼 때 쓸 목베개, 커피원두, 책, 내가 주문한 건 아니지만 외삼촌이 보내신 고구마까지. 어떤 날은 택배가 두 건이나 오는 날도 있었는데, 골목에 지나가는 차만 봐도 미친듯이 짖어대는 아래층 똥개 때문에 택배 오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다. 놈이 좀 요란하게 짖어대야지!

다른 데서 쇼핑했는데 택배회사가 같아 이틀 내리 같은 분께 택배상자를 받게 되면 슬며시 민망하다. 이 사람은 뭘 이렇게 연일 사들이나 짜증낼 것 같아서(우리집 골목이 협소하여 운전에 미숙하거나 너무 큰 택배 트럭은 골목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와 배달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랫집들의 경우를 보아도 며칠에 한번은 택배가 오는 것으로 보아 (똥개가 워낙 크게 짖어대는 데다가 택배 아저씨들이 계단 아래부터 받는 이의 이름을 크게 외치므로 내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ㅋㅋ) 홈쇼핑에 탐닉하는 것 나뿐이 아닌 모양이다. 온라인 쇼핑 없을 땐 다들 어떻게 살았대그래!

오늘 도착한 플레이모빌(이건 세일도 안하는데 조카한테 상으로 하나 사주기로 한 김에 내것까지 또 구매)을 조립해 선반에 올려놓고, 종류별로 골라 산 '우표' 스티커를 문방구 상자에 넣어두며(거의 쓰지도 않고 보기만 할 거면서!) 어찌나 뿌듯한지 웃음이 실실 났다. 앞으로 누가 물으면 인터넷 쇼핑과 택배상자 받기가 취미라고 할까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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