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잇감 2009. 12. 28. 12:56
나는 어제 비로소 올 겨울 들어 처음 눈을 맞아보았다. 크리스마스 날에도 눈이 왔다지만 밖에 안나가봐서 모르겠고, 어제 온종일 내린 눈은 꽤나 무서운 기세였다. 오후가 되도록 아무도 동네 눈 치우는 소리가 안들려 걱정스러운 마음에 (오늘 아침 일찍 왕비마마의 병원 나들이가 잡혀 있던 터라 언덕길이 심히 염려됐다) 공주와 둘이 눈싸움을 빌미로 비를 들고 나섰더니 기상대 예상은 2.5센티미터라는데, 내 차 지붕에 쌓인 눈은 전날 쌓인 눈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5센티미터도 훨씬 넘은 상태였다.
공주는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 했지만 날씨가 워낙 추워 부슬부슬 부서져 내린 싸락눈이 잘 뭉쳐질 리가 없다. 괜히 부질없는 눈싸움 하느라 둘 다 옷만 잔뜩 버리고는, 동네 쌓인 눈 비질은 아랫집 두 아저씨에게 맡겨야 했다. 어제 그렇게 먼저 눈을 치웠는데도 그 이후 내린 눈이 또 2센티미터는 넘는듯. 우리 동네만 유독 눈이 많이 내린 걸까? 오늘 아침 아슬아슬 간신히 차고를 빠져나와 병원으로 향하는 길엔 언덕에서 빌빌대다 괜스레 세워놓은 자동차들 옆구리를 치받는 봉고차들 여럿 봤다. 눈길과 언덕에서 다마스나 봉고 형 승합차는 특히 취약한듯! 다행히 베테랑 운전 덕분인지 왕비마마를 태운 우리 차는 설설 기어 무사히 다녀왔는데, 어젠 그토록 새하얗고 뽀얗게 변했던 눈세상이 온통 시커멓게 더러운 회색 구정물 세상으로 바뀌었다. 눈의 미학은 정녕 내릴 때의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싶어 새삼 아쉽다.

해서 해묵은 휴대폰 사진을 애써 찾아봤다. 올초 내린 눈으로 조카들이 우리 마당에 만들어 놓았던 귀여운 눈사람 두개. 눈사람 생김새도 주인과 좀 닮은 것 같아 웃음난다. ㅋㅋ

2009. 1. 24. 지환&정민 작품: 나뭇잎 꾸미기는 모두 정민솜씨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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