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번역가가 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할 때 
잘 생각했어! 어디가도 진짜 이만한 직업이 없지! 강추야! 완전 좋아! 날 보면 알잖아!
....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어... 진짜? 왜 하필 이런 지난한 길을? 꼭 해야겠어? 꽤 오래 힘겹게 버틸 자신 있어? 덤벼들 실력은 있고? 겉보기보다 이 일이 실체는 퍽 초라한데... (원고료 5백원 올리자고 협상하고 있으려면 정말이지 우어~!!)
라며 자꾸 초를 치게 된다.

본의아니게 최근 번역가를 꿈꾸는 두 사람에게 번역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조언을 해주게 됐다.
한 사람은 너무 어려서 (친구 딸의 후배 ㅠ.ㅠ) 앞으로 진로변경의 가능성이 훨씬 더 많으니까 현실적인 부분보다는 꽤나 아련하고 황홀한 꿈으로 포장해주고 나서 자책감에 휩싸였다. 나중에 정말로 번역가의 길에 들어선 그 소녀가 막 나를 원망하면 어쩌나. +_+ (걱정도 팔자라고 곧 머리를 흔들었다.)
또 한사람, 지금 하고 있는 출판사 편집일을 '때려치우고' 번역공부를 위해 전공을 바꿔 진학까지 결심했다는 낯선 이에게는 정 하고 싶으면 도전해보라고 빤한 권유와 함께 나름의 노하우와 현실적인 고충을 대강 알려주긴 했으나, 역시나 마음이 꺼림칙하다. 희망에 차올라 거듭 감사 인사를 하는 그의 답 메일을 열어보고 나니 더더욱. 하도 망해 넘어가는 출판사가 많아 나도 이 일로 노년까지 잘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 아닐지 문득문득 두려움이 밀려드는 판국에 잘하는 짓일까나. (그치만 출판계에 있으니 그 정도 사정은 본인도 알지 않겠어? 라며 책임 회피 중)

한 1, 2 백년쯤 지난 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이 생겨나고 했을 무렵, 번역가는 과연 어느 부류에 속해 있을지 돌연 궁금하다. 젊은 사람들에게 이 직업 추천하고 앉았는게 설마 죄는 아니겠지? 에휴.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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