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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3 꼬꼬면이 뭐라고 21

자주 먹진 않지만 나 역시 <라면은 역시 신라면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한달에 한두번 끓여먹는데도 집에 신라면이 떨어질 일은 없다. 그밖에 우동과 소면, 인스턴트국수, 떡국떡도 상시 준비되어 있다. <점심끼니는 웬만하면 간단히 분식으로>가 나의 모토이기 때문이다. 점심에 제일 자주 끓여먹는 건 떡만두국과 가쓰오부시 우동(생면으로 인스턴트 제품이 나온다). 최근 맵지 않아 만만한 후루룩 국수도 꽤 애용했다(엄마는 매운 음식을 못드신다). 그런데 몇달 전 꼬꼬면이 등장한 거다. 별로 맵지 않다니 점심끼니 후보로 올릴 만했다. 헌데 엄청 인기라서 품귀현상이 빚어진다나 뭐라나 뉴스에도 나오고, 거의 암거래를 연상케 할 만큼 어렵사리 구해야 하는 라면으로 루나파크 에피소드에도 등장했다. 동네 마트에 가보니 정말로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또 괜히 빈정이 상하면서 맛도 보기 전에 먹기가 싫어졌다. 닭비린내 난다잖아! 일부러 유통을 제한해서 사람들 감질나게 만드는 꼼수 마케팅 수법 아냐? 라면이 맛있어 봤자지... 

그러고 잊고 있었는데 얼마전 LA사는 친구가 통화하다가 문득 물었다. 아 참, 너도 꼬꼬면 먹어봤니? 그렇게 맛있어? 여기 사람들 그거 먹어보고 싶다고 난리다 너.. -_-; 나도 아직 구경 못했다고 했더니 친구가 말했다. 너도 못먹어 봤으면 여기 들어와도 엄청 비싸고 사기 힘들겠다 야. 너 내년에 놀러 올 때 한 박스 사와! 킥킥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나는 다음번 친구와 통화할 때 먹어보니 별 맛 아니더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그 담번에 장보러 갔을 때 열심히 라면류 선반을 뒤졌다. 어느 구석에 한개라도 남아있을지 몰라, 그러면서... 그러나 없었다. 나는 또 다른 음모론을 상상했다. 꼬꼬면의 물량이 부족해 공급 안되는 게 아니라, 혹시 농심에서 마트에 압력을 넣는 거 아닐까? 그 마트가 원래 이름 없는 중소기업의 신선식품이 들어와 좀 인기를 끄나 싶으면 이내 대기업 제품에 쫓겨나곤 했기 때문이다. 국내산 쌀로 만들어 정말 맛있고 부드러운 데다 가격도 저렴해 내가 애용했던 떡국떡이 몇달만에 비싸고 찔깃해서 별로인 풀*원 떡국떡에 밀려나는 식이었다. 물론 한국야쿠르트가 힘없는 기업은 절대 아니겠지만... 암튼 꼬꼬면에 대한 나의 열망이 그리 큰 건 아니라 없으면 말지 하는 정도였다. 게다가 가끔씩 마트에서 행사로 구매액이 몇만원 넘으면 주는 사은품이 노상 오뚜기 '진라면'이더니 '신라면'을 줬다. 농심 마트 외압설(?)에 괜히 더 심증이 갔다.

그런데 요번엔 미중부에 사는 후배가 꼬꼬면과 나가사키 짬뽕이 드디어 들어왔다고 신나하는 감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목하 흰국물 전쟁중인 라면업계에서 나가사키 짬뽕은 삼양이 꼬꼬면의 대항마로 내놓은 제품이다. (나 이런 거 왜 일케 잘 알지? ㅋㅋ) 유학생 및 교민들에게 한국 라면류의 인기야 익히 알고 있는 거지만, 한국에 있으면서도 몇달째 아직 맛도 보지 못하고 있는 나는 이유없이 조바심이 났다. 해서 마트에 가 또 다시 꼬꼬면을 찾아 헤맸다. 이번에도 없었다. 대신에 나가사키 짬뽕은 특설판매대에 엄청 쌓여 있었다. 흠... 꿩대신 닭이라는데...

적어간 쇼핑목록에 있지도 않던 나가사키 짬뽕을 결국 꾸역꾸역 사오긴 했지만 뭔가 기분이 찜찜했다. 어쩐지 업자들의 담합 농간에 넘어간 느낌도 들고...... 대체 꼬꼬면이 뭐라고! 그래서 반항(?)의미로 오늘은 소면을 삶아 건강에 좋은 콩국수(물론 두부와 우유로 만드는 간단식)를 새삼 만들어먹었다. 날씨도 다시 더워져 아주 딱이두만. 그러나... 아마 나는 담번 장을 보러 가서도 혹시 꼬꼬면이 있나 기웃거리게 될 것 같다. 이런 걸 도달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이라고 하는 건가. 쳇.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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