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y's Anatomy

놀잇감 2006. 12. 25. 15:31

Grey's Anatomy 재미있다고 주변에서 난리들 칠 때 나는 파일 다운받아 보는 게
귀찮아 외면하다가
요새 KBS와 CGV에서 해주는 시즌2를 보며 완전 빠져 있다.
공교롭게도 언젠가 벨로가 최고의 에피소드라며 포스팅한 시즌2의 17번째 에피소드는
시간을 못 맞춰 못봤지만 (CGV가 방송이 좀 느리므로 거기서는 볼 수 있기를...)
드디어 조지가 메러디스에게 고백을 하고 상처를 받은 뒤 떠나갔다.

한때 내가 중독수준으로 매달렸던 메디컬 드라마 ER과 비교하면 훨씬 더 가볍고,
삶과 죽음의 순간이 주는 감동과 허탈감도 덜하지만
로맨스와 코미디가 좀 더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묘미가 확실히 매력적이고
어디나 비슷하게 느껴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특히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게다가 예쁘고 잘 생기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만만치가 않은데,
데릭과 버크도 워낙 훌륭하지만 난 어리숙하고 정 많은 조지 오말리가 몹시 귀엽고 안쓰럽다!
사랑의 화살표는 왜 그렇게 어긋나기만 하는 것인지...

하지만 메러디스와 조지는 내가 보기에도 연인사이로 발전할 수 없다.
인간적으로 참 괜찮고 훌륭한 친구이며 편한 룸메이트에다 생리대까지 사다주는 자상함까지 갖춘 남자친구라니.
만일 설렘과 가슴 뛰는 화학반응을 서로 거친 뒤에 저런 사이가 되었다면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 더할나위 없는 존재겠지만, '우리 여자들'은 처음부터 저렇게 무덤덤하게 편하고 좋기만한 남자에게 절대로 이성을 느끼지 못하잖아!

물론 혼자인 것이 외로워 잠정적으로나마 이용해먹을 심산으로 일단 옆에 두고 있으려는
이기적인 생각을 품는다면 남자친구로 여길 가능성도 있겠고,
또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 타협하듯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남편감으로 쓸만하다 여겨 노력해볼지도 모르겠다.
나의 최측근 가운데서도 특별히 불타는 사랑이나 설렘, 화학반응 따위는 없어도
자기 아이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로서 괜찮은 사람이다 싶고 조건도 괜찮아 결혼을 결심해 지금껏 '아주 잘'--적어도 겉으로는--살고 있는 이들도 더러 있으니 말이다.
혹시라도 운명 같은 불타는 사랑이 뒤늦게 찾아오면 흔들릴 지도 모른다는 위태로운 발상을 아주 버리진 않았지만 ^^;; 결혼해 살아보니 그까짓 사랑 별 것 아니더라.. 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데릭이 유부남인 걸 알고도 사랑을 주체 못해 괴로워하는 메러디스 같은 여자에게
조지 같은 남자는 절대로 대용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인간적으로 애정을 품고 있는 친구라면 더더욱 그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없겠지.

뜻하지 않은 상대에게, 아니 짐작하고 있던 상대에게라도 사랑고백을 받으면
어릴 땐 싫고 좋은 감정의 선이 너무도 명확해 결과적으론 와락 상처를 입히는 쪽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 인간미가 성숙되기 때문인지, '절대로 죽도록 싫은' 상대가 아닌 한
'내까짓게 뭐라고...'라는 자조적인 고민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승리(?)를 거두긴 하지만, 상대에 대한 연민도 없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지의 절절한 고백에 잠자리를 허락하고는 눈물을 흘린 메러디스나
깊은 상처를 입고 튕겨나간 조지나 내눈엔 그저 다 안타깝기만 하다.

메러디스랑 데릭이랑 잘 연결되고
조지는 좀 더 괜찮은(19화에 나온 정형외과 의사는 어쩐지 마음에 안든다! ㅠ.ㅠ) 여자랑 맺어지면 좋으련만 내 뜻대로 호락호락 될 리는 없고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다.

그나저나 앨리 맥빌을 볼 때도 나는 괴짜로 나오는 존이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래리 역할을 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나 배관공으로 나온 본조비가 멋있긴 했어도
나는 정말로 앨리와 존이 연결되길 손꼽아 기도했었다. ㅠ.ㅠ;;)
여기서도 약간 모자라는 조지에게 제일 마음이 쓰이는 걸 보면
확실히 내 눈은 좀 이상하다. ㅎ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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