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종류

놀잇감 2010. 1. 3. 02:33

이번 겨울 전체 예보에 눈이 많이 내린다고 했던가? 절대 기억할 수 없어 민망하지만 어쨌든 새해들어 또 눈이 내렸다. 이번엔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파르르 부서지는 눈은 아니다. 에스키모들에겐 눈의 이름이 수십 가지라던가 수백 가지(설마 수백 가지는 아니겠지? +_+) 나 된다고 들었는데 우리말엔 함박눈, 싸락눈, 진눈깨비, 세 종류 뿐인가 싶어 찾아보니 아니란다.
<눈의 종류>로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많은 표현이 있었다.

가랑눈 · 가루눈 · 길눈 · 도둑눈 · 마른눈 · 만년눈 · 밤눈 · 복눈 · 봄눈 · 소나기눈 ·
솜눈 · 숫눈 · 싸라기눈 · 자국눈 · 진눈 · 진눈깨비 · 찬눈 · 첫눈 · 함박눈


사실 내가 흔히 썼던 <싸락눈>이 표준말인지도 그간 자신이 없었다. 며칠 전, 얼마 안 쌓인 눈길을 달려 밥먹으러 가면서 마침 다들 출판계에 종사하는 친구들이라 싸락눈의 맞춤법을 물었더니 놀랍게도 다들 갸우뚱했다. 함박눈은 확실히 알겠는데, 알알이 부서지는 그 가느다란 눈에 대한 이름이 무엇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싸락눈? 싸라기눈?  싸래기눈? 싸리눈?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표준어는 싸라기눈이고, 싸락눈도 사전에 등재되어 있으니 역시 표준말인 셈이다.
싸라기눈: 빗방울이 갑자기 찬 바람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쌀알 같은 눈
싸락눈: 싸라기눈의 준말.                                     [출처: 국립국어원]
 
그런데 왜 이렇게 낯설은 건지 원. 싸락눈. 싸라기눈. 둘 다 사투리같다. 크크.

게다가 내가 싸락눈이라고 우겼던 지난주초 폭설 때 눈은 쌀알처럼 뭉쳐지지도 않고 아예 파르르 부서지는 눈이었으니 <가루눈>이라고 했어야 옳다. 가랑비가 있듯이 가랑눈도 있고, 마른눈이 있으면 진눈도 있다는 게 재밌다. 눈만 오면 눈사람을 만들러 뛰쳐나갔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니 확실히 함박눈이라고 다 진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솜덩이 찢어 던지듯 펑펑 내렸어도 잘 뭉쳐지는 습기 많은 눈이 있었는가 하면, 싸락눈 못지않게 잘 안뭉쳐지던 마른 함박눈도 분명 있었던 게 기억난다.

올 겨울에 얼마나 더 눈이 내릴지는 모르겠는데, 새삼 눈의 종류를 찾아보았으니 이젠 눈 내릴때마다 어떤 눈인지 굳이 밖에 나가 확인하는 거나 아닌지. 마침 조카들이 놀러오는 날 또 함박눈이 온다면 나도 눈사람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이웃들은 매일 동숲에서 눈사람 마에스트로가 되기 위해 눈덩이를 굴린다는데, 나는 현실에서라도...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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