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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갈비 김치찜

투덜일기 2017. 10. 24. 23:05

10월도 다 지나가는데 아직도 4월 여행기를 마무리 못했다니. ㅠ.ㅠ 이러다 쌘이처럼 그냥 방치하다 사라져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들어 짬내서 비공개로 이어쓰기를 시도하고는 있으나,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니 그 또한 끝내기가 쉽지 않다. 

괜한 고집을 부리는 건 아니지만 여행기 마무리 전엔 또 다른 포스팅을 줄줄이 이어쓰기도 기분이 찜찜했다. 예전처럼 블로그 포스팅을 자주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생각해서 끼적이는 게 왜 이리 어렵지? 아..  그러고 보니 그런 부담감과 거리감을 없애보겠다고 여행기를 열심히 쓰자 결심했었구나. 암튼... 여기저기 sns에 찔끔찔끔 뭐하는 짓인가 싶다. 암튼 원래는 아까 저녁 준비하며 인스타 용으로 희희낙락 사진을 찍었으나 결론적으로는 '분노의' 험담을 길고 길게 달것 같아 결국 블로그로 옮겨왔다.

여행기는 뭐 생각나면 다시 쓰든지... 말든지... ㅋㅋ


아래는 오늘 내가 나름 심혈을 기울여 저녁 메뉴로 요리한 '등갈비 김치찜'의 자태다. 그럭저럭 먹어줄만 하게 생기지 않았느냐고!!!! ㅠ.ㅠ 

그 어디도 찾아보지 않고 그냥 내 머릿속으로 상상 혹은 기억을 더듬어 만들었으므로 누구에게도 맛을 장담할 순 없으나 내 입맛엔 흡족했던..<간단 레시피>를 적어보면 이러하다.

1. 큰 냄비에 물을 끓이다가 돼지 등갈비(씻으면서 잠시 핏물 빼놨음)를 덩어리째 넣어 살짝 데친다. (돼지 갈비의 누린내와 핏물을 더 빼내는 거라고 어디선가 본 것 같다)

2. 절반쯤 익은 등갈비의 뼈 사이사이를 가위로 쓱쓱 잘라준다.

3. 자른 등갈비를 찬물에 후딱 헹군다.

4. 등갈비를 포기 김치 윗동을 잘라낸 배춧잎으로 하나하나 돌돌 말아 새 찜냄비에 앉힌다.

5. 다시마, 표고버섯, (냉동실에 들어 있던) 저민 생강 몇 조각, 국물용 멸치 3-4마리 투척 후 김치에 만 등갈비가 확실히 잠길 정도로 찬물을 붓고 40분간 끓인다. 처음엔 센불로.. 나중엔 약불로. 

6. 중간쯤에 생강과 멸치를 건져버린 뒤, 설탕 1티스푼 추가 (대충 요리의 달인? 답게 어느 시점이었는지 까먹음).

7. 개인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나 소금을 더 넣어도 좋겠으나 매운 거 싫어하는 고혈압환자 고객님 입맛에 맛추어 아무것도 더 넣지 않았음.​


물론 그릇에 담으면서 아 먹기 불편하겠다 싶긴 했다. 이거 원 사진촬영용이지 막상 먹으려면 김치에 가위질을 해야하지 않겠나 말이다. 처음부터 잘라서 할 걸 에라이...

그치만 또 등갈비 한대랑 김치 한줄기랑 비율 맞춰 먹으라는 깊은 뜻이 있겠거니... 개인접시를 식탁에 놓았다. 요리 중 국물맛을 보았을 때 나는 이미 요리 완성도에 자신도 있고 흡족했다. 오.. 깊은 맛이 나! 오.. 돼지 냄새도 거의 안나! 간도 슴슴하니 딱 맞아! 이런 자뻑모드에 돌입했던 것.

그러나 왕비마마가 또 누구신가. 입에 발린 말이라곤 절대 할 줄 모르고, 오로지 '진실과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걸 자랑으로 여기시는 분.

그걸 잘 알기에 맛있다고 칭찬해줄 것을 기대하진 않았으나.... 요번에도 왕비마마의 첫 마디는 "왜 이렇게 매워!"였다. 어윽... 그러더니 내가 일회용 장갑 양손에 끼고 일일이 돌돌 말았던(대체 나 왜 그랬던거니!!) 김치를 단숨에 풀어버리고 알맹이 등갈비만 쏙쏙 뽑아 냠냠 '맛있게' 드셨다. 지금 생각하면 갈비라도 맛있다고 여겨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어야 하는 건데 왜 난 분노했을까... 에효. 


그간 나의 요리에 대한 왕비마마의 촌철살인 순위 1, 2, 3위를 이참에 공개한다. ㅋㅋ

1. 요리하는 냄새는 맛있는 것 같던데 막상 먹어보니 별 맛 없구나

2. 생김새만 그럴듯하지(내가 비주얼에 치중한다는 뜻) 먹을 건 별로 없네

3. 엄마 입엔 짜다(혹은 맵다)! 

그러니깐 요번엔 3번 당첨이다... 


거짓을 꾸며낸 게 아니고 있는 그대로'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청구가 가능한 것처럼... 정말로 맵거나, 별맛 없거나, 맵고 짠 게 '사실'이더라도 낑낑대며 요리한 사람의 정성을 봐서라도 그런 생각은 좀 속으로 하시거나 나중에 시간 좀 흐른 다음에 넌지시 얘기해달라고, 까칠한 딸에겐 그런 촌철살인 코멘트가 다 괜한 상처로 남는다고(밥순이 노릇 하기 싫어진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 게다가만족시키긴 또 얼마나 까다롭고 어려운 고객님이신지 원. 그러면서 밖에 나가서 사먹자고 그러면 니가 만든 게 더 낫다는 말이나 하시질 말든지! ㅠ.ㅠ

암튼 오늘도 까칠한 딸년은 밥상머리에서 첫술부터 푸르르푸르르 분노에 떨며 저녁을 먹고는 속병이 나 위가 아프다. 이건 아마도 마감 스트레스겠거니, 아니 한달 넘게 이어진 간병 스트레스겠거니.. 그러면서 부디 대나무숲 같은 이곳에 떠벌인 것으로 좀 나아지기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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