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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

투덜일기 2015. 10. 12. 23:32

어제 오늘 베란다 창문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렸다.

왕파리가 날아가다 유리에 부딪치는 소리도 아니고...

말벌이 밖에서 돌진해오는 소리도 아니고...

태풍 불때 바람에 흔들린 나뭇가지가 휘청휘청 유리창에 살짝 닿을 때의 소리에 가장 가까운 것도 같고... 

누가 손톱으로 톡톡 유리를 두들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대체 뭐지?


빨래 건조대 너머로 내다보아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창밖에서 삐리릭찌르르르르 새소리만 요란할 뿐.

혹시 귀가 이상해져셔 환청이 들리는 건가 별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단 생각에 주렁주렁 빨래가 널려 있는 건조대를 창가에서 옆으로 치우고 

창문 시야를 죄다 틔워놓고 지켜보고 있으니 범인이 금방 발각되었다.


크기는 딱 참새 만하고 색깔은 검정색과 흰색, 회청색이 어우러진 새 한마리가 창문 한 가운데도 아니고 맨 아래쪽 창틀 바로 위 유리를 부리로 톡톡 두들기며 자꾸 날아들었다. 너 뭐니?


송추 전원주택에 사는 막내고모네는 넓은 유리창으로 가끔 참새도 날아들고 제비도 날아들어 전속력으로 날아온 새들이 죽어 테라스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하는 일이 있어서, 신문지를 붙이곤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나마 이 영리한 작은 새는 전속력으로 날아와 몸을 부딪치는 게 아니라 작은 부리로 유리창을 톡톡 톡톡 두들기며 날갯짓을 하는데, 그게 하도 구석이라 건조대로 창이 절반도 넘게 가려져 있을 땐 보일 턱이 있나. 


이누무시키, 왜 들어오려고 그러느냐고 내가 창문 앞에서 오락가락 위협적인 몸짓을 보였더니 금방 포르르 벚나무로 날아가버렸는데, 겁도 없이 내가 가만 서 있으면 자꾸 또 날아와 그짓거리를 했다. 너 뭐냐? 밖에서 볼 땐 우리집 유리창에 나뭇가지 열매나 벌레들이 더 유혹적으로 비치나? 아래쪽은 베란다 난간 때문에 나무가 안 비칠텐데... 흠. 


집앞 벚나무와 살구나무에는 뭐 먹을 게 그리도 많은지, 버찌가 그렇게도 맛있는 먹이인지, 아니면 잎사귀마다 구석구석 작은 벌레들이 살고 있는지 아침마다, 아니 온 종일 온갖 종류의 새들이 날아와서 시끄럽게 먹어댄다. 산비둘기도 날아오고, 이름모를 각종 작은 새들이 와글와글... 참새는 아니던데. 


전면 유리나 거울로 된 대형건물엔 새들이 마구 날아들어 죽기 때문에 맹금류의 모양을 한 스티커를 붙여서 미리 도망가게 한단다. 그걸 버드세이버(bird-saver)라고 한다지? 우리집에도 맹금류 스티커를 붙여야하는 걸까, 그냥 살살 두들기는 거니깐 냅둬야하는 걸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는 아무려나 인간으로선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일도 또 녀석이 창문을 두들길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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