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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머리

투덜일기 2013. 1. 24. 14:23

황망하게도 신용카드 한 장을 잃어버렸다. 요즘 계속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잘 못잤다는 핑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사라졌는지 통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어젯밤에 잠도 안오고 괜히 지갑정리가 하고 싶어져서(주로 커피집에서 나눠주는 종이 쿠폰이 너무 많이 쌓였다 싶었다) 똑딱이를 열고보니 가장 많이 쓰는 OO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어라? 이게 어디갔지?

 

당연히 코트 주머니에 들어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없었다. 어디에서 흘린걸까. 문제는 제일 마지막으로 그 카드를 언제 썼는지가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지난주였던가? 이번주 월요일이었던가? ㅠ.ㅠ 그나마도 다행인 것은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문자로 받고 있다는 사실이고, 안타까운 건 사용내역 문자가 오면 확인후 금방 지워버리는 나의 조급함이다. 영수증도 지갑에 쌓아두는 거 싫어해서 대부분 금세 찢어버린다. 구매내역은 어차피 신용카드 사이트 들어가면 언제든 확인가능하니까... 

 

한참 정신머리 없어지는 나이라서 신용카드 여러장 분실신고 하고 난 뒤 엉뚱한 곳에서 되찾았다는 사연을 주변에서 익히 들었기 때문에 나도 어젯밤에 바로 분실신고는 하지 않았다. 일단 수상한 신용카드 사용 문자를 받은 적이 없으니 잃어버렸더라도 누군가 악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십수년전 종로통 지하철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을 때는 거의 30분만에 신용카드 석장이 각각 청량리와 명동 소재 백화점에서 가전제품을 사들이거나 서울역에서 기차표를 여러장 구매하는 사태를 맞이했었다. 학원수업 끝나고 집에 가려다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나름 서둘러 두어 시간만에 신고를 한 셈이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이번엔 지갑째 잃어버린 게 아니므로 내가 어디선가 카드를 사용하고 나서 장갑낀 손으로 주섬주섬 영수증과 카드와 물건을 챙기다 어딘가 떨어뜨렸을 확률이 가장 높은데 그게 어딘지를 통 모르겠다. 흑흑흑... 곰곰이 더듬어본 끝에 마지막 카드 사용처가 이번주 월요일 잡화점이라고 결론을 내렸건만, 신용카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그날은 현금으로 계산을 했는지 최근 구매내역이 지난주 금요일이다. 그럼 지난주부터 사라진 카드를 여지껏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_-;; 실은 그날의 내역을 보면서도 상호가 완전히 낯설어 가슴이 순간 쿵 내려앉았었다. 훨씬 오래전부터 카드를 잃어버렸던 게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그건 내가 쓴 게 맞았다.

 

금전적 피해가 없는 게 어디냐고 위로하며 분실신고를 마치기는 했지만, 이런 정신머리로 뭘 하겠다는 건가 싶어서 맥이 쭉 빠졌다. 뭔가를 깜빡깜빡 까먹고 잊고 잃어버리는 일은 건망증 탓이라고 하겠지만 이번 사태는 나사가 어디 하나 빠진 듯한 부주의함까지 더해져 일어난 일이란 생각에 참담하다. 왜 어디에서 빠뜨렸는지도 모르겠느냐규~!! 총명탕이라도 끓여먹어야 할까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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