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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모기

투덜일기 2011. 11. 21. 02:26

잠결에 오른쪽 귓가에서 앵~ 모기 소리를 들었다. 모기와의 동침은 있을 수 없는 법. 알고서야 그냥 잘수가 없었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딸깍 전등을 켰다. 잠결에도 얼른 안경을 찾아 쓰고 눈에 초점을 모아 사방을 살폈다. 갑작스레 전등이 켜지면 모기란 놈도 멀리 도망가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하얀 벽에 꼼짝않고 붙어 있었다. 뒷걸음질을 쳐 휴지를 뽑아들고는 살그머니 다가가 단숨에 후려쳤다. 벽과 휴지에 놈의 새빨간 선혈이 묻어났다. 쯧쯧쯧... 가엾은 엄니가 한방 물리셨나보구만. 그래도 내가 복수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불을 끄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 근데 엄마를 물어뜯은 모기가 어떻게 닫은 문새를 뚫고 내방으로 들어왔을까 잠결에 의문이 들었으나 궁금증보다는 잠이 우선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목덜미에 딱 드라큘라 흡입자국 위치에 난 빨간 자국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때려잡은 모기는 바로 내 피를 실컷 빨아먹고서 몸이 무거워 유난히 요란하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던 놈이었다는 것을. 우어어어!!! 잡았으니망정이지 그냥 놓쳤더라면 얼마나 더 약이 올랐을까. 날이 추워져도 좀체 사라질 줄 모르는 빌어먹을 모기들!

요즘 거의 평균 하루에 세 마리꼴로 모기를 때려잡고 있다. 문틈을 다 막아놓아도 화장실 배수구로 들어온다기에 일부러 배수구 위에 대야를 얹어 원천봉쇄를 하는데도 모기들이 수시로 출몰을 한다. 마트엔 모기매트도 철수했대서 더 살 수도 없는데 젠장! 뿌리는 모기약으로 승부를 걸어보지만, 허브향으로 산 탓인지 살충능력이 별로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얼핏 맞아서는 어림도 없고 직접 두어번은 쏘아주어야 겨우 죽으니 원. 하기야 살충성분이 너무 강하면 사람에게도 해롭다던가. -_-;

그동안 모기들은 주로 우리가 현관문을 열고 닫을 때 따라들어왔다. 옛날 속담을 곧이곧대로 믿으시는 엄마는 처서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지기 때문에 물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지난주 가을모기에게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략당하고는 가까스로 그 믿음을 버렸다. 요새 모기는 겨울에도 펄펄 살아 날뛰는 것을! 어제도 세 마리나 죽였으니 온종일 현관문을 열지 않고 지나간 일요일엔 날아다니는 모기가 없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도 조금 전 두마리를 사살했다. 급한 마음에 모기 스프레이를 찾을 새도 없이 손바닥으로 날아가는 모기를 잡고나면, 안데르센 동화였던가 그림동화에서 '한방에 일곱'이라고 적은 띠를 두르고 영웅 취급을 받았던 소년 생각이 난다. 한방에 일곱은 아니지만 하루에 서넛은 나도 퍽퍽 해치우고 있다. 혹시 화분 받침에 물이 고이면 거기다 모기가 알을 낳을 수도 있대서 확인해봤지만 장구벌레 같은 건 없다. 다만 잎이 무성한 화분에 모기들이 숨어있을 확률이 높긴 하다. 지난 여름 앵두나무에도 그렇게 모기들이 많이 숨어있더니만!

드디어 영하권으로 떨어진 서울 날씨. 현관문 밖에 진을 치고 있던 모기들은 이제 드디어 다 얼어죽었으려나? 아니면 교활하게도 또 어느 하수구로 다들 숨어들어 배수구를 막아놓은 목욕탕 대야가 열릴 순간을 노리고 있으려나? 지금도 모기를 유인하느라 요란하게 숨을 내뱉는 중이다. 어쩐지 한 마리 더 잡아 오늘의 평균량을 해치워야 안전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빌어먹을 모기야 어서 덤벼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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