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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병

투덜일기 2015. 7. 24. 01:40

머리가 지끈지끈 깨질 듯 아프고 어질어질, 콧물이 찍. 감기 증상과 비슷하지만 오묘하게 느낌이 좀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 표현은 잘 못하겠는데 그동안 살아온 경험치로 볼 때 감기 두통과 냉방병으로 오는 두통은 똑같이 머리 한쪽만, 혹은 두개골 가장자리쪽만 아픈 편두통인데도 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감기 때 두통은 손오공 머리띠가 조이듯 머리통을 쥐어짜는 것 같다면 냉방병 편두통은 깔짝깔짝 갈고리로 두개골 안쪽을 후벼파는 기분? 뭐 암튼 후자가 더 기분나쁘다. 


서민들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도 전기값 아끼느라고 1人당 선풍기 한대씩 끼고 지내다가 정 못 견딜 정도가 되어야 에어컨을 켜는 편인데, 일단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니 선풍기 한 대 갖고 할머니랑 손녀딸이 자꾸 싸우질 않나 집안 온도도 더 올라간 것 같고 할아버지 체질을 닮았는지 십대소녀가 하도 더워하셔서 걸핏하면 에어컨을 틀어댄다. 에어컨 켜는 방식도 적정온도와 미풍 혹은 자연풍을 고수하는 노친네나 중년과는 달라서 무조건 온도를 최대한 낮춰서 강풍으로 찬바람이 당장 쓩쓩 흘러나와 시원해야 직성이 풀린다. 잔소리를 하면 자긴 아직 더우니깐 추우면 나더러 옷을 입으라고.. 


열대야도 아닌데 어젯밤에도 에어컨을 틀어놓더니만 일부러 찬바람을 피해다녔는데도 금세 오한이 들더니 밤새 머리가 지끈지끈... 새벽에 누워도 잠을 잘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ㅠ.ㅠ 냉방병엔 뭐가 약이더라 생각도 안나고, 그냥 복날이니 삼계탕 먹어서 이열치열로 다루리라 생각했는데, 목요일이라 합창연습 다녀오신 엄마도 어지럽고 머리아프시단다. 아침에도 좀 그랬는데 합창연습 하는 강당에서 에어컨 바로 앞에 앉아서 더 그런 것 같다고. 거기다 설사까지. 자꾸 빙수에다 아이스크림에다 얼린 요구르트에다 찬 걸 찾아드시더라니 쯧쯧..  


가능하면 두통약 안먹고 버티려고 온종일 양미간을 찡그린 채 괜한 신경질을 팍팍 부리며 참아도 도무지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서야 비로소 머리랑 몸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 든다. 덥다고 비싼 전기를 돌려 에어컨을 틀고 또 그래서 다시 추워져 몸은 병이 나고 여름마다 이 무슨 어리석은 도돌이표인지. 에효.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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