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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투덜일기 2013. 3. 8. 23:40

다섯번의 현장답사를 빼고도 18번이나 이론수업을 받은 내용을 하루아침에 벼락치기로 몰아서 공부하면 과연 결과가 좋게 나올까? +_+ 왕릉답사 가는 날은 사촌동생 결혼식이랑 겹쳐 당연히 못갔고, 지난주 화요일엔 몸도 안좋고 강의내용도 별로라서(대인 예절과 자기관리법 같은 거였다) 두번째 결석을 했다. 개근상 받을 것도 아니고 뭐 어떤가.

 

궁궐지킴이 활동을 정식으로 할지말지, 그것 역시나 여전히 고민중이라서 내일 시험도 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난 두달 넘게 계속 마음이 변덕을 부렸다. 아 다 귀찮아, 그간 배운 걸로 충분해. 그런 마음이었다가 또 과연 시험을 보면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왜 사서 간을 졸이려는지 모르겠으나, 내 실력을 평가받고 싶은 기분이랄까? 하지만 또 시험에 떨어지면 쪽팔리고 자존심 상할까봐 아예 응시하지 않아야하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든다. 아우 이놈의 변덕과 우유부단함!

 

학창시절에도 워낙 벼락치기의 여왕이었던 터라, 한 사나흘 빡세게 벼락치기로 공부를 하면 시험에 떨어지진 않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건 어디까지나 며칠 전 상황이었고, 실제 며칠동안은 놀러 나가거나 오늘아침까지 애먼 일(애물단지 동생을 돕는 일;;)로 밤샘까지 해야 했다. 결국 오늘은 온종일 시체놀이를 하다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밤중이다. 심지어 내일은 저녁때 왕비마마 생신 파티가 있어서 저녁먹고는 간만에 또 대청소도 했다. ㅠ.ㅠ

 

두툼한 교재와 그간 깨알같이 적어놓은 필기노트와 궁궐 답사 갔을 때마다 집어온 안내책자를 책상에 쌓아놓고 앉아있긴 한데, 언제 다 읽어보나 싶은 것이 한숨이 푹푹 나온다. 객관식 문제만 있으면 대충 찍는 걸로 밀어부쳐 보겠는데, 주관식도 있단다. 이걸 해, 말어? ㅋㅋㅋㅋ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순전히 저 좋아서 시작한 일이 맞기는 한데,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나답고 깔끔한지 그걸 모르겠다. 어흑...

 

오매불망 선망하던 궁궐 전각에 그나마 좀 자유로이 출입하려면 궁궐지킴이 활동을 하는 수밖에 없겠으나, 또 다시 몇 달 수습기간을 거친 뒤 부족한 숫기로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일인데 과연 내가 그 자부심 돋는 '자원봉사'를 이어갈 수 있을까? 자원봉사가 진정 타인을 위한 것인지 본인의 허영심 만족을 위한 것인지 아직도 갸웃갸웃 하는 사람으로서 자격이 되는가 말이다. 100명이나 되는 교육생들과는 두달반 동안 완전히 생까고 잘 지냈지만, 수습이랍시고 궁궐에 배정되고 나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텐데 아무리 궁궐애호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도 나름 '조직'에 속해서 사람들과 부대끼게 되는 걸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벼락치기든 아니든 '시험'을 위한 공부는 정말이지 하기 싫다는 진리를 또 한번 깨달으며, 여기 끼적이다보면 뭔가 답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제부터 예상되는 나의 행동이 대강 그려지기는 한다. ㅋㅋㅋ 일단 밤샘을 해서라도 벼락치기에 힘을 써보겠지. 그래서 시험범위를 다 끝내면 시험을 보는 쪽에 더 무게를 둘 것이고, 범위를 다 못 끝내면 아마 시험시작 직전까지(1시부터 마지막 교육과 수료를 마치고 시험은 3시부터 본다 ^^;;) 볼까말까 계속 전전긍긍하지 않을까. 에라이 소심한 것!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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