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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휴가

투덜일기 2012. 7. 31. 17:55

TV와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3박4일간 지내다 돌아와 어제는 가려움과 싸우느라(산길과 밭에서 벌레한테 팔다리를 무려 서른한군데나 뜯어먹혔다 ㅠ.ㅠ) 정신이 없었다. 한낮의 열기는 죽을 것처럼 뜨거웠어도 산밑이라 그런지 밤엔 서늘해져 큰 타월이라도 덮어야했는데, 서울은 어김없이 열대야. 어젯밤 선풍기를 계속 돌리면서도 자다깨다를 반복했더니 오늘도 대체로 멍하다. 이것은 어김없는 휴가 후유증. 휴가땐 하도 먹어대서 당연히 체중이 불어 오지만, 이번엔 하도 땀을 빼 +/- 제로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했으나 체중계에 올라보니 어김없이 무거워져 있다. ㅋㅋㅋ 주로 밤에 몰아서 먹고 마셔댔으니 당연한 건가.

 

오후 들어서야 통째로 뽑아놓았던 플러그들을 콘센트에 끼고 슬슬 일 모드에 돌입하려 했으나, 컴퓨터를 켠 이후론 계속 인터넷질만 하고 앉았다. 아무래도 저녁이나 먹고 나야 슬슬 꼬부랑 글씨들이 눈에 들어올 모양. 생각해보니 여름에 제대로 휴가를 떠난 게 제주도 이후 처음이니 몇년 만이었다. 그땐 왕비마마를 동생네 모셔다두고 가야해 괜히 찜찜했었는데 올핸 훨씬 더 팔팔해진 엄니를 혼자 집에 두고 떠나면서 하나도 걱정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위 먹을라, 찬물은 싸갔냐, 공연은 재밌냐, 노친네가 내 걱정을 더 많이 했던 듯. 이 추세라면 좀 더 긴 휴가 계획도 별 걱정없이 세울 수 있겠다 싶어 의기양양 기쁘다.

 

본격 후기를 후딱 쓸까 했는데 며칠 만이라고 자판도 낯설어 계속 오타를 내는 걸 보니,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도 적응이 필요한 것 같다. 끼니때마다 뭐 먹나 걱정해야 하는 밥순이의 삶에도 적응이 필요한 것처럼. 에구구, 젠장 여섯시 다 됐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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