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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투덜일기 2016. 5. 19. 00:27

어렸을 때부터, 아니 나중에 한참 커서도 내가 잘 몰랐거나 오해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나만 그랬는지, 다른 분들도 그랬는지 궁금해서 언젠가 한번 포스팅해야지 맘 먹었었는데 계속 까먹었다가 새삼 일하기 싫은 순간에 하나하나 떠오르는군.


1. 쌀 한톨 기르는데 1년 걸린다. 

할아버지나 엄마가 주로 밥상에서 잔소리 차원에서 하던 말이었다. 빈 밥그릇에 밥풀 붙여놓거나 상에 흘리면 저런 핀잔을 들었는데 어린 나는 정말 의아했다. 쌀 한 톨 기르는데 1년 걸리면 대체 이 밥 한 그릇에 담긴 쌀을 다 기르려면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지?  거짓말 아냐? +_+

ㅎㅎㅎㅎ 쌀과 벼의 차이도 모르던 때의 의문이었던 듯. 쌀을 한톨씩 따로 키우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벼농사를 짓는다는 건 정말로 한참 뒤에야 깨달은 것 같다. 이거 나만 몰랐음?


2. 시님

요새도 탁발승인지 땡중인지 집집마다 돌아다니거나 전철역 같은데서 목탁을 두들기는 승복착용자들을 볼 수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땐 정말로 사극에서 보듯 가끔씩 탁발승이 대문으로 들어와 마당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독려했었다. 그러면 할아버지나 할머니, 울 엄마가 내게 쌀 한 그릇이나 지폐 몇장 쥐어주며 말했다. "얼른 저 시님한테 시주하고 와라."

그래서 난 당연히 머리 빡빡 깎은 사람들에 대한 호칭이 '시님'인 줄 알았음. '시주'하고 운율도 맞잖아!

외할머니, 엄마 따라 간 절에서도 다 '주지시님', '부전시님', '원주시님'이라고 부르더만... 그래서 초파일날 관련 일기에도 '시님'이 등장했었다.  근데 어느날 사촌 언니 일기장을 훔쳐보는데, 똑같이 초파일에 절에 간 이야기 편에 '시님'이 아니고 '스님'이라고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 ㅠ.ㅠ 내가 너무 오래 잘못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꽤나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냥 말이나 생각으로 흘려보낸 게 아니라 '일기'에 문자로, 증거로 나의 오해와 실수가 기록되어 있었으니 그랬겠지... ㅋ


3. 산 오징어

주로 빨간색 동그라미 안에 '산'자를 넣어 글씨를 새긴 물탱크 같은 걸 싣고 다니는 트럭을 볼 때마다 어린 나는 생각했다. 아니, 오징어가 어떻게 '산'에서 살지? 오징어는 바다에 사는 거 아닌가? 바닷물을 길어다 산에 양식장을 만드나? ㅠ.ㅠ  

'산'이 山이 아니고 生이라는 사실은 중학교에 들어가서 한자를 배운 다음에도 잘 깨닫지 못했다. 남들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것 같은 바보 같은 질문은 절대 입밖에 내지 않는 신중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ㅎㅎㅎ


4. 참여 연대

9시 뉴스에서 걸핏하면 나오는 '참여 연대' 관련 소식에 어린 나는, 아니 어른이 된 뒤에도 대체 '연대 애들' 맨날 뭘 그렇게 데모를 하나그래... 서울대, 고대애들은 상대적으로 잠잠하네... 그랬었다. ㅠ.ㅠ '연대 보증'이라는 말은 제대로 이해했던 것 같은데 왜 '참여 연대'만 연세대의 준말이라고 생각했는지 원... 



음... 일단 요 정도다. 뭐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생각나면 추가해야지 ㅎ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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