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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자수 시작

놀잇감 2018. 1. 30. 01:00

내가 충동적으로 자수를 해볼까 생각했던 적은 전에도 몇번 있었다. 공주였던가 어느 약선밥상 밥집에서 수제 자수브로치를 팔고 있었는데, 진짜 간단한 꽃 수놓아놓고 막 만원 만오천원...(비싸다면서 결국 샀다 ㅋㅋ) +_+ 인건비를 감안해야겠지만 저 정도는 나도 할텐데! 싶었던 거다. (그러나 막상 직접 만들어보면 그냥 사는 게 차라리 싸다는 걸 절감한다. ;-p)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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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다고

투덜일기 2016. 4. 18. 16:35

얼마전부터 식칼이 잘 들지 않았다. 설날 음식 준비하면서 갈았으니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하며 불편해도 계속 그냥 썼다. 우리 집엔 식칼을 가는 오래 된 '숫돌'이 있고, 칼갈이의 임무는 늘 엄마 몫이다. 손에 힘이 없어 젓가락도 노상 떨어뜨리는 양반이 칼을 갈면 얼마나 잘 갈겠나 싶지만, 전문가가 아닌데도 관록의 힘이란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어서 내가 비슷하게 흉내를 내서 숫돌에 문지른 칼은 일주일도 못 돼 다시 무뎌지는 반면 엄마가 슥삭슥삭 한참 숫돌에 문질러준 칼은 몇달씩 칼날이 쓸만하다.


그러니깐 결국 내가 할 일도 아니면서 칼 가는 걸 게을리 했던 이유는 딱 하나 귀찮아서였다. 엄마, 칼 좀 갈아주세요, 그러면서 쟁반에 숫돌과 식칼을 담아 가져다주면 그뿐인데, 늘 콩닥콩닥 부엌일을 하던 중간이라 에라 바쁜데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그러는 식.


요샌 오드리 헵번이 집에서 자주 해먹었다는 레시피들을 아무래도 종종 응용하게 되는데, 특히 카프레제 샐러드는 왕비마마, 공주마마, 무수리 모두 좋아하는고로 어제 저녁엔 급히 토마토를 자르던 중이었다. 아우쒸... 칼이 안드네 또 다시 불평을 하면서 무뎌진 칼날을 이리저리 움직여 미끄러운 토마토 껍질을 공략하던 순간, 슥~ 칼날이 왼손 검지를 때렸다. 아야...


칼이 잘 들땐 당연히 더 조심조심 칼질을 하기 때문인지 손을 베더라도 살짝 스치듯이 손톱을 자르거나 살갗만 베이는 반면, 칼날이 무뎌졌을 땐 미끄러지는 힘이 더해져서 그런지 상처가 더 깊다. ㅠ.ㅠ 아무리 꾹 누르고 있어도 피는 잘 멈추질 않고... 손가락을 감싼 휴지가 금방 피로 젖는 걸 보며, 젠장 설마 병원 가서 꿰맬 정도는 아니겠지, 아쒸 저녁준비 늦어지겠네... 아줌마스러운 걱정이 뇌리를 스쳐갔다.


손가락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꽉 눌러 한참 지혈을 한 뒤, 약을 바르고 방수 반창고를 둘렀다. 놀란 엄마가 얼른 손수 숫돌을 꺼내 갈아준 식칼로 다시 남은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를 삐뚤빼뚤 잘라(오른 손이 아니고 왼손인데도 검지를 다치니 손놀림이 영 서툴다) 샐러드를 완성해 대충 저녁을 먹었다.


칭칭 너무 심하게 손가락을 동여맸는지 왼팔이 전체적으로 저릿할 정도인데, 어쩐지 그래야 빨랑 상처가 아물 것도 같아서 참고 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 잘 드는 칼보다 무딘 칼에 더 상처가 깊이 나듯이 어떤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도 작정하고 달려들 때보다 무심하게 툭 던지는 말에 더 상처를 깊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정하고 나쁜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에겐 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미리 단단히 실드를 쳐놓았으니 어디 한번 해보셔~ 라며 나름 과감해진다. 하지만 뜻밖의 순간에 상대가 무딘 신경으로 아무 생각없이 툭 던지는 비난이나 공격엔 속수무책이다. 순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당한 뒤 피를 철철 흘리고 나서야 제때 방어하지 못한 느린 순발력을 탓한다. 그런 상처일수록 오래가는 것도 같고.


실수를 그냥 실수로 넘기지 않고 거기서 뭔가를 배우면 된다는데, 무수리 생활 10년을 넘기고도 부엌에서 아직 수시로 베이고 데이고 여기저기 생겨나는 흉터가 많아지는 걸 보면 나란 인간은 통 실수에서 배우는 게 없는 사람인가 싶다. 가사일에서나 사람을 대하는 일에서나.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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