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거알아요'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1.10.13 택배 없던 시절엔... 5
  2. 2011.08.29 팝업북 자랑 16
  3. 2011.07.26 홍유릉 12
  4. 2011.07.13 선물이~ 왔어요 14
  5. 2011.05.15 이러고 놀았다 11
  6. 2011.04.19 여전히 문방구 11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인데도 택배가 없던 시절엔 어떻게 살았었는지 모르겠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좀체 나가고 싶지 않은 게르음뱅이로 살다가 그런 나날이 보름이상 이어지면 또 압력솥 꼭지를 틀어 증기를 배출하듯 콧바람을 쐬어 팽팽해진 무료함을 달래주어야 할 것 같은 삶의 연속인데, 그렇게 간만의 외출을 하더라도 쇼핑은 온전한 출타목적에서 제외된다. 지나는 길에 눈에 띈 물건을 얼른 사는 건 또 몰라도 말이다.

얼마전 홍대 와우북페스티벌에 가서 책을 고르며 사람에 치이기도 했지만 돌아와서 죽도록 피곤했던 이유는 눈요기로만 하는 것이든 실제 물건을 사는 것이든 하도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져 이제는 직접 발품 팔아 하는 쇼핑이 드물어졌기 때문인 듯하다. 뭐니뭐니해도 옷과 신발은 직접 가서 걸쳐보고 사야한다고 아직도 믿지만, '무료반품' 혜택까지 있는 경우엔 겁없이 덜컥덜컥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에도 뭔가를 지를때 한참 고민하는 성격이라 신중히 머리를 하도 굴리다보니 실패율은 그리 높지 않다. 최근 몇해동안을 따져봐도 반품한 횟수는 두어번 정도?

아무튼 이달 들어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택배가 왔다. 주변에 부는 운동화 열풍에 따라 검색하다 엉뚱하게 고른 밤색 옥스포드화, 옷을 사줄 땐 함께 가서 고르기로 한 원칙을 깨고, 반품할 각오를 하고 산 엄마 옷(다행히 마담사이즈라 익숙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브랜드라 성공했다), 두피관리에 좋다는 샴푸(벌써 두번째 구매), 검정콩 미숫가루(역시나 두번째 구매), 늘 쓰는 수분크림과 핸드크림, 장난감과 문방구(요맘때 정기세일을 하는 텐바이텐에서 또 사줘야 제맛이지), TV볼 때 쓸 목베개, 커피원두, 책, 내가 주문한 건 아니지만 외삼촌이 보내신 고구마까지. 어떤 날은 택배가 두 건이나 오는 날도 있었는데, 골목에 지나가는 차만 봐도 미친듯이 짖어대는 아래층 똥개 때문에 택배 오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다. 놈이 좀 요란하게 짖어대야지!

다른 데서 쇼핑했는데 택배회사가 같아 이틀 내리 같은 분께 택배상자를 받게 되면 슬며시 민망하다. 이 사람은 뭘 이렇게 연일 사들이나 짜증낼 것 같아서(우리집 골목이 협소하여 운전에 미숙하거나 너무 큰 택배 트럭은 골목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와 배달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랫집들의 경우를 보아도 며칠에 한번은 택배가 오는 것으로 보아 (똥개가 워낙 크게 짖어대는 데다가 택배 아저씨들이 계단 아래부터 받는 이의 이름을 크게 외치므로 내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ㅋㅋ) 홈쇼핑에 탐닉하는 것 나뿐이 아닌 모양이다. 온라인 쇼핑 없을 땐 다들 어떻게 살았대그래!

오늘 도착한 플레이모빌(이건 세일도 안하는데 조카한테 상으로 하나 사주기로 한 김에 내것까지 또 구매)을 조립해 선반에 올려놓고, 종류별로 골라 산 '우표' 스티커를 문방구 상자에 넣어두며(거의 쓰지도 않고 보기만 할 거면서!) 어찌나 뿌듯한지 웃음이 실실 났다. 앞으로 누가 물으면 인터넷 쇼핑과 택배상자 받기가 취미라고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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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북 자랑

놀잇감 2011. 8. 29. 12:31

'팝업북'이라고 제목을 써놓고 '입체책'으로 바꿀까 꽤 고민하다 그냥둔다. 우짜냐. 입체책이라고 하면 책장을 열자마자 팍~하고 불쑥 튀어나오는 그림들의 느낌이 안 살아나는 기분인 걸. ㅜ.ㅜ 이러면서 남들의 외래어 남용 탓하고 앉았으니 쯧쯧쯧.
암튼 순전히 일하기 싫어서 어젯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놀랍게도 일찍 눈이 떠지는 바람에(아무래도 너무 더워서인듯;;) 일어나 아침밥도 챙겨먹고 컴퓨터 앞에 앉긴 했으나 역시나 일하기 싫어서 헤헤실실 요번에 산 팝업북을 들춰보다 아예 자랑까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팝업북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서점에 갔다가 보고 반한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 시리즈는 볼 때마다 침을 흘리며 감탄을 했다. 하나같이 어쩜 그렇게 정교하고 아이디어가 뛰어난지! 갖고싶다는 욕망이 불끈 치솟았지만 '어른'이 되가지고 아이들 그림책을 좋아하다 못해 이젠 소장까지 한다는 건 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처음 내 판단이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조카들에게 선물을 했다. 심지어는 에라 모르겠다 친구 생일선물로도 안겨주었다. 튀어나오는 그림이 가장 현란해서 아름다운 <오즈의 마법사>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둘이 제일 먼저 물망에 올랐고 한참 공룡에 심취해 있던 지우한테는 마침 번역서로 나온 <공룡>사전을 골랐다.

어린이날인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조카들에게 팝업북을 안기며 내가 더 흥분해서 좋아라했던 것 같은데 정작 녀석들은 시큰둥해 했다. 일단 '영어'라는데서 오는 거부감이었던 듯.. (하지만 당시엔 아직 번역본이 나오질 않았다규~) 대리만족으로 조카들에게 선물해서 시리즈를 죄다 구경 및 소장하고팠던 나의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피터팬>이랑 <정글북>까지는 꼭 쓰다듬어 보고 싶었는데...

조카네 집에 갈 때마다 은근슬쩍 꺼내 한번씩 열어보며 좋아라만 하기엔 어쩐지 성이 안찼다. 그렇다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선물을 계속 억지로 조카들에게 안기긴 싫고. 그러던 차에 문득 요즘엔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에 좀 인색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에라이 모르겠다는 심정이 들며 다른 책과 함께 나도 모르게 <피터팬> 팝업북을 주문하고 있었다. ^^;

결론은 그렇게 해서 요번에 장만한 피터팬 팝업북의 위용을 자랑하겠다는 것. ㅎㅎㅎ
그림체가 아기자기 귀여운 것도 아니건만 기분 처질 때마다 열어보면 효과 즉방이다.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설계하고 만드는지 원!


 

 

 


이 장면은 웬디 삼남매가 피터를 따라 네버랜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만난 숲이다.

아래쪽에 접혀있는 텍스트 책장을 열면 페이지마다 작게 또 다시 팝업되는 거 정말 좋다. *_*











 나무뿌리 아래 있는 아이들의 동굴 보금자리. 빨랫줄에 넣어놓은 양말이랑 웬디가 들고 있는 빨래가 제일 귀여운데 안타깝게도 사진에서 잘 안보인다. 웅...












 
<피터팬>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라하는 팝업인데 돛을 펼친 배의 위용이 잘 안보여 속상.

요즘 유난히 유치해지고 싶은 것 같아서 컴퓨터 바탕화면에도 최근 픽사가 제공한 알로하 토이스토리를 깔아두었더니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아주 딱이다. 룰루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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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릉

놀잇감 2011. 7. 26. 07:55

삼계탕 챙겨먹기도 지겨워진 중복날, 동생들과 갈비 먹으러 가자고 의기투합한 김에 주 목적지인 갈비집과 가까이 있다는 홍유릉에 들러 반나절을 보냈다. 지난 가을 융건릉 다녀왔다고 자랑했을 때, 친구가 지척에 있는 홍유릉에도 좀 왔다가 자기네(꽤 유명한 갈비집인데 수년째 통 못가봐서 상당히 미안했다 ^^;) 들러가라고 퉁박을 주었던 걸 내내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오릉이나 융건릉 만큼 규모가 커서 산책길이 꽤 길 것으로 예상했건만 웬걸, 입구에서 빤히 다 보이는 곳에 홍릉과 유릉이 바싹 붙어 있어 서로 5분도 안걸리는 거리라 산책을 운동 삼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다. 그래도 왕릉을 에워싼 숲은 깊고 높은 느낌이 들었고 잔디밭도 잘 다듬어져 있었으므로 피톤치드 섭취(?)의 의미로 나무 그늘에서 한참을 잘 쉬다 돌아왔다. 과거 서오릉에선 잔디밭에서 축구도 하고 놀았던 기억이 있으나, 조선 왕릉 세계문화유산 지정 덕분/탓인지 경건하게 보존해야 한다는 지령이 내려진 모양이어서 이제 이곳에선 공과 글러브를 아예 갖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다. +_+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대체 어떤 혜택이 있는 건지, 예산이 더 투입되어 좀 더 관리가 잘 되는 이점이 확실히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지정과 관련한 잡음을 봐도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세계적인 유산으로 지정을 받은 말든 지켜야할 문화재나 자연이라면 힘써 보호하면 그만 아닌가. 모든 호들갑엔 '야로'가 있을 것만 같아 통 못마땅하다. 암튼 그래서 가져간 축구공은 차보지도 못했고, 야구 캐치볼도 주차장에서 조금 하다 마는 아픔이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뿌듯한 나들이였다고 인정. 

고종과 명성왕후를 모신 홍릉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금세 보이는 연못엔 연꽃도 피어있고 팔뚝보다 더 긴 잉어가 돌아다녔다. 한쪽 옆에는 내가 '핫도그'라고 부르는 수생식물이 자리를 잡았고.



왕릉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홍릉과 유릉은 고종이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고 중국의 제후국임을 거부하면서 건축양식도 다르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었다. 어쨌거나 내가 보기에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홍살문부터 전각까지 이어지는 온갖 석상들이었다. 말과 해치, 양 모양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코끼리와 낙타도 있더라! 맨 안쪽에는 문신과 무신 상도 서 있고... 능 옆에 지어놓은 한옥도 규모가 꽤 대단했다. 

전각에서 비각으로 이어지는 돌계단 틈에 피어난 처음 보는 꽃이 하도 신기해서 검색해보려고 찍어왔다. 혹시 나무님이 꽃 이름을 아실지도 모르겠고. ^^;; 궁궐 가서도 늘 하는 타령이지만 왕릉을 돌아다니면서도 결론은 하나, 이런 정원을 갖고 싶다는 것. 으휴.


오솔길을 따라 순종과 왕후, 계비를 모두 합장했다는 유릉까지 한바퀴 돌고 나니 제일 앞장섰던 큰동생이 대문이 활짝 열린 한옥 안에서 우리를 마구 불렀다. 시원한 대청마루에 아예 드러누워 쉬면서...
보통 관람용 한옥엔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떡하니 적혀 있기마련인데, 여긴 참 관람객 친화적이로군, 하며 신나했다. 잘 깎은 잔디밭도 구석구석 밟아보았고, 사랑채와 행랑채 방문도 여기저기 열어보며 새로 깔고 바른 장판지와 창호지까지 감상했다. 결론은 또 하나로 귀결, 아 이렇게 잘 생긴 한옥에 살고 싶어라!


 

 

분합문을 들어 올려놓은 대청마루에
아예 이렇게 자리를 잡고 놀았다는 얘기다.
입장료 천원(초등학생은 500원^^)이 조금도 아깝지 않아! 여기 너무 좋다! 이러면서...
(올케는 잠시 뒤 쿠션 좋은 제 남편 배를 베고 드러누웠다 ㅋㅋ)
 
그렇게 한 20-30분쯤 있었던가?
관리인 아저씨가 대문으로 들어서더니 우리에게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다. -_-; 
원래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이라 늘 잠가두는데 일이 있어 잠시 대문을 열어놓았던 것 뿐이라고...
우리는 민망해 하며 얼른 밖으로 나왔지만 한옥의 묘미와 대청마루의 시원함은 이미 즐길대로 다 즐긴 뒤였다. ㅋㅋㅋ
나와서 보니 대문이 두 군데 있고 정문쪽 대문에는 빨간색으로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었다. ;-p 우린 진짜로 몰랐을 뿐이고!


더 볼 것도 할 것도 없어진 우리는 늦게 출발한 막내동생네가 합류할 때까지 눈에 띄는 제일 큰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냥 쉬기로 했다. 오전에 내린 비로 잔디밭은 축축했지만 그늘엔 서늘한 바람이 솔솔 불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음이라... 

우리에게 그늘을 드리워주었던 이 큰나무를 막내는 '낙엽송'이라 우겼는데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축축 늘어져 넓게 퍼진 가지가 아주 일품이어서 드러누워 올려다보며 므흣했다. 
 

 

요새 건강해지시면서 부쩍 콧바람을 쏘이고 싶어했던 울 엄마, 너무 가깝기는 했지만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복날 갈비 먹기'였으므로 먹기도 전에 흡족하셨는지 표정이 좋다. 휴대폰 들이대며 좀 웃어달랬더니 흔쾌히 협조도 하고.
 
그치만 새삼 사진으로 보니... 내가 아무리 '아줌마'라고 우겨도 어째볼 수 없는 할머니시구나. 역시나 아줌마는 내게 더 어울리는 호칭이었어. 그래도 염색 안한 회색 머리가 징그럽게 새카만 염색머리보다 나는야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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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왔어요

놀잇감 2011. 7. 13. 17:19

(한심하게) 이러고 논다 제2편. 플레이모빌 역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다는 개미지옥이라는데 아무래도 이미 빠진 것 같다. 위시리스트에 잔뜩 담아만 두고 나중에 스스로 칭찬해줄 일 있을 때 사들여야지 마음먹었던 품목을 선물로 받았다. ㅎㅎㅎ 비 철철 내리는 어젯밤 10시도 넘어서 택배가 와 깜짝 놀랐으나, 부리나케 조립해 갖고 놀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계속 조물락거리고 있는 걸 본 엄마가 또 늘어난 이 잡동사니는 또 뭐냐고 한숨을 쉬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희희낙락. 




이번에도 이 둘만 고른 걸 보면 확실히 내 눈엔 남자가 안들어오나보다 했는데, 아직 개봉 안한 미식축구 선수도 내 선물이라니 앞으로는 남자애들도 좀 눈여겨봐야겠다. ㅋ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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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놀았다

놀잇감 2011. 5. 15. 15:22
작년에 워낙 조카들이 어린이날이며 생일선물로 줄곧 레고를 원했기에 올해도 그럴 줄만 알았다. 그래서 레고 선물을 사러 가게 되면 나도 요즘 유행이라는 레고 피규어 랜덤 뽑기를 해보려고 내심 흐뭇하게 벼르고 있었다. 뽑고 싶은 레고 모양 조각을 상상하며 손감각을 연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카들은 나를 배신했다. 그들이 원한 어린이날 선물은 보드게임 아니면 게임팩. ㅠ.ㅠ 대형할인마트에 가면 어쩐지 나는 산소부족을 느끼며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부러 차몰고 가야하는 그곳에 가고 싶지가 않다. 이마트엘 가야만 레고를 뽑을 수 있다는데... 그저 아쉬워하고만 있는데 막내조카가 나의 안타까움에 불을 질렀다.

나한테는 보드게임 사달래놓고, 제 큰엄마한테선 레고 선물을 받아온 것이다! 그럼 차라리 나한테 레고 사달라고 하고 보드게임은 큰엄마한테 부탁하지!! 그것도 내가 레고 사러 갈 때마다 보며 좋아라했던 토이스토리1 ㅠ.ㅠ


조립하고 나자마자 나도 한참 갖고 놀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 휴대폰에 저장했다. 사진으로라도 갖고 있어야지 하며... 그러고 나니 레고피규어 열망이 확 도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간 위시리스트에만 넣어놓고 간간이 구경만 하던 플레이모빌을 전격 주문해버렸다. 5월 기념으로 꽃과 아이들을 주제로 나름 선별해서... 

며칠 전 택배가 온날, 나는 희희낙락 조립을 해선 이리저리 늘어놓고 신나게 놀았다. 물론 사진촬영도 했다. 이야기도 만들었다... -_-; 장난감 사모으는 사람들, 이해는 한다고 생각했지만 나까지 동참하게 될 줄이야. 뭐든 오타쿠 기질은 없으니 또 몇번 이러다 말겠지만 암튼 며칠째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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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문방구

놀잇감 2011. 4. 19. 15:40

블로그 이웃 고비가 하일라이터 계의 최강자라며 고체 형광펜의 존재를 신기해 했다. 나도 익히 본 물건이었다. 조카네 가서 책상에 돌아다니는 주황색 형광펜을 직접 써보기도 했다. 고비의 칭찬 그대로 필기감도 좋고 색감도 좋은 편이었다. 지난번에 문방구 매장에 갔을 땐 제품구경도 했지만 선뜻 구입하진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스테들러 형광펜을 두개나 사두었기 때문이다. 두어달 지나면 홀라당 말라버리는 흔한 형광펜과 달리 스테들러는 형광펜도 훌륭해서 반년쯤은 거뜬하다. (내가 그리 자주 애용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겠지만) 담엔 나도 사서 써봐야지 마음 먹었는데 고비의 포스팅을 본 거다.

마침 어제 조카네 갔다가 늘 보던 주황색 고체 형광펜을 들고 물었다. 너 이거 다른 색도 써봤니? 조카는 책상위 연필꽂이(연필꽂이만 세 개쯤 된다. 아.. 풍요의 세상이여)에서 주섬주섬 다른 색을 죄다 꺼내 보여주었다. 원래 노랑색은 구몬에서 공짜로 준건데, 좋아서 다른 색깔은 내가 샀어. 아...  @_@



얼른 다 써본 나는 퍼뜩 고비에게 정보를 알려야겠다 싶어서 이 사진을 찍어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러고는 열망에 불타올랐다. 사고싶다, 사고싶다. 세트로 다 사고싶다... -_-a

하일라이터로 쓰려면 사실 노란색 말고는 별로 쓸모도 없고 색이 너무 튀어서 사두더라도 펴~~~영생 다 쓸 일이 없을 게 확실하다. 조카들이 놀러와서 그림그리기 놀이에 다 써버리지 않는한은. 그런데 대체 왜 다 사고 싶으냐고!! 그나마 이렇게 저렴한 문방구만 욕심내는 소박한 취미생활이 얼마나 다행이냐 싶긴 하지만, 쓸데없는 물건은 제발 좀 사서 쟁여두지 말자는 단촐한 삶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나는 늘 우유부단하게 고민한다. 물론 까짓것 얼마나 한다고, 하는 소비욕이 승리를 거둘 때가 많지만 말이다.

4월들어 애용하는 온라인 문방구 사이트의 회원등급이 VIP에서 한단계 떨어져 블루회원이 된 걸 보자 나는 또 막 조바심이 생겨(아니 왜??)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다. 역시나 꼭 필요한 물건들은 아니었다. 실제로 필요한 건 작은 공책 한권과 스프링노트였는데, 스프링노트는 겉장이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면서 두께와 종이와 디자인이 모두 맘에 드는 걸 찾을 수가 없어 포기하는 대신 슬며시 연필을 고르고 있었다. VIP회원일 때는 100원 이상의 제품을 사면 무조건 무료배송인데, 블루회원이면 만원을 채워야 무료배송이다. 아쒸... 그래서 소박하게 사들여 엊그제 받은 문방구는 이것.


저 공책은 대체 언제 뭣에 쓰게될까.. 연필도 그간 사들인게 쌓여 분명 안쓰고 구경만 할 게 뻔하고... 신문 재생용지로 만든 연필들은 다 고만고만 차이도 없는데 왜 자꾸 사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색색깔 연필은 끝에 달린 새까만 지우개까지 맘에 드니깐 후회는 없다. 이게 바로 나에겐 만원의 행복이로구나. ㅋㅋㅋ (그래도 여기 없는 공책 한권은 이미 사용 중이니 다 헛질은 아니라고 극구 주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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