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특별전

놀잇감 2013. 1. 23. 21:35

 

지난주 경복궁 답사 갔을 때 교육 끝나고, 며칠 남지 않은 덕혜옹주 특별전도 둘러봤다. 지난번 <덕수궁 프로젝트>에서 덕혜옹주의 처소를 재현해놓은 설치미술도 본 터라 실제 유품을 보는 기분이 묘했다.

 

1960년대에 한국으로 돌아와 1989년까지 창덕궁 낙선재에 살았으니 유품이 꽤 많을 것도 같은데 이번 전시는 일본 큐슈국립박물관 소장품을 빌어다 하는 것이라 볼 거리가 그리 많진 않다. 어렸을 때 입었던 당의와 돌복, 버선 같은 의류와 사진 몇장, 혼수품으로 가져갔을 것으로 여겨지는 비단필과 유리 공예품, 금속 촛대 따위가 전부다. 아, 맞다. 덕혜옹주가 학창시절 그리고 지었다는 그림과 시화, 엽서 글씨도 볼 수 있다. 서화에 능했다더니 정물 그림이 꽤 훌륭해서 놀라웠다.

 

학창시절 사진을 보아도 상당히 총명해 보이던데, 일본으로 끌려가 곧장 심신이 피폐해졌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아프다. 십대에 이미 조발성 치매로 진단받은 상태에서 일본인 백작과 정략결혼을 했다는데 그 병명이 확실한가?

 

90년대 초에 창덕궁에 가보았을 때, 낙선재에서 실제로 덕혜옹주와 이방자 여사가 양식으로 바꾸어놓고 살던 내부를 들여다본 적이 있다. 시멘트와 타일로 대강 바른 화장실과 부엌이 너무도 작고도 초라했고, 당시 해설사는 곧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던 것 같다. 정말로 몇해 후 다시 갔을 때는 아예 낙선재 구역을 폐쇄하고 보여주지 않았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덕혜옹주 특별전보다는 고궁박물관에 소장된 궁궐의 온갖 보물과 소품들을 보고싶었으나 너무 피곤한 나머지 다음을 기약했다. 덕혜옹주의 사진으로 꾸민 몇 장의 영상물이 남긴 인상이 너무 무겁기도 했고... 망한 나라의 마지막 공주(왕비의 자식이 아니라 공주도 아니고 '옹주'이지만;;)의 운명은 대부분 불행할 수밖에 없나보다. 러시아 제국의 아나스타샤 공주에 대한 영화도 본 것 같은데;; 

 

일본에서 갖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재가 워낙 많아서 일본인의 개인소장품이나 일본 박물관 소장품을 빌려다 한국에서 전시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지만, 덕혜옹주의 불행한 인생사 때문인지 1월 27일 전시가 끝나면 곧 일본에 돌려줘야한다는 상황이 더욱 서글프게 다가왔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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