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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투덜일기 2016. 10. 13. 01:22

2006년에 만들었던 10년짜리 여권 만기일이 9월 중순이었다. 예전엔 만기일 이전에 갱신하는 비용이, 날짜 지나고 나서 새로 만드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했던 기억이 있어서 괜히 마음이 바빠졌으나 결국 만기일 이전에 여권을 만들진 못했다. 9월 중순이면 딱 추석연휴때가 아닌가. 이전에도 이후에도 심신이 좀 지치고 바빴어야지... 째뜬 요샌 뭐 전자여권이라 갱신이든 신규든 재발급 비용은 다 똑같다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군, 했다. 

어차피 해외여행 계획이 당장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여권을 만들어둘 필요는 사실 없다. 그런데도 컴퓨터 모니터 아래 노란 포스트잇에 적힌 "9월 전에 여권 갱신!!!"이라는 글귀가 계속 시선을 끈다. (느낌표를 세 개나 붙여놓다니 어떤 심정이었던 거지? ㅋㅋ) 그 옆 포스트잇에 적힌 원고 마감 날짜는 일부러 게슴츠레 눈감고 잘 안보면서 참 나도 웃긴다.

하여간에 여행계획도 없으면서, 언제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자유이용권도 아닌, '일개' 유효 여권이 없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찜찜하고 불안한가 말이다. 더 웃기는 건 이미 충동적으로 여권사진도 찍어두었다는 사실. ㅋㅋ

앞으로 또 10년 쓸 여권이니깐 이왕이면 꽃단장 하고 예쁘게 찍어야지.. 했던 평소 마음과 달리, 지난달 말 외출에서 돌아오다 ATM 머신에 볼 일이 있어서 걸어가는데 동네 사진관이 눈에 확 들어오는게 아닌가. 충동적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ㅠ.ㅠ 그날따라 화장품 파우치도 안 가지고 나간 걸 깨달은 건 좀 슬펐다. 아파 보이거나 말거나 그래도 당부했다. 전번에 운전면허증 사진 찍은 거 너무 심하게 손대서 얼굴 너무 뽀얗고 입술도 엄청 크고 뻔떡거려서 마음에 안들었으니 보정 심하게 하지 말라고...

해서 사진사가 앙심을 품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최대한 생긴대로 찍힌 여권사진은 나의 현재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눈썹과 귀가 나와야하고 뿔테안경도 쓸 수 없고 배경은 하얀색인 악조건에서 뭘 더 바라냐 싶지만, 지난 여권 사진에서 정말로 확~ 10년 세월을 뛰어넘은 아줌마가 지그시 미소를 짓고 있다. ㅠ.ㅠ 아우쒸...

다시 좀 더 진하게 풀메이크업을 하고서, 동네 말고 신촌이나 이대 쪽에 프로필 사진에 준하는 여권사진을 찍어준다는 사진관을 검색해 다시 사진을 찍어 말어, 뭐 그런 허섭쓰레기같은 생각을 잠깐 안한 것은 아니었으나 나의 게으름을 감안할 때 그건 어림없는 짓이겠고, 구청에 여권신청하러 가는 게 과연 언제일지 그게 궁금하다.

아무데도 떠날 계획이 없으면서도 여권이 없는 상태가 불안하고 괜히 속상하고 심지어 여행자의 삶에서 완전히 낙오된 것 같은 심정마저 드는 것과는 별도로, 포스트잇 메모를 보며 여권 만들어야지, 만들어야지 하면서 막상 또 신청하러 몸을 움직이는 건 선뜻 하지 못하는 이 게으름이랄지 귀차니즘은 참 고질병이다. 어쩌면 여권만 미리 만들면 뭐하나... 갈 데도 없으면서, 하는 패배의식이 밑자락에 깔려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 이 포스팅은 수일내로 여권을 만들고야 말겠노라는 다짐이다. ㅎㅎ 사실은 어디서 분실했는지도 모르게 운전면허증도 사라져 다시 만들어야하는데 이 또한 차일피일...  가끔 운전할 때마다 찜찜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 두 개 다 얼른 만들란 말이닷! 그나마도 운전면허증은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에 미리 재발급 신청하면 면허시험장 가서 오래 안 기다리고 바로 찾아올 수 있다는 팁을 얻었다. 좀 전에 퍼뜩 그 생각이 나서 이 새벽에 낑낑거리며 익스플로러 보안프로그램 다 깔았더니 +_+ 신청가능 시간이 아니란다. 내가 하는 일이 그럼 그렇지..

으음. 암튼 바람이라면 일단 새 여권을 만들어서, 어물쩡 새 여권에 어서 출입국 도장 하나쯤 찍어줘야한다는 핑계로 짧든 길든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면 좋겠다. ㅎ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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