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단'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4.19 여전히 문방구 11
  2. 2011.02.28 선물 고민 12
  3. 2010.12.26 주전자 12

여전히 문방구

놀잇감 2011. 4. 19. 15:40

블로그 이웃 고비가 하일라이터 계의 최강자라며 고체 형광펜의 존재를 신기해 했다. 나도 익히 본 물건이었다. 조카네 가서 책상에 돌아다니는 주황색 형광펜을 직접 써보기도 했다. 고비의 칭찬 그대로 필기감도 좋고 색감도 좋은 편이었다. 지난번에 문방구 매장에 갔을 땐 제품구경도 했지만 선뜻 구입하진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스테들러 형광펜을 두개나 사두었기 때문이다. 두어달 지나면 홀라당 말라버리는 흔한 형광펜과 달리 스테들러는 형광펜도 훌륭해서 반년쯤은 거뜬하다. (내가 그리 자주 애용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겠지만) 담엔 나도 사서 써봐야지 마음 먹었는데 고비의 포스팅을 본 거다.

마침 어제 조카네 갔다가 늘 보던 주황색 고체 형광펜을 들고 물었다. 너 이거 다른 색도 써봤니? 조카는 책상위 연필꽂이(연필꽂이만 세 개쯤 된다. 아.. 풍요의 세상이여)에서 주섬주섬 다른 색을 죄다 꺼내 보여주었다. 원래 노랑색은 구몬에서 공짜로 준건데, 좋아서 다른 색깔은 내가 샀어. 아...  @_@



얼른 다 써본 나는 퍼뜩 고비에게 정보를 알려야겠다 싶어서 이 사진을 찍어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러고는 열망에 불타올랐다. 사고싶다, 사고싶다. 세트로 다 사고싶다... -_-a

하일라이터로 쓰려면 사실 노란색 말고는 별로 쓸모도 없고 색이 너무 튀어서 사두더라도 펴~~~영생 다 쓸 일이 없을 게 확실하다. 조카들이 놀러와서 그림그리기 놀이에 다 써버리지 않는한은. 그런데 대체 왜 다 사고 싶으냐고!! 그나마 이렇게 저렴한 문방구만 욕심내는 소박한 취미생활이 얼마나 다행이냐 싶긴 하지만, 쓸데없는 물건은 제발 좀 사서 쟁여두지 말자는 단촐한 삶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나는 늘 우유부단하게 고민한다. 물론 까짓것 얼마나 한다고, 하는 소비욕이 승리를 거둘 때가 많지만 말이다.

4월들어 애용하는 온라인 문방구 사이트의 회원등급이 VIP에서 한단계 떨어져 블루회원이 된 걸 보자 나는 또 막 조바심이 생겨(아니 왜??)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다. 역시나 꼭 필요한 물건들은 아니었다. 실제로 필요한 건 작은 공책 한권과 스프링노트였는데, 스프링노트는 겉장이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면서 두께와 종이와 디자인이 모두 맘에 드는 걸 찾을 수가 없어 포기하는 대신 슬며시 연필을 고르고 있었다. VIP회원일 때는 100원 이상의 제품을 사면 무조건 무료배송인데, 블루회원이면 만원을 채워야 무료배송이다. 아쒸... 그래서 소박하게 사들여 엊그제 받은 문방구는 이것.


저 공책은 대체 언제 뭣에 쓰게될까.. 연필도 그간 사들인게 쌓여 분명 안쓰고 구경만 할 게 뻔하고... 신문 재생용지로 만든 연필들은 다 고만고만 차이도 없는데 왜 자꾸 사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색색깔 연필은 끝에 달린 새까만 지우개까지 맘에 드니깐 후회는 없다. 이게 바로 나에겐 만원의 행복이로구나. ㅋㅋㅋ (그래도 여기 없는 공책 한권은 이미 사용 중이니 다 헛질은 아니라고 극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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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고민

투덜일기 2011. 2. 28. 16:51

1900분짜리 전화카드를 샀다는 친구랑 요 며칠 계속 통화를 했다. 친구의 언니가 부탁한 화장품 때문이다. 미 서부지역엔 웬만한 한국 제품이 다 들어가있는 것 같아 보여도, 세부품목이 거의 기함할 정도(손바닥 두개로 가려지는 얼굴에 발라야 한다고 사람들이 '주장'하는 화장품은 왜 그리 많은 건지! 나는 다 무시하는 쪽이다 ㅋㅋ)인 화장품은 아직 온갖 브랜드가 다 수출되진 않나 보다. 더구나 요즘엔 피부과 병원이랑 연계해서 만드는 기능성 화장품도 좀 많은가. 암튼 친구 언니와 딸들이 한국 사이트에 들어와 수많은 사용후기를 읽어본 뒤 골랐다는 *앤* 화장품을 사보내는 건 내겐 일도 아니다. 친구는 예전부터 로션도 잘 안바르고 다니는 사람이고, 그 언니들도 화장을 열심히 하는 이들은 아닌데 작은언니는 유독 피부에 신경을 쓴다. 원래 미인은 다 그런듯.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작은언니의 교복입은 모습이 워낙 아름다워, 하도 남학생들이 쫓아다닌 탓에 친구 어머니(몹시 보수적이신 분;)께서 이를 갈았던 역사는 나까지 알고 있을 정도.

암튼 종종 작은언니가 고르는 화장품을 사보낼 때면 나는 또 고민에 빠진다. 친구 말로는 자기는 아무것도 필요한 게 없다지만 그래도 뭔가 또 덩달아 같이 보내야 내 마음이 뿌듯하지 않은가. 근데 진짜 사보낼 품목이 마땅하지가 않다. 일과 집, 잠밖에 모르는 친구라서 특별히 기호품도 없고... 오죽하면 지난번 작은언니 화장품 보낼 때는 아줌마스럽게 그냥 멸치(볶음용 및 국물용)와 오징어, 쥐포를 보냈다. 가끔 내가 친구한테 다니러 갔을 때에도, 친구 역시 한국에 왔다가 돌아갈 때에도 멸치와 오징어, 쥐포는 빠지지 않는 쇼핑 품목이었다. ㅠ.ㅠ 2년전엔가 친구가 남편과 함께 다녀갈 때엔 그 세  품목에다 맥심 커피믹스까지 바리바리 사서 아예 이민가방 하나를 꾸렸었다. 물론 LA 한인마트에도 다 파는 물건이지만 여기 거랑은 맛이 다르다는데 어쩌랴.

노상 보는 친구의 선물도 역사가 길어지면 품목과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고민스러운 마당에 태평양까지 건너가려면 정말이지 난감하다. 좀 민망해도 제일 만만한 건어물은 무게가 많이 나가서 물건 값이나 부치는 비용이나 비등비등해서 좀 억울하긴 하다. 그래도 친구와 그 가족들이 제일 반기는 선물인 것 같아서 요번에도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그거 말고 또 뭔가 참신한 선물을 보내면 좋겠는데 아무리 머리를 짜도 생각이 안난다. 작은언니가 오매불망 물건을 기다리고 있으니 화장품 배송되어 오는대로 나 역시 우체국으로 직행해야할텐데 뭘 사야하나. 친구가 이민간 초기엔 책도 많이 보냈는데, LA 인근 한인서점에 가면 웬만한 책은 다 있다. 초창기에 내가 번역한 책을 그곳 서점에서 발견하면 친구가 감격해하며 전화도 할 정도였지만, 요즘 새로 나온 책 증정본이 와도 우리 가족이 시큰둥한 것처럼 친구와 언니들 역시 이젠 **이 책 또 나왔네 하며 그냥 지나친단다. ^^; 미국에서 살며 굳이 번역서를 읽을 이유는 없잖은가.

최근 왕래가 뜸해지긴 했어도 친구 역시 한국 나올 때마다 선물 때문에 고민이란다. 한국에 수입 안되는 물건이 어디 있어야 말이지. 그래도 내가 커피를 좋아하니까 십수년년 전까지는 코스코에서 대용량으로 산 인스턴트 봉지커피를 사 나르다, 그 담엔 원두커피를 대형 깡통으로 안겨주었었는데 와서 커피를 먹어보더니 여기 커피 원두가 더 맛있다고 인정한 뒤엔 주로 육포로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또 광우병 광풍이 부는 바람에...  그 뒤로 서로 짬을 내지 못한 수년 사이, 몇번은 아주 실용적으로 서로의 계좌에 마음에 드는 선물 사라고 송금을 하기도 했으나, 하면서도 찝찝한 느낌이라 친구와 합의 하에 관두고 말았다. 미국에 살며 볼펜도 한국 걸로 사서 쓰는 친구에겐(디자인이 예쁘단다) 현금보다는 역시 여기 물건을 보내야 제대로 선물했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니 만우절인 친구 생일도 머지 않았다. 화장품 보내면서 이참에 미리 챙겨야 마음이 편하겠는데 과연 뭐가 좋을까나. 그다지 무겁지도 부피가 크지도 않으면서 유용하고 뿌듯한 선물 뭐 없을까? -_-; 예쁜 메모지와 필기도구는 부록이니 제외하고, 목걸이는 지난번에 해봤으니 건너뛰고, 친구에게도 기능성 화장품을 보낼까? 그렇다면 어떤 종류로? 화장품에 대해서 나 잘 모르는데... 으으으. 이러다 또 멸치랑 오징어 냄새 안나게 비닐과 랩으로 꽁꽁 싸고 앉았는 내가 그려지는 것 같다. 뭐 없을까????? 이웃 여러분의 뾰족한 아이디어 대환영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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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

투덜일기 2010. 12. 26. 21:17

과학이나 상식으로 접근하면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나 혼자 굳게 믿고 있는 편견 가운데 하나는 바로 물 끓이기.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으니까 (여기서 고도나 물의 순도는 논외로 하자;; 복잡한 거 모른다) 30초를 끓이든 1분을 끓이든 5분을 끓이든 물의 온도는 똑같을 테고 성분이 달라지거나 하지도 않을 거다. 그런데 나는 주전자 꼭지에서 수증기가 팍팍 올라올 만큼 꼭 물을 '팔팔' 오래 끓여야만 커피 포함 모든 차를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 오랜 편견은 아마도 생수나 정수기가 생활화되기 이전에 수돗물로 모든 찻물을 끓이던 시절 수돗물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내가 원두커피와 친해지기 이전에 생겨난 것이고, 특히 인스턴트 커피를 탈 때는 반드시 해당되는 '진리'였다. 

내가 녹차를 몹시도 싫어하면서 떫고 비린내 나고 비위에 거슬리는 맛이 난다고 주장하면, 녹차 애호가인 친구는 내가 찻물 온도를 못 맞춰서 그런 거라고 코웃음을 치지만 그 친구가 청정지역에서 수행자들을 위해 재배한 특수 녹차를 다관까지 갖춰놓고 만들어줘 봐도 도무지 녹차는 내 취향이 아니다. 나도 집에서 왕비마마 녹차 만들어 드릴 때 물 뜨거우면 더 떫어지니까 충분히 식혀서 티백을 넣는단 말이닷! 드물게 드립 커피를 만들어 마실 때도 물의 온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드립 전용 주전자는 없더라도 일단 물을 팔팔 끓인 다음에 사기로 된 작은 주전자에 일단 옮겨 대강이나마 물의 온도를 90도쯤으로 맞춘(다고 생각한다 ^^;)다. 물을 붓는 게 아니라 아예 푹푹 오래 끓여야 하는 대추차나 둥글레차, 생강차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향긋하거나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감돌 때까지 약한 불에 뭉근히 끓여야 제격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집집마다 없는 집이 거의 없다는 무선주전자를 사고 싶지도 않고 전혀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이미 탁 하고 꺼져버리는 경박함도 마음에 들지 않고, 일단 그렇게 끓다 만 물로는 커피믹스에 금방 부어도 맛이 없다니깐! +_+ 내가 근거 없는 이 이론을 제시하면 더러 동의를 하면서 무선주전자 작동 버튼을 한번 더 눌러 두번 끓인다는 이도 있다. 코코아든 커피믹스, 녹차든 홍차든, 캐모마일 차든 국화차든, 일반 주전자로도 물을 좀 덜 끓였거나 무선주전자로 물을 끓여 타면 뭔가 미묘하게 덜 된 맛이 느껴지는데, 이게 순전히 나의 무선주전자 불신 탓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원두커피의 경우는 에스프레소를 희석할 때도 끓인 물을 적정온도로 식혀 부어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테고, 드립 전용 주전자까지 필요한 드립커피는 더 말할 것도 없으니 커피물을 팔팔 오래 끓여야 한다는 나의 주장은 순전히 억지이고 오류일지 모른다. 강릉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커피전문점 사장님도 전기 무선주전자로 끓인 물을 드립 주전자에 담아 (그 과정에서 적정온도인 90도가 될 거라고 했다) 커피를 만들더라. ㅋ 그저 내가 좀 구식이고 아날로그형 인간이고 사소한 데 집착하는 구석이 있다고 인정할 뿐이다.

문제는 자동 온도조절 장치가 있는 무선주전자와 달리 가스불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팔팔 끓이다가는 자칫하면 주전자를 태워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이미 내가 '해먹은' 주전자가 서너 개는 되는 듯하다. 나처럼 정신 나간 장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들을 위해 익히 발명된 '삐삐 주전자'가 있기는 하지만, 난 또 시끄러운 그 물건도 혐오하는 사람이다.-_-; 예쁘장한 법랑 주전자로 찻물을 끓어야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걸 어쩌랴. 그래서 찻물을 올려놓고 수다를 떨거나 딴짓을 하다 허거걱 놀라 달려가는 경우가 간간이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물이 다 졸아들지 않아 새로 끓이기만 하면 될 때도 있지만 심한 경우엔 법랑에 금이 갈 정도로 쇠가 달구어져 십년감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작년에도 딸기 무늬가 들어간 법랑 주전자를 그렇게 망가뜨려 보냈건만, 얼마 전 아끼던 '에**' 주전자를 또 그렇게 해먹고 말았다. ㅠ.ㅠ 한두 잔 타기 위한 찻물을 올려 놓으면 반드시 그 옆에서 지키다가 임무를 완수해야 함을 원칙으로 정했으면서, 거의 1년 주기로 그 원칙을 까먹는 탓이다. 이쯤 되면 집집마다 아줌마들이 왜 무선주전자로 정착을 하는지 알 것도 같다. 차 한 잔 탈 물을 끓이는 데는 1분도 안걸린대고, 가스불을 켜면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도 없으니 탄소배출량도 적을 거라고 누군가 주장하던데, 그 진위는 몰라도 1년에 한번씩 주전자를 태워먹어 새로 사는 것보다는 그쪽이 환경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긴 하다. 그래봤자 나는 또 일반 주전자를 사들이겠지만서도... 

쓰던 법랑 주전자를 태워먹은지 몇달 됐는데도 아직 새로 안(못)사고 엄마네 삐삐 주전자를 빌려다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으로 살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다. 또 다시 편하고 익숙한 '에**' 주전자로 살것인가(그렇다면 또 어떤 무늬로??), 그냥 법랑주전자이긴 하되 별로 안 예뻐도 저렴한 것으로 부담없이 장만할 것인가, 아니면 이왕 사는 거 더욱 깜찍한 무늬가 들어간 고가의 유럽산 법랑 주전자를 살 것인가(이 또한 브랜드와 무늬가 여러가지다 -_-;) 우유부단한 마음으로는 쉽사리 결단을 내릴 수가 없다. 으휴. 앞으로 또 태워먹지 말란 법이 없으니 너무 비싼 건 안 사는 게 나을 것도 같지만, 또 고가의 주전자라면 아끼느라 더더욱 조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러니 계속 갈팡질팡이지! 까짓 주전자 하나로도 꾸질꾸질 청승맞게 (문득 하이킥 해리 생각나는 조어로다;) 이러고 고민하는 내가 참 싫다. 주전자 태워먹는 나는 더욱 싫고! 물 끓이는 것조차 집착하는 내가 제일 싫은 건가? 아무려나 차 마시는 기분이 안 나서라도 얼른 주전자를 사긴 해야할 터인데;;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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