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어요.
그 다음엔 이메일 정보를 얻어내려는 일종의 인터넷 피싱일 거라고 짐작했구요.
그런데 비밀댓글을 두번이나 단 걸 보니, 정말로 진지하게 제 블로그를 돈주고 사겠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설마 제가 오해한 것은 아니겠지요?

두고두고 고민해서 나중에라도 블로그를 팔 생각이 들면 적정 판매가격을 알려달라고요?
오래 생각할 것도 없네요. 제 블로그는 파는 물건이 아니랍니다. 진심으로 제 블로그를 탐내셨다면 읽어봐서 아시겠지만, 이 공간엔 순전히 저의 사적인 생각과 푸념과 하소연과 추억이 담겨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과연 어떤 세속의 가치로 환산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쓰던 물건을 중고 시장에 내다파는 것도 아니고 어느덧 4년간 이끌어온 이 공간을 남에게 내준다는 걸 저는 상상도 할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심경의 변화라든지 어떤 문제가 생겨 블로그질을 작파하게 된다면 깨끗하게 폐쇄결정을 내릴망정 누구에겐가 넘겨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이런 "블로그 같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싶어서 혼자 블로그를 운영해보기도 했지만 꾸미기도 힘들어 차라리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블로그를 운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찝찝하지 않으시겠어요? 누군가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가꿔온 블로그를 이어받아 운영하면 처음 시작한 것보다 과연 더 잘 가꾸게 될까요? 남이 써놓은 일기장을 돈 주고 사다가 이름만 바꿔 적어 제출하곤 뿌듯해하는 격이 아닐까요? 하기야 요즘은 석박사 논문도 돈 주고 대필 시키는 이들도 많다니, 누군가는 허섭스레기 같은 글로 채워진 블로그쯤이야 하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미 한 사람의 색깔로 채워진 블로그를 사고팔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저에겐 참 낯설고 놀랍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저의 세계에서 블로그란 결코 파는 물건이 아니거든요. 사랑스러운 조카들의 사진까지 간간이 들어 있는 이 공간의 이야기가 누군가 '남의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전 소름이 끼치네요. 뭘 그리 잘났다고 튕기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제 뜻은 확실히 전달됐으리라고 믿습니다.

이메일로 답을 원하신 것도 같던데, 제 이메일 정보를 노출하고 싶지 않아서 여기에 이렇게 적습니다. 원하신다면 티스토리 초대장은 보내드릴 수 있겠지요.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려면 끈기와 정성이 꽤 필요한 것도 같지만, 그냥 낙서장 삼아 끼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예쁘게 꾸미지 않아도 되잖아요? 어차피 여긴 그리 볼 거리도 별로 없고 더러 너무 길어 읽기 싫다는 불만까지 접수되는 길고 긴 잡담 뿐인걸요. 과연 자기 블로그를 팔겠다고 값을 제시하는 누군가가 또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왕이면 부디 스스로 가꿔보시길 빌게요.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블로그는 팔고 사는 물건이 아니잖아요...

덕분에 돈 몇푼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 공간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으니 고맙단 말씀 전해야겠군요. 이 글을 쓰는 내내 흐흐흐 헛웃음이 몇번이나 새어나왔답니다. 블로그를 팔라니... ㅎㅎㅎ 의미없는 농담에 괜한 진지한 반응이라고 지금쯤 당신이 저를 비웃고 있더라도 어쨌든 전 잠시 황당하면서도 즐거웠어요. 블로그를 팔라니. ㅎ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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