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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

투덜일기 2012. 12. 31. 23:17

2012년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포스팅으로 마무리하면 참 좋은 날이겠으나, 게으름뱅이는 한해 마무리도 꼭 새해로 넘겨서 하는 버릇이 있는 고로 그냥 로그인 한 김에 몇 자 적고 끝내련다.

 

잦은 눈 때문에 집앞 계단과 마당이 온통 얼어붙어 왕비마마한테는 절대 출입금지를 명해놓았으되, 나까지 그럴 순 없었다. 우체국도 가야하고 눈을 찔러대는 머리칼도 좀 잘라야하고 진짜 설날은 아니지만 내일 떡만두국이라도 끓여먹으려면 간단히 장도 봐야하고...

 

동네 간이 우편취급소를 향해 종종걸음을 치다 길모퉁이를 돈 순간 문득 눈이 부셨다. 한겨울 노을 속 태양에도 눈이 부실 수 있다는 사실이 왜 그리도 신선하던지. 그러고 보니 2012년에 마지막으로 보는 태양이로구나. 문득 감상이 돋아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냈다. 장갑을 빼자마자 순식간에 바싹 얼어붙는 듯한 손가락을 얼른 놀려 얻은 올해의 마지막 해 사진.

 

머리 위로 지나는 고가도로와 지저분한 전깃줄과 전봇대와 앙상한 가로수 사이로 보이는 햇빛은 당연히 사진보다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한시간 45분만에 눈길을 뚜벅뚜벅(사실은 뒤뚱뒤뚱;;) 걸어 목표한 일  세가지를 모두 마치고 산뜻한 기분으로 돌아오며 부디 새해엔 덜 방황하고 덜 망설이고 덜 좌절하기를 빌었다. 사소한 일이든 큰 일이든 제발이지 마음 먹은 건 막 일주일씩 한달씩 미루고 그러지 말기를...

 

하루하루 아무 기억도 흔적도 없이 보낸 날들 가운데 그래도 오늘 12월 31일엔 우체국에도 갔고 머리칼도 잘랐고 배달아저씨의 도움 없이 낑낑 대며 홀로 식량도 날랐고, 아주 간만에 그림일기도 썼노라고 기억하고 싶었다. ^^;

 

 

이왕이면 그림일기의 형식을 끝까지 빌어서;;

오늘의 날씨: 맑고 추움

오늘의 기분: 홀가분

내일의 할 일: 떡만두국 끓여먹기 & 차에 쌓인 눈 치우기

 

이러면 새해 첫날인 내일도 그림 일기 하나 올라오지 않을까나. ㅎ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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