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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개판

투덜일기 2016. 7. 2. 00:32

내방 아래층인 102호에 전격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오더니, 한달쯤 비어있던 그 옆 101호에도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왔다. 밤이면 어쩐지 음산하고 깜깜하던 아래층에 양쪽 다 불이 들어온 건 반가운 일인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102호 집주인한테 듣기로는 혼자사는 젊은 아가씨가 이사온 거라던데, 아침에 부부처럼 출근하는 남녀를 엄마가 종종 보았고 인사도 했다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거 같고... 식구가 무려 넷이다. 반려견이 2마리나 있기 때문. ㅠ.ㅠ  처음 일주일은 좀 괴로웠다. 가뜩이나 잠귀도 밝은데다 요새 깊은 잠도 잘 못자서 괴로운데 새로운 집에 이사온 강아지들이 주인장 집비운 새에 낮이고 밤이고 꺼이꺼이 좀 울어댔다. 그래도 몸집 작은 강아지들이고 목소리도 크지 않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니들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지 그러면서 참는 수밖에. 다행히 일주일 쯤 지나니깐 적응이 됐는지, 아님 이제는 낮에도 누가 사람이 집에 있는지 개 우는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주에 이사온 101호 아저씨! 이상하게도 뒷마당을 폐기물 업체까지 불러다가 깨끗하게 치우고 나무도 정리를 하더라니....(우린 혹시 텃밭을 만들려나 상상했었고, 엄마는 거기 햇볕 많이 안들어서 농사 못지어요.. 라고 조언까지 했었단다 ㅋ) 거기다 개를 데려다 놓을 거라고 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나.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얌전함을 지하철에서 몇번 목격한 터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골든리트리버던가, 별로 안짖는 개만 안내견으로 쓰는 것도 같고.

하여간에 드디어 어제가 개를 데려온다던 D데이였다. 비가 좀 오락가락했지만 크게 개짖는 소리는 나질 않아 종일 깜박 잊고 있었더니만 밤 11시쯤 부터인가.... 작은 개가 끄응끄응 깨앵깨앵 계속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 창문을 닫을 수도 없고! 일하다 말고 수시로 2층 창밖으로 타일렀다. "조용히 좀 해라. 왜 우니. 시끄럽다..."

그것만도 짜증이었는데 새벽엔 아래층(개 2마리 키우는 102호) 현관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왈왈왈왈 컹컹컹.. 작은 개 큰개 할 것 없이 한꺼번에 미친듯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으악... 개싸움이 벌어졌나. 이게 뭔가. 짐작컨대 나보다 더 시끄러움에 시달린 102호 사람들이 사태 파악을 하러 나갔던 모양.

그 뒤로도 길냥이들 때문인지, 떠돌이 개가 또 있는 건지... 암튼 컹컹 몸집 큰 개가 가끔 컹컹 짖고 작은 개는 깨갱깨갱 울어대고... 새벽부터 쏟아지는 비에 처량맞은 개울음은 커져만 가고 ㅠ.ㅠ

날이 훤해질 무렵 겨우 누워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사리를 만들고 있던 나는 오전 10시쯤 되자 미칠 것만 같았다. 대체 어떻게 생긴 개새퀴들이 우는지 얼굴이나 봐야겠다며 호기롭게 쿵당쿵당 계단을 내려갔다.

새까맣고 덩치 큰 개 한 마리와 몸집 작은 하얀 개 한마리가 뒷마당에 서로 멀찍이 쇠사슬에 매달려 있었다. 니들 왜 자꾸 우냐고 나도 모르게 하소연을 하는데 개주인 아저씨가 따라나왔다. 미안하다고, 자기도 밤새 괴로웠다고 사과를 하는데 뭐라고 따질 수도 없고 참 놔... 네, 쟤네들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죠. 근데 좀 힘드네요.. 뭐 그 정도로 이야기하고 올라왔다. 아... 이 건물에 개평화는 이제 사라졌구나 ㅠ.ㅠ

근데 또 오늘 비가 좀 많이 내렸나. 낯선 마당에서 폭우를 견디는 게 힘든 건지 개들은 또 이따금씩 컹컹컹, 깨갱깨갱 울어대고... 출근을 안한 건지 102호 여자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고 급기야 아래층 개주인들끼리 말싸움이 났다. ㅠ.ㅠ 

무서워서 난 내려가보지도 못하고 귀만 쫑긋... 아... 불안하여라. 101호 개 아저씨 이사오는 날에 내가 얼마나 친절한 이웃 코스프레를 하면서 냉커피랑 매실차도 갖다주고 그랬는데 ㅠ.ㅠ 에고 의미없다. 

놀라운 건, 101호에서 키우는 개가 한 마리 더 있다는 거다. 그집 현관문이 열리면서 베이지색 복실 강아지 한 마리가 또 튀어나오더니 나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헐.. 하긴 뒷마당에 묶여 있던 작은 하얀개도 내가 왜 우냐고 징징 대자 꼬리를 흔들어 대답했다. 이놈. 나더러 어쩌라는 거냐 ㅠ.ㅠ 

하여간에 그렇다면 졸지에 이 건물에 사는 개가 총 다섯마리다! 그야말로 개판일세. 맙소사...다시 시작된 개판의 귀추가 무섭고도 궁금하다. 부디 어떻게든 평화가 찾아오기를...  어제보다는 적응을 한 건지 비가 그쳐서 그런지 째뜬 어젯밤보다는 조용한 것 같다. 에효...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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