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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생각

식탐보고서 2012. 9. 14. 02:18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스스로도 영문을 모르게 멍한 상태가 되어 뒹굴뒹굴 컴퓨터 전원을 이삼일 씩 안 켜고 지낸 날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래도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있다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공부 좀 하자면 먼저 늘어놓은 책상정리에 몇 시간 땀을 빼고서야 본격적으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일 수 있었던 습관은 참 안 변한다. 원래도 책상과 친해지기가 참 힘든 인간이었구나 내가. 그에 비해 평생을 통틀어 나와 가장 친한 공간은 아무래도 구들장이 아닐는지.

 

몹시 뜨거웠던 여름 내내 더워서 몸 움직이기가 싫어서 그렇지, 별로 입맛을 잃거나 굶거나 한 적은 없었는데 오히려 찬바람 불면서 식욕이 떨어지고 다 귀찮아졌다. 먹고 사는 게 새삼 왜 이리도 구차한지. 그래서 게으름이 시키는 대로 가능하면 하루에 한 두끼만 대충, 잠도 아무때나 불규칙하게 자고 막 살며 몸을 좀 학대했더니 중년의 육신은 대번에 반항을 했다. 파르르 감기기운이 돌면서 목도 아프고 기진맥진, 좀체 카페인발도 안받고 말이지...

 

앗 뜨거라 싶어지면서 결국 손해보는 건 나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다시 열심히 해먹고 사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 중늙은이 상늙은이 할 것 없이 제 몸 생각 하느라 벌벌 떠는 태도는 참으로 숭하던데, 내가 그러고 앉았다. 남 욕할 거 하나도 없다. 숭하거나 말거나 어쨌든 물 대신 오미자 우려먹고, 배숙 끓여 먹고, 밤참으론 빵조가리 대신 수프도 끓여먹으며 땀냈더니 금세 비실거리던 기세는 떨어져나갔다. 역시 나는 밥심으로 사는 유형. 배숙과 수프는 인터넷 검색해서 참고했으니 적어놨다가 나중에 다시 써먹을 요량으로 기록한다. 아침에 기침 나오고 목 아프다던 노친네도 배숙 이틀 마시고 원상복귀됐다. 플라시보 효과인지 진짜 효험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기특하다.

 

<배숙>

큼지막한 배 1개, 생강 큰 거 1뿌리, 대추 열알쯤, 통후추 약간, 꿀 약간

 

1. 배는 12등분해서 껍질을 깐다.

2. 생강은 껍질을 까서 대충 저민다.

3. 커다란 냄비에 물을 붓고 껍질깐 배와 생강, 대추, 통후추를 넣고 중불에 끓여 물이 절반 쯤 줄어들 때까지 장시간 곤다.

4. 노르스름한 색깔로 잘 고아지면 꿀을 적당히 넣는다.

 

뜨거울 때 마셔도 좋고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혀 먹어도 좋은듯.

기침엔 배도 다 건져 먹어야 좋다는데, 설컹설컹 익은 배를 먹는 느낌은 좀 고약하다. ㅋ

 

 

 

 

 

 

 

 

<마녀수프?>

냉장고에 있는 온갖 채소(감자, 양파, 당근, 가지, 샐러리, 브로콜리, 토마토), 버터 약간, 카레가루 약간, 소금 약간.

 

1. 온갖 채소를 잘 씻어서 큼직큼직하게 잘라 냄비에 넣는다.

2. 버터를 약간 넣고 볶다가 물을 한두 컵 붓고 끓인다. (다이어트를 위한 진짜 마녀수프라면 버터에 볶으면 안된다. 올리브오일을 쓰라던가.. 하지만 나는 맛이 중요한 사람이니까;;)

3. 채소가 물렀다 싶으면 카레가루 약간 넣고 소금도 원하는 만큼 넣는다. 나는 둘 다 거의 넣는 시늉만 했음.

4. 나름 그루통이랍시고 토스트빵을 잘라 넣어보았으나 에러... ㅋㅋ 그냥 따로 먹는 게 낫다.

 

두번째로 퍼먹을 땐 영양을 생각해 치즈 한 장 얹어 먹었다. 당근 빼곤 내가 다 좋아하는 채소들이라 딱 기대했던 맛이 났다. 자연스레 달착지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랄까. 비타민 완전 충전형 야채수프라고 생각하면서 땀내고 먹고 났더니 감기기운 똑.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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