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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별

투덜일기 2010. 1. 28. 17:04

사람마다 이상형의 조건이 다르겠지만 내 경우 남들이 좀 특이하다고 보는 부분은 <존경스러운 점>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첫눈에 뿅가는 불타는 사랑 따위 해본 적도 없고 믿지도 않지만, 그나마 어설프게라도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려면 나는 그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이 먼저 생겨야 한다. 스스로 부족한 게 워낙 많아서 내가 존경할 만한 부분도 조목조목 워낙 많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운동을 잘해도, 아이들이랑 잘 놀아줘도, 노인들에게 잘해도, 박식해도, 악기를 잘 다뤄도, 목소리가 낮고 좋아도,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써도, 말솜씨(달변과는 좀 다르다)가 좋아도, 인간관계를 잘해도, 동정심이 많아도... 손꼽자면 끝도 없다. 다만 저런 사실을 드러내놓고 우쭐대며 잘난척만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의 존경심이 샘솟는 건 순식간이다. 내가 끔찍이 싫어하는 자질도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존경스러운 부분이 그 단점을 뒤덮을 정도라면 아마 사랑이 가능할 거라고 믿는다. 물론 과거 연애사를 돌아볼 때 변변찮은 빈도수를 보면 퍽 까다로운 기준임은 확실하다.

고백하기 좀 민망하지만 나에겐 가상연애나 기약없는 짝사랑의 일종이라고 생각되는 <스타>에 대한 애정 역시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물론 처음엔 외모나 목소리, 노래에 혹해서, 또는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에 혹해서 잠시 열광하는 배우나 가수가 있지만, 오래도록 지켜보며 존경스러운 점을 찾지 못하면 나의 애정은 한순간에 식고 만다. 싫고 짜증나는 단점을 발견했을 때는 말할 것도 없다. 특별히 열렬히 팬 활동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의 미니홈피를 드나들며 멋진 사진을 퍼나르기도 하고, 컴퓨터 하드에 따로 사진 폴더도 꾸미고 그에 관한 기사는 죄다 찾아 읽으며 홀로 흐뭇해하다가 어느 순간 스러져간 나만의 스타들을 꼽아보자면 원빈, 조승우, 현빈, 김범, 장국영, 여명, 다케노우치 유타카, 오다기리 조, 콜린 퍼스, 주드 로, 조니 뎁 등이 있다. 조승우는 한 때 단체로 열광하다가 순식간에 다들 싫어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보니, <지킬 앤 하이드> 보고 와서 열병 앓듯 계속 ost 듣던 때가 의아할 정도다. 그 외엔 싫어하게 된 사람은 없는데 그냥 시큰둥한 정도랄까.

헌데 세월이 흘러 애정 지수가 좀 떨어지긴 했으되 내가 옛정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이들은 확실히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은 이들이다. 바람둥이니, 노래를 못하니, 하는 단점은 별로 상관없을 정도로. 그런 사람들을 표현할 때 <아직 촉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열심히 정보를 찾지는 않지만 우연히 들려오는 소식은 빠짐없이 읽고 흐뭇해하며 잊고 있던 존경심을 다시 끄집어낸다.

첫번째 인물은 조지 클루니. 13, 4년 전쯤 메디컬드라마 <ER> 보며 그에게 열광했던 건 순전히 섹시한 외모와 껄렁한 캐릭터 때문이었지만 정치성향도 훌륭하고(내 취향이란 얘기다) 최근 감독이나 프로듀서로 제작하는 영화들도 그렇고 하나같이 존경스럽다. 특히 이번 아이티 지진 난민 돕기 프로그램은 순전히 조지 클루니의 기획이라는데, 할리우드 최고 명사 측근들을 죄다 불러모은 그의 마당발과 기획력은 놀라울 정도다. 듣자하니 미국 전역에서 모인 아이티 기부금보다, 그날 딱 3시간 동안 모은 기부금이 더 많단다. 그냥 100만불 턱 기부하는 것도 모자라서, 기부 프로그램 기획하고 사회보고, 돈 많고 유명한 친구들 동원하고... 멋지다는 말 밖엔 안나온다. 물론 어리디 어린 모델이나 여배우들과 만날 사귀고 다니지만 그렇다고 진짜 양다리를 걸치거나 추문을 낸 적은 거의 없다. 내가 알기론 조지 클루니가 결혼까지 생각했던 진정한 사랑이 존 트라볼타의 아내가 되는 바람에(존 트라볼타 커플은 또 굉장한 잉꼬부부다) 신나게 얕은 연애만 하고 살겠다고 결심한 거란다. 첫사랑 못잊어 평생 징징대는 남자는 진상이라 싫은데, 조지 클루니의 바람기는 완전 이해된다. 아, 사실 바람기는 자꾸 딴눈을 팔아야 바람기지, 여자를 바꾸어가며 사귀는 건 그냥 취향 아닌가! 그렇게 멋진 남자를 젊든 늙든 예쁘고 멋진 여자들이 가만 놔둘리도 만무하고.. (애정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 거 인정 ^^) 암튼 희끗희끗 은발이 멋진 미중년이 된 클루니는 숀 코너리처럼 미노년으로 늙기까지 줄곧 나의 촉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

두번째 인물은 브래드 피트. <가을의 전설> 보고 홀딱 반해서는 <프렌즈>에서 부인을 위해 카메오로 나와 제니퍼 애니스톤을 혐오하는 예전 비만남으로 나올 때까지 무작정 꺅꺅~ 거리며 좋아했다. 남들이 원시인 같다고 손가락질 해도 내눈엔 그게 안보였고, 조강지처 버리고 안젤리나 졸리랑 합쳤을 때도 제니퍼보다 안젤리나가 훨씬 매력있다고 인정해줬다. 게다가 이 남자 조지 클루니랑 아주 친하다. ㅋㅋ 조지 클루니가 문득 결혼이 하고 싶어지면 브란젤리나 커플과 아이들을 몽땅 집에 초대해 저녁을 먹이는 걸로 결혼욕구를 잠재우는 충격요법을 실시한다는데, 어쨌거나 아무리 안젤리나의 행보에 편승한 거라고 해도 둘이었나 셋에서 시작해 이제 일곱이나 되는 아이들을 공동 양육하고 있는 이 남자, 존경스럽지 않나? 조지 클루니의 영향인지 정치 성향도 멋지고 특히 안젤리나랑 같이 턱턱 여기저기 거액 기부하는 건 정말 기특하다. 다 졸리 때문이라고? 요즘 불화설이니 이혼설이 파다해서 가슴이 아픈데, 결과가 어떻든 그건 사생활이고 그 외에 해오던 기특한 사회활동은 계속될 거라 믿는다.

세번째 인물은 이현우. 원래부터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 가수는 아니었고, 요샌 처자식 부양하느라 노래보다 사업에 더 힘쓰고 있어 소식 듣기 어렵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가끔씩 그의 6집과 드라마 <아일랜드> ost의 곡들을 들으며 좋아라 한다. 각종 사회단체에서 연예인을 얼굴마담으로 세우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이현우는 워낙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작년엔 북한산에 올라가 에스컬레이터 설치 반대하는 1인 시위도 했고, 간간이 환경 관련 모금 집회 같은데서 노래를 부른다. 사업으로 돈 많이 벌면, 지구온난화 때문에 80년 뒤엔 한반도에서 사라져버린다는 소나무를 살리는 운동에 턱턱 기부금을 내놓을 사람이라고 생각중이다. ^^

요번 아이티 지진 때문에 생겨난 난민을 돕겠다고 존 트라볼타는 자기 전세기에 구호품을 6톤이나 싣고 직접 비행기를 조종해 남미로 날아갔다고 한다. 의료진도 태워갔다지 아마. 우리나라에서 연예인들 모아놓고 모금 캠페인 같은 거 하면 스타들은 노래 한곡 부르고 가버리거나 몇 마디 하는 게 다 일뿐 기부금 전화 받는 이들은 죄다 알바생이던데, 조지 클루니가 기획한 아이티 기금마련 프로그램에선 줄리아 로버츠,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사람들이 주르륵 스튜디오에 앉아 일일이 전화를 받더라. 전세기를 몰고 간 존 트라볼타도 그렇고, 다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스타들이니 쇼맨십 때문에 그렇다고 쳐도, 우리나라 연예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할리우드에 아무리 돈이 흔하다고 해도 그야말로 그들은 진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우리나라엔 왜 얼굴도 잘생기고 섹시한 데다 정치적으로도 진보적이라 내가 십몇년씩 존경하고 사랑하는 스타들이 왜 없을까... (아 물론 권해효 씨 존경하긴 하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애정하기엔 좀 ㅠㅠ)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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