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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25 다시마의 용도, 정말일까? 9

제사 장을 보러 가면서 먼저 건어물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달랬더니 금액이 꽤 나왔다. 아주머니가 그밖에 제사에 필요한 물건 빠뜨린 거 없느냐고 막 챙겨주면서 탕국에 넣을 다시마는 있나? 하고 물었다. 마침 집에 다시마는 똑 떨어지고 없었기에 도리질을 했더니, 하나 '서비스'로 챙겨 봉투에 담아주며 중얼중얼 읊조리듯 말했다. 탕국엔 왜 꼭 다시마를 맨 위에 얹나 몰라...

 

엇, 그러고 보니 뼈대있는 집안도 아니고 제사 전통도 대충 이어온 우리집에선 탕국에 딱히 다시마를 얹지 않는다. 근데 다시마 조각을 얹은 탕국을 본 기억은 대단히 또렸했다. 어디에서 봤더라...(종묘 답사 갔을 때 본 것도 같고;;;) 궁금해하며 집에 돌아와, 서비스 다시마 얻어온 사연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며 왕비마마한테 물었다. 탕국엔 다시마를 얹는 거라던데 이유가 뭐냐고. 왕비마마의 입에선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왔다. 아 글쎄, 조상신이 제사음식 묶어가라고 다시마를 좀 기름하게 잘라 탕국 위에 올리는 거란다. 푸핫. 푹푹 끓인 다시마로 어떻게 음식을 묶어간다고! 게다가 우리집 탕국엔 다시마를 올려놓아본 적이 없는데!

 

근데 쇠고기 무국 끓이면서 생각해보니 참 재미있는 발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왕비마마의 말이 맞다면 옛날 사람들 진짜 아기자기하지 않나? ㅋㅋㅋㅋ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전주이씨 XXX파 후손이신 왕비마마가 질문을 듣자마자 1초도 안돼서 내놓은 답이니 상당히 신빙성이 있을 것 같긴 한데, 폭풍검색을 해보아도 탕국 다시마의 유래에 대해선 잘 확인이 안된다. 지방마다 탕국에 넣는 재료도 좀 다르고 해서...

 

어쨌거나 나는 킬킬대며 얻어온 다시마를 좀 길게 잘라 넣고 국을 끓였고, 탕국을 풀 때 제일 두툼한 다시마 조각을 하나 골라 수북하게 쌓은 고기와 무 위에 척 얹어 들여보냈다. 종교도, 영혼의 존재도, 사후세계도 믿지 않지만 어쨌든 제사를 빙자해 친척들 모여서 다 같이 밥먹는 데 깊은 의미가 있다는 쪽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짧은 다시마로 음식을 묶어간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신묘한 귀신이 뭘 못하겠어! 라지만 창살도 문도 못 뚫고 들어와 제사 전에 문을 열어주어야 하는 건 어쩌라고? ㅎㅎ) 앞으로도 탕국에 다시마 올리는 건 재미 삼아서라도 빼놓지 말아야겠다. 누군가가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일러주더라도 뭐, 다시마 넣으면 국물 맛이 깊어지는 거야 진리 아니겠나.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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