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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왔는데;;

투덜일기 2018. 1. 31. 22:26


어제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처음엔 정말로 재가 날리나 싶었던 가는 눈발은 어느틈에 함박눈으로 변했고 두어시간 사이 수북하게 싸였다. 해저문 저녁 왕비마마 등쌀에 또 내려가 아픈 손목으로 기다란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었다. 이젠 정말 이 건물에 눈 쓰는 사람이 나 아니면 울엄마뿐이다. 아래층 101호 아저씨는 늘 한밤중에 귀가해 오전내내 자는 것 같고 (그래서 종종 밥때를 놓쳐 마당에 묶인 개가 한밤중에 쇠사슬을 쩔그럭거리며 빈 밥그릇을 발로 차는 게 아닐까) 새로 102호 이사온 사람은 얼굴도 본 적 없고 가끔 밤에 불이 켜진 것만 보았는데... 어제 보니 마당 눈을 밟고 망설임없이 집으로 들어갔더라. 하긴 나라도 이런 집에 세들어 살면서 마당 쓸기 의무를 느꼈을 거 같진 않다. ㅋㅋ 그러나 또 착한 나와 엄마는 맨날 아래 두 집 현관 앞과 계단까지 눈을 쓸어준다. 야박하게 계단에서 우리집 현관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만 내는 건 또 좀 아니다 싶어서... 다행히 어제 눈은 별로 수분이 없어 무겁지 않았고 금방 쓸렸다. 다행히도.

째뜬 아마 무릎이 아프지 않았으면 오늘 신이 나서 눈 밟으러 동네 앞산에 올라갔을 텐데 ㅠ.ㅠ 나중을 기약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참았다. 미끄러운 눈길에 발목과 무릎에 힘주어 걷다보면 멀쩡한 다리도 퍽퍽한데, 괜히 넘어지기나 하면 큰 낭패. 못 간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바닥 울퉁불퉁 안 미끄러운 패딩 부츠 신고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 나무에 쌓인 눈이 바람에 휘날리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

투덜투덜 커피나 마시자 생각하며 휴대폰에 든 설경 사진을 되돌아보는데, 어랏 맞다, 적년 겨울엔 앞산에 눈 구경 가서 동영상도 찍었었지! 하는 깨달음. 그리고 마침 어제 여기 동영상을 직접 올리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겠다, 곧바로 활용해야지.

휴대폰 스피커로 듣는 바람 소리랑 컴퓨터 스피커 바람소리는 확실히 다르다. 그간 계속 욕만 했는데 ㅋㅋ 새삼 쓸만한 티스토리.

그치만 동영상 초보라 가만히 못 들고 있고 이리저리 휘둘러대서 좀 어지럽다고 미리 고백함.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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