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에 이웃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베스트 다섯곡 뽑기,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싶지만 새삼 해봤다. 공연보러 가려면 어차피 노래 예습도 해야하니 겸사겸사다. CD를 사서 처음 들을 때 좋은 곡이 있고 나중에 더 좋아지는 곡이 있고, 또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서 유독 귀에 박히는 곡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뽑고 보니 나도 좀 의외였다. 약간 의기소침한 요즘 상태를 반영하듯 전부 다 조용조용한 곡인 것 같다. 원래 브로콜리 노래가 거의 그렇긴 하지만...
- 춤. 처음 들었을 때 꼭 토이 노래를 듣는 것 같았다. 잔잔한 도입부부터 뭔가 징 마음을 울리는 데가 있다.
- 앵콜요청금지. 워낙 유명한 곡이라 CD사기 전에도 라디오에서 처음 들어본 것 같은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때 그 마음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부분이 특히 짠했던 기억이 있다. 계피 양(이겠지?) 이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제일 마음에 든다.
- 보편적인 노래. 정규 1집의 타이틀곡이니 더 말할 필요가... '보편적'이라는 말이 이렇게 슬프게 들리는 말이란 걸 처음 깨달았다. 흔해빠진 사랑과 이별 노래가 다 자기 얘기 같은 청춘의 경험도 이렇게 담백하게 표현될 수 있다니. '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때, 그때의 그때' 부분 가사가 특히 좋고, 징징징 기타연주가 인상적인 간주도 마음에 든다. 어딘가 좀 헐렁한 듯한 느낌이 브로콜리 음악의 매력인 것 같은데, 이 노래는 그 중 가장 꽉찬 느낌이다.
- 열두시 반. CD에서 음원 추출하면서 뭔가 잘못됐는지 마지막 부분이 이상하게 씹혀 매번 건너뛰고 들었었는데, 요번에 예습하며 들으니 반하게 좋다. 덕원의 곡과 가사는 여백 많은 그림이 연상되는 느낌이 좋은 듯. 기타를 배워서 한번 직접 연주하며 불러보고 싶다는 선망이 생겼다. ㅋ
-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처음 들을 때 보편적인 노래랑 좀 헷갈려 했고(이렇게 귀가 무뎌서야 원;; 가사 발음을 헷갈리는 것과는 또 다른 사오정 증상), '말하지 않아도..' 부분에서 덕원 발음이 귀여워하는 척 하는 것 같아서 괜히 싫어했었는데, 이번에 들으면서 좋아졌다. 도입부에 피아노로 시작해서 장중하게 이어지는 전주부터 마음에 든다.
2집 처음 들었을 때 1번 트랙부터 앞부분 곡이 다 좋아서 나는 1집보다 2집 노래에서 더 많이 꼽게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며칠 들으며 후보곡을 뽑다보니 아니었다.
다섯곡 후보에 최종까지 올랐다가 떨어진 노래들은 두근두근,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말.
내게는 노래가 없지만 이웃들이 번외편으로 많이 좋아한 노래, 꾸꾸꾸도 찾아 들어보니 사랑스러운 곡이다. 뭔가 경쾌한 곡도 좀 꼽아보려고 의도적으로 챙겨 들어보았으나 안타깝게 마지막에 다 떨어졌다. ㅎ 역시 시기 탓인지도. 아이튠즈 재생 횟수를 보아도 딱 좋아해서 많이 들은 노래가 보이더라.
노래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감동스러울 만큼 음향이 꽉 찬 것도 아니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는 꾸밈이 심한 발음과 노래를 싫어하는 취향과 꽤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요즘 대세라는 아이유의 경우, 아이 자체가 귀여운 건 나도 인정하겠는데 노래하는 목소리랑 가사 발음이 무작정 싫다. 그래서 요즘 S오일 광고 노래 나오면 괜히 짜증 -_-;). 그러니까 공연도 따라 보러갈 생각까지 했겠지. 아주 오래전 파고다예술극장으로 다섯손가락, 이치현과 벗님들 등의 공연을 보러 다니던 때도 떠올라, 이번 브로콜리 공연에 설렘을 품고 있다. 성대 자랑을 하지 않는 가수들이니 라이브로 들으면 과연 어떤 곡이 제일 가슴에 와 닿을지 그것도 궁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