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때

놀잇감 2011. 2. 24. 17:49

'입때'는 입에 묻은 때가 아니라 '여태'의 뜻을 가진 부사다. 이북사투리로 알았으나 엄연히 표준말로 국립국어원에 등재되어 있는 우리말. 부사로 이름을 정한다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어차피 내가 자전거에 붙인 이름은 '느루'이므로 전적이 없진 않다. 어쩐지 얼굴 간지러운 닉네임 '라니'를 못마땅해한지 어언 몇년. 마음에 꼭 드는 새로운 닉네임을 정하고 싶었지만 온갖 검색의 힘을 빌어 찾아본 다양한 언어와 낱말 가운데서도 '후보작'만 손꼽힐 뿐,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그런데 요새 한국단편을 하나씩 읽다가 발견한 '입때'라는 낱말이 '날래'와 함께 마음에 새겨졌다. 둘 다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많이도 듣고 살았던 말이기 때문일까. 주로 "입때 먹언? 날래날래 먹어치우라우."(여태 먹고 있었니? 어서 먹어치우라는 뜻이다 ^^;)라는 형태로 쓰였다. '날래'도 발음과 형태가 마음에 들긴 하지만 뭐든 느리고 게으른 나의 성품과는 안 어울리는 말 같아서 일단 다음으로(?) 미루고 요번엔 한동안 '입때'로 온라인 공간에서 지낼 작정이다. 온라인 이웃들에겐 적잖은 혼선과 짜증을 빚게 되겠지만, PC통신시절부터 써왔으니 15년도 넘은 닉네임인데도 '라니'를 버리는 게 하나도 섭섭하지 않을 걸 보면 정말로 싫증이 났었나 보다. 또 한 10년 이 이름으로 사는 것도 좋겠지만, 변덕 심하고 싫증 잘 내는 성격대로 일년에 한번씩 닉네임을 바꿔 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ㅋㅋ

암튼 여러분, 이제 저는 입때입니다. ;-p 이뭥미 싶으시더라도 양해하여 주십시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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