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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29 3

투덜일기 2015. 1. 29. 17:53

언제부턴가 소화력이 떨어진 건 확실하고, 밥만 먹으면(특히 저녁밥) 빌빌 졸린 증상이 이어지더니 최근엔 가끔 빈속이나 식후에 뱃속이 좀 따끔거렸다. 위염이 약간 있다는 건 건강검진때 알았으나, 불편한 점 없으면 굳이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기에 나몰라라 방치해서 증상이 심해진 건가? 아니면 그냥 단기적인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했다.


그러다가 그끄저께 밤부턴 속이 심하게 쓰라려 집중이 안 돼 일도 잘 못하겠고 그렇다고 잠도 잘 못자는 상황. 아플 때 대뜸 병원부터 달려가는 성격이 아닌 사람이라 그냥 버텼다. 소화기 내과 찾아가면 내시경부터 하자고 할 텐데, 동네 병원에서 내시경을 위생적으로 잘 관리할지 어쩔지 미심쩍고, 그렇다고 대학병원엘 곧장 갈 수도 없고 (예약하기도 어려울 걸;;) 2차 병원 중에서 찾아봐야 하는데.... 뭐 이런 생각만 가만히 앉아 하고 또 하는 스타일, 짜증나지만 진짜 우유부단의 극치다.


병원 멀리하다가 큰 코 다친 사람들을 봤으면서도 도무지 '병원가기 싫은 병'은 떨칠 수가 없다. 암튼 그래서 인터넷 검색으로 대충 속쓰림, 위염 따위를 알아보다 눈에 띈 건 바로 '단식'. 옛날부터 울 집에서도 할머니들이 배앓이엔 그저 굶는 게 최고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옳거니, 굶으면 되겠다 싶었다. 위가 따가운 건 상처난 위벽에 자꾸만 위액이 닿아서 그런 게 아니겠나, 뭐 이런 돌파리 진단으로 생각해보면, 1달 내내 병원다니며 약 먹어도 안 낫던 위염이 3일간 단식후 싹~ 다 나았다(물론 과장임을 안다;;)거나 훨씬 속이 편해졌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타당하게 여겨졌다.


언젠가 TV로 본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단식'이 확실히 여러가지 병을 치유한다던데, 나도 까짓거 굶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속이 아파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는데 뭐. 사흘 쯤 물만 먹고 버티는 거, 외출만 안하면 문제 없지 않을까... 사흘이 힘들면, 되는 데까지 지친 위를 최대한 쉬게 해주겠어!


허나 ㅋㅋㅋ 밖으로 나다닐 땐 한 끼만 굶어도 손발이 벌벌 떨리고 마구 분노가 치밀지만, 집안에 얌전히 있을 땐 괜찮겠지 싶었던 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20대쯤이었나 단체로 동조단식을 한다며 물만 마시고도 으쌰으쌰 밤새 노래부르고 꼬박 이틀을 버텼던 경험은 그냥 젊은 패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던 듯했다. 2끼는 아무 어려움 없이 건너뛰었으나, 만 24시간이 넘어가자 온몸에 기운이 쪽 빠지며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일도 해야하는데 도무지 글자도 눈에 안들어오고,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문장이 안 만들어져! ㅠ.ㅠ 그럴 땐 자는 게 상책이라지만, 잠을 시도하기 전에 나는 이미 뭔가 부드러운 음식을 만들 재료를 찾아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맙소사, 유민아빠는 45일간이나 단식을 하셨다던데... 어휴. 민망했다. 암튼 그래서 오밤중에 감자 한 알을 전자렌지에 찌고 우유를 약간 데우고 잡곡밥과 한 술과 함께 믹서기에 넣어 휘리릭 갈아서 대충 미음 비슷한(실은 수프에 더 가까웠다)걸 만들어 한 컵을 먹었다. 또 쓰라리면 어쩌나 염려했던 뱃속은 그럭저럭 참을 만했고, 대신에 차가워졌던 손발에 차츰 다시 온기가 돌았다. 식탐녀 주제에 단식은 무슨...  괜히 밥 안먹는다고 커피까지 금했더니 편두통만심했다. 


그렇게 하루만에 단식을 포기하고 계속 살살 위를 달래는 중이다. 이후 두 끼는 죽을 조금 먹었고, 밥을 먹더라도 예전의 절반 양만 50번씩 꼭꼭씹어서 삼키고, 위에 남아 염증을 일으킨다는 밀가루는 입에도 대지 않는 중. 근데 이잉... 우동도 먹고 싶고 스파게티도 먹고 싶다. 


그래도 왕성한 식탐이 이끄는 대로 예전처럼 아무거나 와구와구 먹어대려면 한동안 조심해야지. 며칠 두고보다 결국 위내시경을 받아보긴 해야겠지 싶던 마음은 차츰 속쓰림이 잦아들면서 꼬리를 내리고 있다. 그냥 버텨도... 자연치유가 되지 않을까.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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