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ng

놀잇감 2009. 11. 27. 16:33

내가 스팅을 좋아하는 건 그의 목소리가 가장 큰 요인이다. 목소리 좋은 남자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비음과 허스키한 음성이 절묘하게 뒤섞인 목소리로 조곤조곤 불러주든 시원시원 질러대든,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말 황홀하다. 2005년이었던가 그의 공연을 보고 나와서 나는 단언했었다.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대머리 아저씨라고. ^^;

헌데 최근 보이는 그의 행보랄까 음악세계는 점점 낯설다. <Songs from the Labyrinth> 앨범에서도 주절주절 시와 편지를 낭송하는 바람에 의아했는데, 이번에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나온 캐럴 앨범 <If on a Winter's Night>은 무려 <복음성가집> 느낌이다.
사실 나는 스팅의 새 앨범이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가 뜻밖에 선물로 받고 희희낙락했었다.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예쁜 설경을 배경으로 검은 긴 코트를 입고 거니는 스팅! 거기다 유니버설 뮤직에서는 사은품으로 스팅 달력까지 끼워주었단다! 하지만 달력을 넘기다 발견한 스팅의 최근 모습에 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마선이 훌쩍 올라갔어도 여전히 날렵하고 샤프했던 매력남은 어디 가고 부숭부숭 머리털과 수염을 기른 산적 같은 아저씨가 환히 웃고 있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지만, 불과 4년 만에 이렇게 되다니.. ㅠ.ㅠ
그래도 스팅 공식 홈페이지에 가보니 유투브에 올라온 인터뷰에선 수염을 말끔히 잘라 산적같은 느낌은 없어져 다행. 괜히 달력에 든 사진들 때문에 심술을 품고 들어본 이번 앨범은 본인이 의도한 대로 하나같이 자장가 같아서 심심하고 나른하게만 들리더니만 자꾸 들을수록 마음을 깨끗하게 만드는 정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어서 저렇게 새하얗게 세상을 뒤덮은 폭설을 보고 싶기도 하고...

어쨌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유럽 여러 나라의 민요와 캐럴보다 나는 두곡 실린 스팅의 곡들이 더 좋다. 몇번 들어보니 'Lullaby for an Anxious Child'는 쓸데없이 걱정 많은 나를 위로하는 자장가로 아주 딱이다. 재주가 없어 여기 올려 널리 들려줄 방도는 없지만 자랑하지 않을 수 없는 노래.
이번에도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Thank you, Sting, I love you! 더불어 고맙다, J.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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