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3

놀잇감 2010. 8. 21. 03:24


역시 뜸들이고 공들이려고 마음을 먹으면 더 되는 게 없다.
영화 보면서 느낀 찡한 감동과 펑펑 흘린 눈물과 애틋한 마음 때문에 뭔가 그럴싸한 후기를 적어보리라 작심했지만 차일피일 밀린 방학숙제 앞둔 듯한 조바심만 들 뿐이다. 연말 집계용으로 그냥 대충 기록만 남겨야지.

다들 칭찬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고, 애니메이션 영화에 특별히 애정이 많은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이었다. 감동과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여운으로 모두 남기기가 어디 쉬운가! 1, 2편 모두 극장에서 보며 신나했고 오래도록 후속작을 기다려왔지만 <토이스토리 3>은 시리즈 중 최고다!

이별에도 예의가 있는 법이라는 말 흔히들 하지만, 애정하던 대상과 '잘' 헤어지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예의가 필요하고, 그렇게 하고도 상처는 남는 법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펑펑 울면서, 혼자 꾸역꾸역 십수년쯤 뒤에 예쁘게 자란 보니랑 앤디가 연결되서 장난감들이 반드시 앤디 2세들에게 전달되는 번외편을 상상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 같다. 나는 특히 애니메이션에선 왜 해피엔딩이 아닌 걸 견디질 못하는지 원.

1, 2편에서도 '싹수 있는' 소년이었던 앤디는 참 잘 자라주었고, 그래서 더 뿌듯했던 것 같다. 15년이나 세월이 흘렀음에도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들 때깔만 봐도 앤디가 얼마나 장난감을 소중히 여기며 갖고 놀았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스토리 전개상 그런 거라 해도, 어쨌거나 대학생 될 때까지 간직했던 앤디의 장난감들이 하나같이 말짱하고 성능까지 그대로라는 게 난 그렇게도 뿌듯하고 좋았다.

어린 시절 종이인형과 딱지 정도 이외엔 장난감을 별로 갖고 논 기억이 없다고 줄곧 생각했었는데, 요번 3편에 나온 무시무시한 눈 깜박이는 아기 인형을 보니 나도 그 비슷한 인형이 있었단 사실이 떠올랐다. 금발머리가 곱슬곱슬하게 붙어있고 원피스를 입은 채로 눕히면 눈을 감고 앉히면 눈을 뜨는 딱딱한 플라스틱 아기 인형을 내가 몹시 무서워했었다는 것도! ^^ 낮에는 그럭저럭 업고 돌아다니거나 갖고 놀았지만 밤만 되면 그 인형 눈이 어찌나 무섭게 보이던지 냅다 집어던지곤 했기 때문에 그 인형은 여기저기 흠집이 나 있었다. 영화 보는 내내 새삼 그 옛날 인형한테 어찌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암튼, 그래도 굳이 뭔가 꼬투리를 잡아보자면;;
원래 낀 안경과 그놈의 3D안경까지 두개를 들어올리고 눈물 훔치느라 꽤나 고생했지만, 사실 3D 효과는 별로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고, '데이케어 센터'를 굳이 '탁아소'로 번역한 게 계속 거슬렸다('서니사이드' 번역은 고심한 것 같던데 왜 하필 '탁아소'냐고!! 그냥 '어린이집'이나 '유아원' 정도로 옮겼더라면 거슬리지 않았을 텐데... 나도 안다, 직업병이다 ㅋㅋ). 사실 뭐 그렇더라도 만3천원이 아깝지 않았을 만큼 좋았다! DVD 나오면 꼭 소장할테닷.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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