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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혼식

투덜일기 2011. 10. 14. 23:47

지난주 다녀온 친구 결혼식 때문에 뭔가 끄적이고 싶긴 한데 스스로도 뭔가 입장정리랄까 생각이 마무리되질 않아 갈팡질팡했다. 오늘은 신부가 보낸 의례적인 답례 문자도 받았으면서 뭐가 이리도 불만인가. 그 이유가 정확하게 뭔지, 어쩌면 알것 같은데 편협한 자신에게 실망스러워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여기다 일러바치다 보면 결론이 나지 않을까.

흥미진진한 쇼 이벤트를 보러가는 양 즐겁게 시작했던 결혼식 참석의 뒷맛이 씁쓸한 사유로 추정되는 몇 가지.
1. 데미 무어처럼 심히 어린 남편감을 짠~하고 선보일 것이라 늘 기대했던 친구의 배우자가 오십대 중반의 법조인이다.
2. 친구가 내게 "미안하다. 시집 나 먼저 간다!"라고 말했다. (-_-; 뭐가 미안한데?)
3. 가을밤 낭만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야외 결혼식장의 둥근 테이블엔 뜻밖의 팻말이 많았으나 정작 '신부 친구'가 앉을 자리는 표시되지 않아 우릴 방황하게 만들었다.

근래 참석한 식장중 단연 아름다웠다


4. 신부 친구로서 축사를 한 두 사람이 다 외국인이었다. (추워죽겠는데 영어 축사를 어찌나 길게 하던지!)
5. 신랑 친구로서 축사를 한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특정 정당의 정치인이었다.
6. 주례가 없는 대신 두명이나 나선 사회자 소개부터 시작하여, 결혼식 내내 '모대학 법대'라는 말을 최소 30번쯤 들었다.
7. 축가로는 신랑이 직접 My way를 열창했다.
8. 이 친구의 결혼으로 인하여 마치 금지된 봉인이 풀리기라도 한 듯, 최근 10년간은 감히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던 결혼독촉(너도 늦지 않았어! 넌 언제 할래? 등등)을 지인들이 내게 서슴없이들 해댔다. 푸하하하. .ㅜ.,ㅡ
9. 아무리 봐도 내가 심히 소인배다.

역시 써내려가며 결론이 났다. 답은 9번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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