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

놀잇감 2010. 11. 4. 16:57
 
멀지 않은 곳에 신나게 낙엽 밟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충동질에 옳다구나 신이 나서 다녀왔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었다는 조선의 왕릉 가운데 화성에 있는 융릉과 건릉. 각각 사도세자와 정조대왕의 부부 합장묘다. 사는 동네가 서울 북서쪽이다보니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능이라면 지겹게 여길 정도로 소풍 때마다 섭렵했다. 서오릉, 정릉, 태릉, 홍릉, 동구릉... 그땐 만날 똑같게만 보이는 '묘지'에 뭘 볼 게 있다고 만날 소풍을 가나 불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왕릉 주변의 아름다운 숲과 드넓은 잔디밭이야말로 소풍의 최적소였겠다 싶다.

특히 융건릉은 숲이 아름다워 원없이 종류별로 낙엽을 밟을 수 있다고 들었으나, 우리가 너무 일찍 움직인 탓인지 막상 가보니 단풍이 이제 막 들기 시작한 참이었다. 화성이 서울보다 아래쪽이란 걸 감안하지 않은 탓이다. 1, 2주일 늦게 갔더라면, 하고 아쉬웠지만, 그래도 피톤치드 풍성한 숲길을 한가롭게 거닐다 왕릉 앞 비탈 잔디에 벌러덩 드러누워 해바라기하면서 망중한이란 게 이런거지 싶으면서 행복했다. 낙엽밟기의 염원도 용주사에서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었고... 이렇게 가을이 간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융릉(사도세자 부부묘), 융릉에서 건릉으로 가는 소나무 숲의 오솔길, 참나무 숲길, 건릉(정조대왕 부부 묘) 앞 박석, 용주사 앞마당의 단풍나무와 느티나무, 낙엽 풍성한 용주사 입구의 순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쾌청한 날씨가 딱이었는데 아쉬웠던 점은 지난 태풍에 피해를 입은 나무들이 엄청 많아 계속 전기톱으로 가지를 자르는 작업을 하고 있어 그 소음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망쳤고, 설상가상 근처 공군비행장에서 전투기들이 굉음을 내며 날아다녔다. -_-; 하필 우리가 왕림한 날 비행훈련을 할 게 뭐람;; 잘은 모르지만 담에 갈 땐 수요일을 피해야겠다. ㅋ
 

참나무에 높이 매달린 담쟁이 단풍이 예뻐서 애써 줌으로 당겨찍어온 소중한 사진. ^^;
좀 더 당겨 찍을 것을...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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