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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5 새로운 커피 메뉴 발견 11
  2. 2008.12.17 라면 23

이걸 왜 난 이제야 알았을까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 보니 웬만한 카페엔 이 메뉴가 다 있더군.
하지만 난 얼마전 이태원에 있는 소르티노스에 갔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처음 먹어보곤 반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만 있으면 집에서도 쉽게 해먹을 수 있다는 말에 득달같이 사다가 시도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이름하여 에스프레소 아포가토.

퍼온 사진.. 출처 까먹음

그냥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푹 퍼담고 에스프레소 샷을 끼얹으면 그뿐이다.
소르티노스에선 캐러멜 시럽을 좀 얹어주었고, 다른 곳에서도 초콜릿 가루나 시럽을 얹어 주기도 하던데 이시리고(ㅠ.ㅠ) 단것이 별로라 아이스크림을 즐기지 않는 나에겐 그런 것까지 필요도 없다.
그냥 아이스크림 약간 퍼담고 에스프레소만 끼얹어 먹으면 그저 황홀.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뜨겁고 쌉쌀한 에스프레소의 만남이 생각밖으로 잘 어울린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특별히 맛있을 필요도 없는 것 같다.
하겐다즈나 나뚜루 아이스크림으로 해도, 그 절반 가격에 마트에서 산 이름모를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도 해도 최종의 맛은 큰 차이가 없더라. 그저 에스프레소만 잘 뽑으면 된다는 얘기다. 
이 밤중에 일하다 말고 밤참으로 만들어먹고는 몹시 흐뭇하다. 의무적으로 읽어야하는 책은 좀체로 진도가 나가질 않아서 또 딴짓... 카페인과 칼로리 섭취도 했으니 이제 일 좀 하려나 -_-;; 남들 다 놀고 쉬는 주말에 이 무슨...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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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식탐보고서 2008. 12. 17. 06:20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두번째 밤참(첫번째 밤참은 자정무렵 먹은 우유와 과자와 귤)으로 신라면을 끓여먹어 놓고선 후회막급이다.
라면은 왜 먹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 상상하는 맛과 실제 맛과 먹고 난 후의 뒷맛이 이렇게도 다를까.
라면의 조미료맛에 분명 뇌의 어느 부분을 중독시키는 마약성분 같은 것이 들어 있다고 지레짐작은 하고 있지만 하필 그 라면충동이 이 생새벽에 동할 건 뭐람.

어쩌면 그저 일하기 싫고 몇시간째 엉덩이 붙이고 있는 게 버거워서 궁뎅이 들썩여 보려는 작심이 주 동인이었을 수도 있겠다만, 신라면 먹고 나면 특히 묘한 속쓰림과 막강한 식곤증에 시달리는 것을 알면서 왜 굳이 마지막 한오라기까지 홀라당 다 건져먹었을까 민망해하는 중이다.
졸리다.
잠시 졸음을 물리쳐보겠다고 블로그질을 선택했지만, 아마도 이 글을 대충 마무리하고 나면 비실비실 이불속으로 파고들기 십상이다.
음식을 먹은 후 몸에 후끈 열이 나고 식곤증이 생기는 이유는 음식물 섭취의 <특이동적 에너지 작용> 때문이란다. 나도 뭔소리인지 잘 모르겠으나 이 말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고등학생 때 가정 과목이었던가, 가사 과목이었던가 두 개 다 같은 선생이 가르쳐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교과서엔 들어있지 않았으되 수업중에 선생이 스쳐가듯 한번 언급했던 저 말이 시험에 나왔었다.
그것도 주관식으로.
단기간 지속되는 단순암기에 능했던 나는 암기과목들은 당연히 시험 전날에 벼락치기로 공부했고, 특히 <초치기>라고 하여 수업시간에 적어둔 필기노트를 시험 직전에 재빨리 훑어보고 나서 그 내용이 <식기 전에> 얼른 문제를 푸는 것이 주특기였다. 그런데 수업태도가 좋아 필기 하나는 철저하게 했던 덕분에다 운 좋게 시험 직전에 눈에 들어온 저 글귀를 기억한 바람에 전교에서 유일하게 -_-v 요상한 주관식 문제를 맞힌 괴짜가 되고 말았던 것.
시험을 치고 나서 첫 수업시간에 답안지를 공개하고 점수를 불러주며, 가정가사 선생은 늘 심술맞게 보였던 입술에 한껏 미소를 머금으며 무려 600명 가운데 유일하게 그 주관식 문제를 맞힌 나를 칭찬해주었고 반 아이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음은 물론이다.
사실 나는 시험 전에 <초치기>를 할 때 눈에 띄는 요주의 내용들을 중얼중얼 주변 친구들에게도 알려주는 <착한> 친구었고 <음식물 섭취의 특이동적 에너지 작용> 역시 워낙 이상하고 낯선 말이라 혹시 시험에 나올지 모르니깐 외워두라고 분명히 얘기했었건만 친구들은 <절대로> 기억나질 않는다며 혼자 시험 잘 보려고 정작 중요한 건 알려주지 않는 파렴치한 얌체로 나를 매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내가 시험 직전에 찍어줘서 맞은 문제가 몇개라고 기뻐할 땐 언제고... ㅜ.ㅜ

암튼 그런 사연으로 <음식물 섭취의 특이동적 에너지 작용>이라는 길고도 낯선 말은 내 뇌리에 깊이 새겨져 흐려질 줄을 모를 뿐만 아니라, 식곤증을 느낄 때면 가끔 퍼뜩퍼뜩 떠오르곤 한다.
라면 먹고 졸려서 빌빌대는 지금도 또렷하게 생각나는 걸 보면 퍽이나 인상적인 사건임엔 틀림이 없는데,
과연 저 말은 내가 이상스레 기억했다가 맞혔기 때문에 생각이 나는 것일까, 600분의 1이라는 드문 확률 때문에 기억나는 것일까, 아니면 부당한 친구들의 비난 때문에 억울해서 생각나는 것일까?
ㅎㅎㅎ
어쨌든 결론은 졸리다는 것.
남들 깨어나 하루를 시작할 시간에 그냥 얌전히 쓰러져 자는 것도 모자라 오늘은 라면 끓여먹고 팅팅부어 잠들 생각을 하니 킥킥 웃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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